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하게 기억납니다.
고인이 대통령에 당선되기 바로 전날.
정몽준이 공조를 깨면서 오히려 이건 '호재'가 될 거라 생각하고 정말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대선 결과를 친구와
지켜봤던 그 날. 정말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수직적 관계로 뒤덮힌 권력의 속성 속에, 서민 대통령, 기반없는 대통령, 기득권 세력의 이해관계에 위협이 되는
대통령이란 이유로 조중동과 찌라시들이 달고 물어뜯어 제대로 된 국정 한 번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던 고인을 전 지지했었습니다.
그래선 안되겠지만, 그 지위라는 것이 자신이 꿈꾸고 이상으로 삼았던 정책들을 다 추진할 수 없었을 거라 생각
했었지만 고인에 대한 비판과 지지율 하락은 점점 더 심해져만 갔습니다.
꼴보들은 고인을 '좌파'라고 비난했고, 진보진영에서는 고인을 '변절자' 내지는 '중도우파'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래서 고인은 자신을 어느 자리에서 '좌파 시장주의자'라는 씁쓸한 말로 표현하기도 했었죠.
그러다 FTA 논쟁이 발발했습니다.
이때는 저도 고인을 옹호할 수 없었습니다.
아는 사람은 알다시피 FTA는 미국이 우리에게 요청한 것도 아니었고, 참여정부가 미국에게 먼저 제안한 것이었기 때문이죠.

한미 FTA가 비준되면 전혀 보호받지 못하는 다수의 서민들의 삶이 어찌될 지 도무지 낙관할 수 없는것이 분명했기 때문에

'도대체 왜?'라는 원망으로 고인을 비판했습니다.
고인은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분배'와 '성장'을 같이 추구할 수 있는 길 중 하나라고 판단했을 수 있지만
왜 그런 패착을 둬야했는지 전 정말 원망스러웠습니다.
자이툰의 파병 역시 실망스러웠지만, 전 자이툰의 파병만큼은 한국의 대통령으로 어찌할 수 없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스크린쿼터가 신자유주의의 잣대에 따라 대폭 축소된 것도 그때 일이지요.
그럼에도 전 고인을 미워하지 못했습니다.
방식의 문제는 있었지만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고자 현재의 인프라에서 무수한 시도를 했었고, 복지와 여성부에
대한 지원 역시 대폭 강화했었습니다.
여성부는 아시다시피 이 쥐새끼 정권이 들어서면서 없어졌다고 봐야하고, 이 쥐새끼 정권이 들어서서 가장 먼저
한 일 중 하나가 복지 예산의 감축이었고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모조리 뒤집어 엎는 일이었지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신을 향한 비판을 무소불위의 힘으로 무자비하게 탄압하진 않았다는 겁니다.
조중동에 대한 비판은 기사를 통해 권력화하는 이들에 대한 저항이었을 뿐이죠.

전 오늘 고인의 가시는 길을 저녁에서나 TV로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어머님께서는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르시는지 눈물을 계속 흘리셨고.
aipharos님도 눈물을 참지 못했습니다.
고인이 대통령이라는 최고 권력자의 자리에 있었을 때의 공과에 대해선 시각에 따라 많은 차이가 있을 수 있어요.
하지만 분명한 건, 저는 그렇게 비판하면서도 고인을 미워하지 못했었다는 겁니다.
왜냐하면 그건 고인이 단순한 대통령이라기보다는 우리 시대가 간직한, 가장 국민의 눈높이에서 국민을 대하려고
했던 유일한 '권력자'였기 때문입니다.

고인이 퇴임 후 봉하마을에서 격의없이 사람들과 지내는 사진들이 올라오자 찌라시들과 꼴보들은 그걸 인기를 위한
이벤트라고 몰아댔었습니다.
우스웠어요. 그래, 이벤트라도 좋으니 어디 너희들은 흉내라도 내봐라.
저렇게 허구한 날 이벤트하려면 너희들 저렇게라도 할 수 있을지.
얼마전 2MB가 '박대통령 이후 처음'이라며 모내기한 사진을 보셨는지요.
논에 장화신고 들어가서(장화야 요즘 신는 경우도 많다지만) 하얀 티셔츠에 소매도 걷지 않고, 시계도 빼지 않고
살짝 논에 손만 담근 사진.
누군가는 측근들이 정말 바보아니냐... 저런 사진 나가면 욕먹는 거 뻔히 알텐데 그런다고 난리들이던데.
정말 답답하더군요. 저 인간들은 그게 잘못인 줄 아예 생각할 줄 모른다는 거죠.
그런 삶 자체를 이해할 수 없는 종자들이라는거죠.

