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관람한 토니 스콧 감독의 스릴러 [State of Play]는 민영화된 전쟁으로 인해 막대한 부를 챙기는 민간업체의
비리를 고발하는 내용의 영화다.
징병제인 한국에선 이런 모병제나 용병제가 그닥 잘 실감이 나지 않는데, 사실상 이라크전의 경우도 미군이라고
부르는 대부분은 민간업체의 용병들을 통해 치루는 거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이 사실을 아는 분들도 이게 지금의 현상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미국은 베트남전까지도
수많은 용병을 고용해 치뤘던 전력이 있다.
그리고 그 당시 같은 막사를 사용하던 용병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 미군 병영 내에서 같은 미군 장교를 향한 수류탄
투척은 거의 300여회를 넘는 걸로 보고되었고, 자신이 맘데 들지 않는 용병이 밤에 어슬렁거리면 '저기 베트공이
있다!'라고 소리치곤 그냥 죽여버리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속보이는 낙오 학생 방지법, 모병의 시작
이전 부시 정부가 교육 개혁법이라고 추진했던 '낙오 학생 방지법(No Child Left Behind Act)'는 말은 그럴싸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군사자원의 모집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미정부가 소득 수준이 낮은 지역의 아이들을 집중적으로
군대로 끌어들일 수 있는 전략적 정책이라는 것이 사실이다.
이 '낙오 학생 방지법(이하 NCLBA)'은 전국적으로 일제히 학력 테스트를 의무화한다.(작금의 동방의 작은 나라와
너무나 유사하지 않나?) 일제고사를 통해 학생들의 데이터를 취합한다는 목적에서 우리나라와 다를게 없는데,
미국의 이 학력 테스트 역시 개인 정보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NCLBA의 항목 중에 '미국 전역의 '모든' 고등학교는 학생의 개인 정보를 군 모병관에게 제출하라. 만일 이를 거부할
시에는 후원금을 중단하겠다'(츠츠미 미카의 '빈곤 대국 아메리카'중에서)라는 항목이 있단다.
후원금을 중단하겠다...?라니 드러내놓고 교육개혁법이라고 떠드는 것의 본질을 떠벌인다.
주정부의 후원금에 크게 의존하는 곳은 빈곤 지역의 학교들이다. 부유한 지역의 학교들은 주정부의 후원금에
대한 의존율도 낮고 실제로 개인정보를 제공하지도 않는다.
이렇게 모여진 정보를 갖고 모병관들은 목록에 있는 학생들의 휴대전화로 '직접' 전화를 걸어 입대를 권유한다.
다음과 같은 미끼를 걸고 말이다. 첫째, 대학 학비를 국방총성이 부담한다. 둘째, 보직 선택이 가능하고 군대
생활 기간에도 직업 훈련도 받을 수 있다. 셋째, 아니다싶으면 제대 요청서를 낼 수 있다. 넷째, 입대하면
병사용 의료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등.
돈이 없어 대학에 못가는 학생, 의료보험이 곤란한 학생들을 집중적으로 모병의 대상으로 삼는다는 것을 누가봐도
알 수 있지 않은가. 그리고 불법이민자들은 모병관들에게 황금광이나 마찬가지고. 언제 멕시코로 강제송환될 지
모르는 히스패닉에게 군입대하면 시민권을 준다는 말보다 더 강력한 제안이 또 어딨을까?
그리고 실제로 대학학비를 받는 학생도 25%에 지나지 않으며, 대출을 받은 학생들은 졸업 즉시 빚더미에 올라
빚갚느라 또다시 군대에 용병으로 재입대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 (군에 입대하면 대출받은 학자금의
상당 부분을 국방부가 대신 갚아준다고 한다)
그리고 병사용 의료보험이란 것이 제대 후에도 아파도 군병원 또는 군보험이 적용되는 곳으로 가야하는데
그 경우 너무 많은 진료/치료가 밀려 있어(진료 한 번에 몇개월이 밀려 있기도 하다) 대책이 없다는 것.
그 이유도 어이가 없는 것이... 부시 정권이 퇴역군인협회의 예산을 연간 1억불 이상 삭감하여 병원 인력 및 시설에
대한 투자/교체등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영국 의학잡지 '란세트'에 따르면 2007년 8월 시점에서 이라크에 파병된 미군 병사의 사망자는 3,666명.
그 중 5%에 해당하는 188명이 자살을 했다고 한다.
2006년 부시 정권은 퇴역 군인의 처방약 본인 부담금을 기존의 2배로 증가시키고, 게다가 퇴역 군인이 의료 제도
이용을 신청하는 경우는 연간 250달러의 지급을 의무화했다(츠츠미 미카 '빈곤대국 아메리카'중에서)
애국과 충성을 강조하는 매파 보수들의 정권은 늘 이렇게 이율배반적이다.
