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 y a longtemps que je t'aime/ I've Loved You So Long] directed by Philippe Claudel
2008 / 약 115분 / 프랑스


스포일러 없습니다. 따라서 글을 제대로 쓸 수가 없어서 짧게 올립니다.

영화는 15년을 복역하고 나온 줄리엣(크리스틴 스콧 토마스)이 초췌한 표정으로 담배를 피우며 대기실에 공항
까페에 앉아 있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녀의 동생 레아(엘사 질버쉬타인)가 달려와 그녀와 반갑지만 어색한 만남을 하는 것으로 이어지죠.
줄리엣은 레아의 집에서 직장도 알아보고, 레아의 베트남계 입양아인 두 딸들과 시간도 보내면서 일상적인 삶을
시작합니다. 하지만 그녀는 늘 말이 없고 좀처럼 말을 하지 않아요.
범죄자들에 대한 사회적 갱생에 대한 인프라와 시스템이 우리보다 훨씬 발달한 프랑스지만 15년이란 복역기간은
장기복역이니 당연히 중범죄였을 것이고, 그러한 범죄자들에 대한 사회의 시선은 역시 냉혹합니다.
자신의 범죄에 대한 시선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줄리엣은 단 한번도 변명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지적이며 아름답기까지 한 줄리엣에 대한 주변의 시선은 호기심으로 넘쳐나지만 그로인해 새로운 삶이 손에 잡힐
듯 다가오지만, 늘 선을 긋고 물러나는 것은 줄리엣 자신이죠.

이쯤되면 예전에 봤던 가슴이 미어 터질 듯 했던 영화 [Boy A/보이 A]가 생각납니다.
그 아픈 결말이 기억나 이 영화를 보는 내내 가슴을 졸였답니다.
사실 이 영화는 15년 이상을 떨어져 있었던 두 자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두 자매의 사랑을 놀랍도록 훌륭한 두 배우, 크리스틴 스콧 토마스와 엘사 질버쉬타인의 아름다운 열연으로
잘 살려냈어요.
초췌하면서도 옅은 미소, 그리고 상대를 바라보기보다는 촛점을 맞추지 않은 듯한 무심한 시선, 그리고 그 안에
담긴 따스한 마음의 줄리엣역을 맡은 크리스틴 스콧 토마스의 연기는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어떤 마음이면 이런 연기가 나올 수 있는지 모르겠어요.
최근에 본 그 어떤 영화에서의 연기 중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덕분에 마지막의 긴 울림은 두고두고 기억될 것 같아요.

프랑스 영화는 지루하다...라고 혹시나 생각하시는 분께 꼭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아울러 아이를 가진 분들께도.

*
필립 끌로델 감독은 이 작품이 장편 데뷔작입니다.
안정적인 연출로 다음 작품이 기대되네요.

**
제목은 두 자매가 어릴 적 함께 피아노를 치며 부르던 노래입니다.

***
크리스틴 스콧 토마스는 [Life as House], [Gosford Park]와 걸작 스릴러인 [Ne le dis à personne/ Tell No One]
에서도 볼 수 있었습니다. 최근에 미국 개봉한 [Confessions of a Shopaholic]에도 나오네요.

****
이 영화에는 과거 프랑스 영화에서 느낄 수 있었던 섬세한 심리 묘사와 정적인 연출을 정말 오랜만에 느낄 수
있습니다. 과하지 않고 일상의 편린들을 좇는 시선을 그대로 느낄 수 있어요.
드라마가 그렇게 단단하진 않지만, 그러한 단점을 충분히 메울만한 진중한 울림이 있습니다.
이런 프랑스 영화는 오랜만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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