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찮게 최근에 본 영화들이 모두 답답한 지금 우리나라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더군요.
모아서 올려 봅니다.
[Changeling/체인질링] directed by Clint Eastwood
2008 / 약 141 분 / 미국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님의 [체인질링].
일단 이게 사실이라는게 믿어지기 힘들 겁니다. 어디 도무지 말이 되어야 말이죠.
그런데 달리 생각해보면 지금 우리나라도 권력의 개가 되어 쉴새없이 짖어대는 경찰의 작태를 보면 또 없을 일도
아니죠. 1920년대에 미국에서 실제로 일어난 이 황당무개한 사건의 핵심이 2009년, 거의 90년이 지난 한국에서
버젓히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정말 씁쓸하게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네요.
아시다시피 아이가 유괴되고 경찰이 비난을 피하기 위해 엉뚱한 아이를 아들이라고 데려다주고는 자신의 아이가
아니라고 항변하는 엄마를 자기 자식도 못알아보는 정신이상이라고 몰아대고 급기야는 정신병원에 쳐넣기까지
하지요. 보다가... 속이 터지고 미어지는 장면이 어디 한 두번이 아닙니다.
지난 번에도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님같은 분의 시선이 바로 진정한 보수주의자의 신념을 대변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 생각은 더더욱 굳어졌습니다.
그는 전통적인 청교도적 가치를 중시하지만, 약자를 권력으로 누르고 사실을 호도하는 수직적 세력을 절대로 눈뜨고
보지 않습니다 그의 최근작은 모두 그러한 신념이 반영되어 있지요.
이 말도 안되는 실화를 건진 건 순전히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님의 균형잡힌 시선입니다.
그덕에 이 영화는 필요이상으로 감동을 요구하지 않아요. 이게 어디 쉬운 일일까요?
*
영화 내용과 사실이 조금 다른 것이 있어 적습니다.
희대의 살인마 중 하나인 Gordon Northcott(고든 노스콧)은 영화에 나오는 사라가 누이가 아닌 할머니입니다.
근친상간에 의해 태어난 건데, 사라의 남편과 사라의 딸 사이에서 나온 자식이에요. 할 말이 없죠.
게다가 고든은 어렸을 때부터 성적 학대를 받았습니다.
사라 역시 고든의 살인사건을 도운 혐의로 무기징역에 쳐해졌습니다.
http://www.geocities.com/verbal_plainfield/i-p/northcott.html
이에 대한 더욱 자세한 내용은 네이버 블로거 곰녜님이 자세히 정리하셨더군요.
http://blog.naver.com/k8h8jlove?Redirect=Log&logNo=20060826525
**
다시 얘기하지만 이 영화는 사실을 부정하고 거짓으로 일관하며 더러운 입으로 법과 원칙을 내뱉는 지금 이 정부가
반드시 봐야할 영화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잘못을 바로 잡는 것은 개인의 침묵이 아니라 개인의 용기와 연대 의식이죠.
[Frost/Nixon/프로스트/닉슨] directed by Ron Howard
2008 / 약 분 / 미국
닉슨에 대한 영화는 징그럽게 많습니다.
가장 유명한 영화 중 하나가 Alan J. Pakula 감독님의 [All the President's Men/대통령의 음모]죠.
이 영화도 역시 역사적 사실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활동 중인 데이빗 프로스트라는 토크쇼 진행자가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고 미국 방송국으로 재진출하기 위한 목적으로 창피한 사건으로 낙마한 닉슨 대통령과의
토크쇼를 추진합니다.
하지만 노련하고 능글맞은 달변가 닉슨과 맞서면서 역사적 사명과 방송인으로서 각성, 역사에 남는 명인터뷰를
하게된 과정이 나오게 되지요.
론 하워드 감독의 장기인 정중동의 연출이 두드러진 영화라고 봅니다.
그리고 이 영화는 대통령들이 자신을 메시아적이고 전지전능한 무소불위의 사명감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아주 잘
드러내고 있어요. 즉, '그것이 불법이지만 내가 하면 나라를 위한 것이다'가 되는거죠.