최고권력자를 지낸 분이 시골로 내려가 함께 땀을 흘리며 격의없이 지낸다는거.
정말 쉬운 일일까요?
그리고 고인이 생전에 자신을 비판하는 자들을 그렇게 무자비하게 짖밟았나요?
물론 소요를 진압한 적은 있습니다만. 지금처럼 자신의 사리사욕과 이익을 위해 권력을 휘둘렀나요?

답답합니다.
분하고 답답하고 억울합니다.
그저 소탈하게 살고 싶었던 분을 밝혀지지도 않은 일들을 갖고 거의 매일 검찰은 브리핑하고 찌라시 새끼들은 이를 확대 재생산하고,

조중동을 비롯한 찌라시 새끼들은 파파라치가 되어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고인의 가족을 '연금'시켜 버렸습니다.
2MB 정권은 다들 아시다시피 의도적으로 고인을 흠집냈습니다.
이건 늘 말해왔듯 꼴보들이 죽어라 '좌빨'을 얘기하는 것과 같은 이유입니다.
누가 뭐라든 현 개막장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면 '좌빨'로 몰아댑니다. 누가 뭐라든 그냥 짖어댑니다.
물론 어용 찌라시들이 주연을 맡죠. 그럼 의도하지 않았어도 여론은 '좌빨'과 '보수'로 나뉘어버립니다.
정치적 위협상대를 하나의 거대한 '좌빨'이라는 세그먼트로 간단히 통일시킵니다.
좌빨의 아이콘이 고인이라는 가정으로 그들은 무조건 고인을 흠집냅니다. 고인을 좋아했건 고인을 좋아하지
않았건간에 무의식적으로 사람들 머리 속에 남아있는 고인에 대한 청렴함과 도덕성을 깔아 뭉개버리면 사람들은
좌파 정치인도 별 수 없어...라는 어이없는 인과관계를 머릿 속에서 성립시켜 버립니다.
그런면에서 이 개막장 정부는 무식하고 저열하고 파렴치한 짐승새끼들이지만 동시에 영리하기까지 합니다.
그들이 개소리를 부르짖으면 대부분의 국민들이 따라서 개소리를 냈잖아요.
결국 사람들은 청렴한 정치인에 대한 마음 속 깊은 곳, 자신도 의식하지 못했던 기대가 무너지게 되니 이걸 노린거죠.
이 개막장 정부.
그리고 그들의 의도에서 한 발 더 나아갔지만, 그들의 의도와 크게 다름없이 이런 비극이 생기고 말았습니다.

이 정권들어서.
우린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 사건을 겪으며 이 정부가 얼마나 파렴치한지 완벽하게 목도하게 되었고,
용산참사와 고인에 대한 표적 수사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건을 통해 법도라는 것이 이토록 완벽하게 권력자와
기득권, 부유층을 위해 휘둘러지는 것을 똑똑히 목도하게 되었습니다.
집 근처 초등학교에는 커다랗게 영어로 'Go for It, Dream Big XXXXX'따위의 영어 캐치프레이즈가 붙여있고
수많은 민영화를 이미 진행 중이며, 대기업만을 위한 경제 정책을 통해 서민 경제는 그야말로 박살이 나고
있습니다. 경기지표가 나아졌다고 개소리를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재벌 대기업들의 사정이죠.
그건 서민들이면 모르는 사람들이 없을 겁니다.
겨우 1년 반 지난 정권이 해놓은 이 수많은 막장 짓을 잊고 지나간다면 고인의 죽음을 헛되이하는 것 뿐 아니라
우리 아이들에게도 볼 낯없는 어른들에 지나지 않겠죠.

전 지금.
대통령 노무현이 아니라 '인간 노무현'의 모습을 그리워합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스스로에게 다짐합니다.
절대로 잊지 않겠다고.
절대로 절대로 절대로 잊지 않겠다고.
그리고 희망을 이 나라에 버린지 오래지만, 최소한 아들에게 부끄러운 아버지가 되지 않을 거라고.

미세스봉님이 네이버 블로그에 올리신 고인의 사진들을 보면서 얼마나 가슴이 먹먹했는지 모릅니다.
편히 쉬세요.
더러운 권력과 잡스러운 짓에 눈감고 입막고 귀닫았던 국민들의 마지막 송구스러움이 고인의 죽음을 헛되지 않도록 할 겁니다.
편히 쉬세요.
정말 이제 편히 쉬세요.


*
뒤늦은 후회지만.
작년에 봉하마을에 가서 일하고 같이 탁주 한 잔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가지 못한 것이 많이 후회가 됩니다.
오늘 작년에 방영한 '다큐멘터리 3일'을 보니... 더 후회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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