우리나라의 한나라당이란 작자들이 입으론 '북한의 위협' 어쩌구 개소리하다가 '제2 롯데월드'를 허가하기로 한
걸 보면 저들이나 이놈들이나 다를게 없다는거다.(제2 롯데월드가 생기면 근접시계전은 불가하다는 걸 공군
조종사라면 누구나 알 수 있다고 이미 공군 조종사들이 증언한 바 있음에도 말이지)
군대까지 민영화해버리는거야
처음에 언급한 토니 스콧 감독의 영화 [State of Play/스테이트 오브 플레이]는 해외 전쟁은 물론 국내 대테러
사업까지 확보한 거대 민영 군수 회사의 비리를 고발하고 파헤치는 영화다.
일찌기 유명한 신자유주의 경제의 주창자 중 한 명인 밀턴 프리드먼이 '국가의 일은 군과 경찰을 제외하고 모두
시장에 맡겨야한다'고 말한 바 있는데 미국은 이제 군대까지 민영화해가고 있고 그 혁혁한(?) 성과물이 바로
이라크전이라고 보면 된다.
병력의 용병화만이 아니라 군수자원을 이동하는 모든 인원을 민간 회사에서 민간인을 통해 이루어내는 것이다.
실제로 캐서린 비글로우의 영화 [Hurt Locker]를 봐도 민간 업체에서 예산을 아끼느라 형편없는 방탄 능력의
군기자재를 납품한 것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 대사를 들을 수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부시 정권의 부통령이었던 딕 체니가 95년에서 2000년까지 CEO였던 석유 서비스, 건설
기업인 '헬리버턴'사와 전투훈련과 용병파견 업체인 '블랙워터 USA'가 있다.
민간업체의 목적인 수주와 이익이므로 당연히 일상적으로 투자될 병력에 대한 투자를 최소화하여 부실한 장비는
를 불러오고 부실한 장비는 곧 전장에서의 보다 많은 인력 손실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런 '블랙워터'사의 사업 영역은 전장뿐 아니라 911 이후 미쳐버린 미국의 국내 감찰 기능까지도 먹어
치우려고 하고 있으며 바로 이런 소재가 토니 스콧의 [State of Glory]에 반영된 것이라고 보면 된다.
블랙워터사의 용병들은 2007년 9월 16일 미국 외교관을 보호한다는 구실로 전혀 위협을 받지 않은 상황에서도
이라크 민간인을 향해 총기를 난사, 17명을 살상한 전력도 있다.
용병부대가 대부분 군제대자를 재입대시키는 방법을 택해 후유증이 심한 이들까지 전장으로 투입, 이들이
정상을 벗어난 심리적 충동 행위가 잦다는 사실은 누구라도 예측할 수 있다.
*
이태리의 뭐같은 총리 쉐키 베를루스코니 자신의 지지율이 70%라며 세계 최고 인기의 수장이라고 떠들었다.
알다시피 베를루스코니는 이태리 언론 지분의 약 70% 이상을 갖고 있는 미디어 재벌 중에서도 초재벌이다.
방송에선 죽어라 미인대회, 스타가 되는 법, 데이팅 프로그램만 깔아놓고 사회적 출구를 차단당한 젊은이들은
고루한 정치따위에 관심을 가질 수가 없다.
그리고 얼마든지 기사 편집을 유리하게 가져간다. 이런 결과가 지금의 이태리의 모습이다.
아마 2MB의 책상 위엔 베를루스코니의 자서전이 놓여있겠지.
미국의 지금 모습을 정상이라고 본다면 그 사람은 평균 소득 이하의 지역에 살지 않는 사람일 것이다.
젊은이들을 정치로부터 완전히 격리시키는 건 아주 간단하다.
1. 온갖 이름을 건 각종 정책을 실시한다.
2. 그와 함께 저소득층에 대한 모든 보조금 정책을 축소/폐지한다.
3. 친기업적 정책을 남발하고 전사적인 민영화 정책을 실시한다.
4. 학자금 대출을 확대하고 학교를 민간 기업화한다.
5. 방송/언론을 장악하여 보도 편집은 물론 오락 프로그램의 비중을 늘린다.
6. 일자리가 적어지고 국가의 공적투자가 줄어 부담이 늘어나고 소득은 줄어버린 젊은이들은 대학에 매달리고
학비를 대출받아 졸업하면 즉시 채무자가 되어 빚에 시달리고 찌든 현실을 TV의 오락 프로그램을 통해 풀고,
정치에는 철저히 무관심하게 된다.
이게 정말 이태리와 미국에서만의 현실인가?
동방의 어느 작은 나라에선 이미 도를 넘어 진행되고 있진 않은가??
가장 답답한 건 서민을 '소모적 자원'으로 보는 저 개같은 것들 뿐만 아니라 국민들 스스로의 인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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