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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ston.com에서 이번 아이티 지진 참사의 사진 48장을 보다가 피가 거꾸로 흐르는 안타까움과 분노를 동시에 느낄 수 밖에 없었다.
가공할 자연재해는 후진국과 선진국을 굳이 가리고 닥치는 건 아니지만, 사회적인 구조체계, 재난대책이 미흡한 후진국에서의 피해는
선진국의 피해에 비할 바가 아니다. 또한, 재난 이후의 국제적인 지원 역시 대단히 영향력 있는 국가들이 당한 재난에 비해 차이가 난다.
너무나도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고, 앞으로 아이티라는 나라가 이 재난을 복구하고 정상적인 사회 안정화가
이뤄지는 데까진 엄청나게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과, 동남아를 비롯한 여러 나라의 재해 이후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재해 복구에 선진국의 대기업들이 돈놀이를 해댈 걸 생각하면 너무나 가슴이 아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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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의 1월이 벌써 보름이 지난다.
올해 나 스스로 다짐한 것들은 내 스스로에게 창피하지 않도록 반드시 해보려고 한다.
우리나이로 이제 마흔하나.
내가 두 발로 내 스스로의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시간은 15년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는 생각을 하면
가끔 가슴이 턱 막히고 호흡도 불안해지는 기분이 들지만, 이렇게 가는 시간이야 당연한 걸.
거스를 수도 없는 일이라면 그저 부딪히는 수 밖에는 없지 않나.
문제는 난 아직도 나의 비전을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지만, 이 긴 방황도 곧 끝내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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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프리카 세네갈에 한달 가있었던 aipharos님의 절친 '하늘상어'님을 만나 식사도 하고, 커피도 마시고 약간의 드라이브도 하고 돌아왔다.
세네갈의 생생한 이야기를 듣다가 어쩌면 부딪혀 가치를 얻고 느낀 사람이 자신의 길을 자연스럽게 결정하는
그 과정을 내가 옆에서 느꼈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하늘상어'님의 가치와 미래를 응원한다.
그러고보면 우린 정말 너무나 사회적으로 당연시 여기는 가치관을 타인에게 강요하며 사는 것 같다.
때되어 결혼안하면 '왜 안하니', 아이들 학원 안보내면 '왜 안보내니'...
자신에게 중요한 가치를 타인에겐 경외시 되는 듯 하면 걱정하는 것인양 타인에게 자신의 가치를 강요하곤 한다.
그런 모습... 정말 너무 많이 봐오지 않았나.
다들 똑같은 모습으로, 똑같이 살아야하는 것. 동일한 목적과 가치 속에 당연하게 발생되는 경쟁과 그 속에서
결과적으로 나타날 수 밖에 없는 순위 메기기.
정말 우린 늘 그렇게 살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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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백수가 양산되는 요즘이고, 개떡같은 실업률 추산 방식으로 가려졌지만 사실상 400만에 가까운 '백수'들이 있는
현실에서 언론은 죽어라 '사상 최대 흑자'등등의 지들 좋은 잣대의 기사들만 주구장창 날려 보내고 있다.
4대강 사업 홍보 TV 영상에선 가뭄으로 고생한 마을을 인용하며 4대강 사업을 하면 마치 가뭄과 홍수도 한방에
날릴 것 같이 떠벌이지만, 이제 다들 아시다시피 그 마을은 4대강 사업의 동선에 포함조차 되지 않은 마을이다.
이 정부가 하는 일이 이 모양인거다.
내 젊은 후배 중 몇 명도 내가 걸핏하면 유럽을 나가보라고 하면 '요즘같은 때 돈 모아야죠...'라고 몸을 사린다.
정말이지 그런 후배들에게 간절히, 정말 간절히 바란다. 제발 꼭 나가서 많이 보고 돌아오라고.
그리고 보고 느낀 그 다원성과 또다른 사회적 가치, 사회적 시스템에 대해 더 많은 이들과 함께 공유하고
얘기해보라고. 일주일에서 고작 보름 정도 나가는 걸로 그걸 퍽도 알 수 있겠냐고?
보려고 하는 사람에겐 보이고, 들으려고 하는 사람에겐 들리는 법이다. 나 역시 그렇게 느꼈고, 그 결과 스스로 변해왔다고 생각한다.
간단하게 생각해보자.
DJ 정권 초기에 정부 내부에서 한국의 미래형 국가 모델을 놓고 연구가 있었던 적이 있다.
줄창 미국식이 혼용된 일본식 또는 미국식으로 일관하던 한국의 국가 모델을 스웨덴등으로 살펴보는 기회가
있었으나 '한국의 실정에 맞지 않는다'는 말도 안되는 이유로 묵살당하고 '미국식'으로 폭주했다.
우리와 땅덩어리도 다르고, 천연 자원의 매장량도 다르고, 인구도 다른 미국은 도대체 한국의 실정과 뭐가 그렇게
잘 맞기에 주구장창 '미국식'을 외치고 있는 걸까?
덴마크나 핀란드, 스웨덴의 국가 모델을 인용하면 단박에 '빨갱이' 취급을 받기 일쑤다.
그 국가들이 기본적으로 사회민주주주의 모델을 지향하고 있어서인데, 전에도 말한 바 있지만 도대체 왜 미국식
자본주의를 민주주의의 정설처럼 몰고가냔 말이다. (물론 그 이유야... 뻔하지만)
젊은 친구들.
움츠려있지 말고 나가서 정말 많이 보고, 많이 느끼고 왔으면 한다.


 

*****
TV 드라마를 잘 보지 않는 내가 요즘 두 개의 드라마를 열심히 보기 시작했다.
하나는 이미 말씀드린 바대로 MBC 월화 드라마인 '파스타'이고, 다른 하나는 KBS의 수목 드라마인 '추노'다.
'파스타'의 경우, 약간의 염려와 달리 정말 주방과 관련된 에피소드만 거의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이선균과 공효진의
이야기는 거의 모두 주방에서 이뤄진다. 앞으로도 쭈욱... 잘 볼 것 같다.
'추노'의 경우, KBS가 재수없기도하고 내용도 완전 내 취향이 아니라 무시했었는데, 뒤늦게 본 1화가 드라마라고
보기엔 넘치도록 퀄리티가 좋고 화면의 떼깔도 좋은데다가 편집마저 상당히 깔끔해서 그뒤로 잘 보고 있다.
드라마의 내용 자체는 이거 아무리봐도 KBS의 최근의 이념 행보와는 사뭇 다른 내용인데, 역사 속의 소현세자에
대한 이야기가 종종 언급되는가 하면, 양반들에 대한 민초들의 근원적 분노의 정황들을 상당히 세심하게 보여주고
있는 편이다. 이런 디테일을 언제까지 이어갈 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 민초들의 분노 역시 양반들의 정치적
욕망의 비밀 속에 놀아나는 것으로 보여준다면 정말 작금의 한국 모습과 상당히 유사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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