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PM의 리더 박재범군이 이른바 '한국비하' 논란의 폭풍 속에 전격 탈퇴에 그 즉시 6시 30분 비행기로 출국했단다.
이전에 이번 논란에 대한 어이없는 내 의견을 올렸다가 지운 바 있다.
그런데... 이번엔 지우지 않으련다.
이 모든 논란이 불과 3~4일 안에 이뤄졌다는 사실이 기가막히기도 하고.
이 와중에 아이돌과 그 팬들의 이중적 팬덤에 대한 얘기는 하고 싶지 않다. 그건 이 논란이 뻗어나간 수많은 가지
중 한가지에 해당할 분이니까.

이전에 썼던 글과 그닥 다를 바가 없으니 불편하신 분은 패스하시길.

난 박재범군이 자신의 공간에 올린, 4년 전에 올린 그 글들을 '잘했다'거나 '그럴 수도 있다'라고 옹호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다만 우리네 중고등학교 남자들도 삐딱해지면 그런 욕과 비슷한 말들을 하지 않는가.
좀 예쁜 여자가 있으면 속된 말로 '따먹어야하는데'라고 지껄이고, 어떻게하면 여자들이랑 뭔가 해보고 싶어서
안달복달하는 말들을 줄줄 쏟아내는 경우를 남자들이라면 주위에서 자주 보지 않았는가?
박재범군의 글들도, 그 논란이 되는 '4년 전'에 쓴 글들도 사실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또 그때 정말로 박재범은 미국에서 줄창 자라다가 와서 말도 잘 안통하고, 죽어라 개고생하는 연습만 하던 연습생 신분이었다.

자신이 자라온 곳과 문화적으로도 익숙해지지 않은 곳에서 청소년이 자신이 체화해오던 분노를 표현
하는 법을 그렇게 택했다는 것을 이해못하지 말란 법도 없지 않나?
심정적으로 '참... 철없는 녀석이구나'라고 생각하고 힐난할 수는 있지만 그 글들을 빌미로 제3자가 그를 집단으로 단죄할 수 있다고 보나?

그리고 애국논란이 도대체 왜 나오는건지?
한국이 엿같다...라고 해서?
기가막힐 노릇이다. 이 정도 되면 '집단 광기' 그 자체가 아닌가.
한국이 엿같고, 여기서 비즈니스나 해서 돈벌어서 미국이나 가고, 그 사이에 한국 여자들이나 어찌해보고...
이렇게 얘기하면 그게 '매국'이 되는건가???
박재범의 저 말이 한없이 유치하고 얄팍한 태도라는 건 나도 인정한다.

그런데, 저게 '애국'과 도대체 무슨 상관이 있다는건지 아는 분은 알려줬으면 좋겠다.
'추방서명운동'이 올라오는 곳에 하도 어이가 없어 글을 썼더니 사방팔방에서 나보고 '똑같은 매국노'란다.
물어보고 싶다.
왜 똑같은 방식으로 똑같은 시선을 모두에게 강요하는 것인지.
한국에 대해 넋두리를 쏟아내고 욕을 하면 그건 이 나라의 적이 되는건가?
한 하늘 아래 발붙이고 살기도 힘들 정도로 힐난받고 짖눌리고 쫓겨나야하는 그런 대죄를 저지른 거라고? 도통... 이해가 안간다.
누군가 그러더라. 청소년에게 영향력이 큰 '아이돌'이라서 더 이런거다라고.
아... '아이돌'.
그 아이돌이라는 시스템을 만들어내는 건 어른들의 시스템이고 그들을 공장에서 죽어라 훈련시키듯 극한으로
내몰아대는 것도 어른들의 시스템이다.
그 아이들이 자신마저 확신할 수 없는 불확실한 미래, 지금 당장의 자신의 처지에 대해 아직 성인이 되지 못한
나이에서도 자신을 극도로 자제하고 추스리며 감정을 붙들어 매어야만 한다고?
그리고 그런 '아이돌'이면 아직 성숙하지 못한 그들을 사회적으로 포용할 수 있는 사회가 진짜 제대로 된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회가 아닌가?
한 번의 잘못이라면 잘못이랄 수 있는 일로 '인성이 어디 그리 쉽게 바뀌나?'라는 이유로 '이런 자식이 아이돌이래' 라면서

단 한번의 기회도 더 주지 않고 아예 끝까지 아작을 내는 것이 당신들이 좋아하는 그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시민의식이냐?

이렇게 말하면 돌아오는 내게 대한 댓글은 '너 박재범 빠순이지?', '잘난 척 하지 말고 너나 닥쳐', 'X까고 있네,
매국노새끼'라는 글들이다.
유승준 사건에서도 난 정말 어이가 없어 말이 안나왔었는데, 이젠 또 '제2의 유승준 사건'이란다.
이게 도대체 유승준과 무슨 상관이 있다는거냐.
이 두가지 사안을 연결시키는 그들의 머리는 온통 머릿 속에 가짜 '애국심'으로 불타오른다.

그래서 듣고 싶은 얘기만 듣는거지.
완전히 다른 케이스지만(다시 얘기하지만 정말 다른 케이스다) 미수다의 캐서린과 베라가 애정을 갖고 한 비판마저
한 입으로 다른 말하는, 건방진 외국인이라며 짖밟아버리는 놀라운 이들.
정작 이렇게 생각하지 않는 또다른 많은 이들은 모두 침묵하는 이 이상한 사회.
2002년 월드컵에서 지하철에서 내려 오로지 나만이 수트를 입고 걸어가면서 느꼈던 이 '집단 광기'의 공포가 개개인의 심리적 거리감을

좁혀주는 걸 넘어 심리적 일체화를 강요하는 네트워크가 괴물처럼 모두의 다원성과 다양성을 삼켜 버리고 먹어치우고 있는 것 같다.
네티즌들은 점점 더 우경화되고, 점점 더 똑같은 시선을 요구하는 것 같다.

솔직히 두렵고 겁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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