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말한바, 내 5D는 끝장이 났다. 렌즈 역시.
이참에 그간 누누히 말해오던 5D에 대한 회의를 날려버리고자 500D를 구입하기로 맘먹었었는데
이게 또 막상 구입하자니 별별 생각이 다 들더라.
결국 마음을 굳히고 인터넷 최저가를 통해 결제까지 완료했는데 도무지 올 생각을 안한다.
이전 20D와 5D, Leica V-LUX1은 모두 오프라인과 반도카메라를 통해 구입했기에 인터넷 최저가 검색을 통한
카메라 구입은 이번이 처음.
하지만... 어제 렌즈와 바디 모두 결제취소해버리고 오늘 aipharos님과 남대문에 가서 구입했다.
인터넷 최저가. 단정적으로 말해 이건 낚시다.
물건도 없다면서 주구장창 올려놓고 결제만 받아가는 웃기는 상황.
결국 남대문에 가서 몇몇 샵을 돌아다니다가 신품으로 구입했다.
16GB SDHC 메모리, 정품후드, 호환배터리, 500D바디, 17-55 f2.8 IS USM EF-S 렌즈.
이렇게 구입.
17-55 f2.8 IS 렌즈는 크롭바디의 L렌즈로 불릴만큼 만족도가 높은 렌즈다. 어차피 크롭바디인 500D에서 17-55의
화각은 딱... 적당하다는 생각이 든다.
렌즈 가격만 120만원 정도이니 EF-S 표준 줌렌즈에선 단연 고가의 렌즈이기도 하고.
구입 전엔 5D쓰다가 이걸로 만족할까? 싶었는데 깊은 맛은 없어도 나름 쓸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남대문으로 가면서 몇몇 레스토랑에 디너를 급 예약하려고 전화를 돌렸으나 '샤떼뉴', '메종기와', '에오'
모조리 만석이어서 혹시나 하는 생각에 '정식당'에 전화했더니 가능하다고 하여 디너를 '정식당'에서 했다.
신사동에 위치.
동호대교 건너 고가 지나면 첫번째 신호 지나자마자 우측 국민은행 골목으로 들어가 100m 가량 직진.
정식당에선 주소를 네비에 찍고 가면 엉뚱한 곳이 나온다고 하는데, 아니다. 정확히 나온다.
아마도 네비 업댓을 안한 분들인듯.
저녁 시간 이 골목은 가로수길과 바로 인접해있어 엄청나게 북적이지만 발레 파킹이 되므로 염려는 마시길.
간판에서 보시듯 이곳은 'New Korean'을 표방하고 있다.
한식의 현대화를 모토로 하고 있어서 이곳은 프렌치가 아니라 한식 파인 다이닝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것 같다.
실제로 이날 먹은 음식은 모두 한식의 식재료를 거의 사용했고.
정식당 내부. 손님은 우리 뒷 테이블의 어르신 네분과 우리 테이블뿐.
내부는 정갈하고 호젓한 분위기.
의자가 은근히 편하다.
디너는 1가지.
9코스 디너로 the 2nd 'Just Do It' Dinner Tasting Menu 뿐이다.
1인당 10만원(부가세 별도)
테이블 세팅.
테이블 세팅.
완전 한입 식사.
가리비와 타페나드, 루꼴라와 와사비 마요네즈를 곁들인 묘한 맛.
이건 식전빵인데 취나물을 이용한 곡물빵과 와인을 이용한 곡물빵.
버터에 발라먹어도 좋고 맛은 무척 독특하다.
두번째 코스가 나오기 전 젓가락이 나온다. 어엉?????
두번째 '정면옥 남해 냉면'
그릇도 정말 예쁘지만 이게 아주 두고두고 기억이 날 것 같다.
왠 이런 식당에서 냉면? 이라고 할 지 모르지만 정식당은 원래 한식과 프렌치를 결합시킨 시도로 이름이 난 곳.
올해 초 오픈 이후에 많은 이들에게 극찬을 받은 것도 바로 한식 재료나 한식을 절묘하게 응용하고 발전시킨
창의성 때문이다.
이건 아귀를 이용한 육수에 청량고추를 더해 아주 매콤하면서도 시원한 냉면이다.
이 매콤함이 어찌나 좋던지...
난 정말 저 사발을 들고 육수를 싹 다 마셨다.
세번째 '토마토 샐러드'
흔한 샐러드가 아니다.
토마토를 이용하여 토마토 퓨레, 토마토 소르베와 모짜렐라 치즈를 곁들였는데 이 조합이 가히 환상적이다.
아... 똑같은 재료로도 이렇게 기막힌 맛의 조화를 낼 수 있구나 싶더라.
