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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말 잘하고, 한국 음식 잘 먹고, 한국 칭찬하면 '거 사람 괜찮네'라며 실실 거리다가,

어쩌다 입바른 말 한 번하면 자기가 뭘 안다고 한국 욕이냐, 미즈노 교수 재탕이다라는 둥 개거품물게하는,

내가 아는 한 예능 프로그램 중에 가장 재수없고 악질적인 프로그램 '미수다'가 이번에도 히트작을 날렸다.
이미 지금 넷을 완전 북새통으로 만든 '키 180cm 이하는 루저'사태.ㅎㅎㅎ
난 키가 167~8을 왔다갔다하는데 그럼 난 완전 처절한 '루저' 그 자체구나.
각본을 써준 무개념 작가도 ㅄ같지만 그걸 또 그대로 내뱉은 그 홍대 퀸카라는 사람도 뇌용량 2mb 정도인가보다.
하여간 이 놈의 나라는 너무나 열심히 '루저'를 양산하느라 정신이 없다.
자신들의 잣대로 루저를 단정하고, 그 루저의 기준에서 빠져나온 자신을 보고 만족해하나?
세상의 성취에 대한 여러가지의 기준이 있다고 하지만 보톡스를 맞고 턱을 깎아도 될 수 없는 불가항력의 문제를
갖고 이걸 '루저'의 표상인 것처럼 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씁쓸하다.
이런 루저를 단정하는 인간들의 머릿 속은 사실 대단히 놀라운 것이어서 전임대통령을 루저로 몰아 부엉이바위에서 뛰어내리게 만들었고,

자본주의의 경쟁에서 탈락했으니 당해도 싸다는 듯 용산참사를 불러오고도 일말의 반성따위도 없고,

날이 갈수록 아파트에 살지 못하는 이들은 루저로 인식해야할 정도로 매스 미디어를 통해 몰아대기도 하고,
비정규직도 루저의 늪 속으로 팍팍 밀어넣어주고, 개기면 그냥 루저따위가 어디서...라면서 뭉게 버리고.
세상이 루저를 양산하고 그 기준에 끼지 못한 자신을 우월하게 여기니 그런 발언이 어디서 어떻게 터져도 이상할 것이 없다.
하다못해 자신의 조그마한 권리를 지키기 위해 시위를 나오면 졸지에 '무능한 백수' 취급을 받고 '폭도'로 내몬다.
그런 와중에 남자의 외모, 여성의 외모가 이젠 경쟁력의 기준이 되어버렸고, 그걸 당연시하니 죽어라 뜯어고쳐도
'예쁘면 그만'이고 그런 위치면 이 정도 기준쯤은 내세워야하는거 아냐~라면서 키 180 이하는 루저~라고 말하는
것도 뭐 지금의 작태를 돌아보면 씁쓸하지만 당연한 말일 수도 있다.
문제는 루저의 늪에 발을 담그지 않아 태연자약, 우월도도한 척 바라보는 이들을 떠받치는 다수의 '루저'들이다.
노력의 과정이 무시되고 노력의 댓가가 생략되고 폄하되고 거절되는 세상에서 다수가 보통사람이 아닌 루저가
되는 세상은 이미 정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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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래서 광분하는 나같은 '루저'분들.
이도경을 잡아서 뭐 어떻게 할텐데?
자신의 분노를 패러디하는 건 재미있을 지는 모르지만 이런 일관된 희화화는 문제의 본질을 희석화시킨다.
'루저'라는 발언이 나온, 미수다라는 프로그램이 지향했던 외모철저지상주의의 문제는 싹 가려진채 단지 '작가의
실수', '이도경의 뻘짓'으로 몰아대는 이 분위기가 더 문제아닌가?
어찌된게 발전적 토론이 버라이어티 정신으로 싹조차 틔우지 못하는거지?
패러디도 그 일환이라고?
패러디를 하나하나 다 봐도 그저 '이도경, 이도경'뿐이다.
이런 분위기가 질린다 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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