그리고 냉면의 알싸한 매운 맛을 아주 기분좋게 가시게 하는 훌륭한 메뉴.
aipharos님 감탄하면서 먹는다.ㅎㅎ
네번째 '인삼밭'
이곳의 음식 프리젠팅은 정말 기가막히다.
브리오쉬와 프와그라 무스, 파스타치오와 미삼을 올린 '작품'이다.
저 프와그라 무스를 브리오쉬에 발라 먹으면 그 궁합이 딱이다.
아쉬운 점은 프와그라 무스만 떠먹으면 좀 달다 싶은데 이왕이면 브리오쉬를 한두개 더 줬으면 하는...
다섯번째 '치킨 로드'
이 또한 오늘의 베스트라고 할 수 있다.
저온조리한 닭가슴살, 김퓨레, 김치 리조또...
닭가슴살이라면 퍽퍽한 느낌이지만 이건 도무지 닭가슴살이라고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부드럽다.
뿐만 아니라 김치 리조또. 김치의 강한 맛을 싹 제거해서 입에 착 감기는 맛이며, 난 김으로 만든 퓨레가 이토록
잘 어울릴지는 정말 상상도 못했다.
대박이야... 감탄하면서 쉴 새 없이 먹었다.
우린 먹을 때 거의 말도 안했지.-_-;;;;
너무나 친절하신 스탭분께 '저희가 너무 빨리 먹죠?'라고 물으니 놀라시며 '천천히 내드릴까요?'라고 말하시더라.
흐흐... 우린 점심도 안먹어서 굶주려서 그토록 빨리 먹는건데 음식 템포가 빨라서 빨리 먹는 줄 아셨나보다.
여섯번째 '입가심'
이건 우리가 너무나 좋아하는 루꼴라 그라니테.
상쾌하게 입안을 정화시켜준다. 아... 이런 루꼴라를 이용한 셔벗. 너무 좋아.
일곱번째 '물컹 물컹 리조또'
이번 리조또의 재료 역시 모두 한식의 재료들이다.
아귀볼살, 목이버섯, 깍뚜기, 보리에 약간의 매운탕 소스를 넣은, 안어울릴 것 같으나 기가막힌 조화를 이루는 놀라운 리조또.
여덟번째 '숭어'
이날의 main은 '숭어'다.
대박이다... 생선을 이렇게 완벽하게 구워내는구나.
결대로 살살 찢어지는 이 식감은 완전히 스테이크 뺨을 후려치는구나.
게다가 아래 깔린 갑오징어의 부드러우면서도 씹는 맛이 나는 식감과 대파 소스가 완전 일품이다.
대파 소스 정말 대박.
우린 정신 못차리고 만족하고 있는데 메뉴가 바뀐지 얼마 안되어 음식이 안정화되지 않았을 것 같아 죄송하다며
삼겹살 메뉴를 특별히 내주셨다. 이렇게 감사할 수가...
이건 양파 퓨레와 삼겹살, 고추장아찌를 올린 것인데 아주 고급스러운 보쌈을 먹는 기분.
이거 원래 있는 메뉴로 '오감만족 돼지보쌈'이라고 잘 알려진 메뉴.
양파 퓨레가 정말 잘 어울리더라.
아홉번째 '팥'
팥아이스크림(정말 좋더라!), 쵸코케익에 발사믹을 졸인 소스.
데코레이션도 인상적.
게다가 쵸코케익에 발사믹을 졸여 만든 소스를 얹었는데 이게 또 멋진 조화를.
이곳의 가장 큰 강점은 재료의 조화가 완벽하다는데 있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커피와 차.
aipharos님은 에스프레소를, 나는 차를 부탁했다.
그랬더니... 마들렌과 마카롱이 곁들여진다.
마들렌 막 구워낸듯 촉촉하고 부드러운 것이 정말 일품.
마카롱은 마카롱이라기보다는 쵸코 케익이 더 어울리는 듯.
이건 내가 부탁한 '스윗 진저 피쳐 티'.
향이 은은하면서도 강렬한.
바로 이거.
정말 자~~알 먹었다.
다시 오고 싶은 곳.
*
음식도 좋았지만 이곳의 여성 스탭분은 정말 최고다.(남성 스탭분도 완벽하지만!)
아마도 리스또란떼 에오의 여성 스탭분(여쉐프님의 와이프되시는)과 막상막하의 자연스러운 친절함, 나긋나긋하지만 설득력있는 목소리,
부담없는 미소가 단연 최고다.
우리보고 음식을 아주 싹싹 비워주셔서 너무 감사하다고 하시던데 감사는 우리가 해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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