딱... 지금의 어느 나라의 미친 대통령과 너무 비슷하죠?
하지만 닉슨 대통령은 이 미친 대통령에게 배울게 너무 많습니다.
말이 많다보면 자기 함정에 빠지는 법. 이 미친 대통령은 닉슨과 달리 그 자신이 함정이고 블랙홀이어서 오히려
철저히 그 성격이 일관화되죠. 사람들도 그러려니하고 말입니다.
*
이 영화는 역사적 사실을 극화했으면서 다큐적인 기법은 배제합니다.
그리고 절대적으로 프로스트와 닉슨의 심리와 힘겨루기의 긴장감을 묘사하고 있어요.
그 결과는 생각보다 긴박한 재미를 줍니다.
**
조연으로 주로 많이 나오던 Frank Langella는 이 영화에서 닉슨을 열연, 제가 아는 한 그 인생 최고의 연기를
보여줍니다.
그는 닉슨을 비롯한 대부분의 권력자들이 문제를 피해가는 방법인 '치매 화법'을 구사합니다.
질문을 하면 밑도 끝도 없는 가지치기를 하고 한 얘기 또하고... 상대방 질문이 뭐든 자기 할 말만 하는.
요즘 아주 질리게 보고 있죠? 저희들도 말입니다.
[Che Part 1: Argentine/체 1편] directed by Steven Soderbergh
2008 / 약 126분 / 미국
체 게바라에 대해서는 여러 말이 필요가 없을 만큼 대중적인, 혁명의 아이콘이 되어버렸습니다.
우리 꼴보들 논리라면 체게바라는 빨갱이 중의 빨갱이죠. -_-;;;;;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야심작 [Che]는 2부작으로 나뉩니다. 1편은 쿠바 혁명까지, 2편은 이후의 그의 게릴라
연보에서 죽음까지 다룹니다.
체 게바라를 죽음으로 이끈 것은 이젠 다들 아시듯 미국의 CIA입니다.
미국의 CIA가 볼리비아 정부를 핑계삼아 체포하고 바로 다음 날 처형해버렸죠.
그뿐만 아니라 보수파들은 아직도 체 게바라의 흠집내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그가 잔인하고 냉혹한 성격이었다(이 부분은 참... 할 말이 많습니다), 살인을 즐겼다, 볼리비아과에서 체포될 때
그는 혁명 영웅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순순히 투항했다(혁명 영웅의 모습이 뭔대?)...
책으로도 나오고 별 짓을 다해서 체 게바라를 폄하하려 들죠.
필요 이상 감상적이 될 필요가 없지만 역사적으로 그가 이루고 남긴 말들은 신자유주의가 세계를 집어 삼킨
현재에 더더욱 곱씹을 만 합니다.
그런 체 게바라를 스티븐 소더버그가 카메라에 담을 때는 그 배역을 맡은 베네치오 델 토로도 그렇고 둘 다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을거에요.
베네치오 델 토로는 카리스마보다는 인간의 모습으로 이 영화에서 그 모습을 드러냅니다.
천식으로 고생해서 행군도 힘들어하고 때때로 카스트로와 의견도 충돌하는 모습들 말이죠.
이 영화에 대해서는 당연히 호불호가 갈릴 수 있습니다.
극적인 게릴라전을 생각하고 보다간 낭패일 수 있어요. 스티븐 소더버그는 애당초 게릴라전을 통해 영웅이 된
체게바라가 아니라 민중의 평등과 막시스트적 자산의 분배를 강조한 그의 신념을 조명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어머님도, aipharos님도 정말 재밌게 본 영화랍니다.
*
베네치오 델 토로의 연기는 역시 훌륭합니다.
후반부 체 게바라를 흠모하는 역으로 나온 여성은 María Álvarez(마리아 알바레즈)입니다.
전 그녀의 2004년작 [Maria Full of Grace]를 보고 정말... 뭐라 말못할 분위기라고 생각했었답니다.
**
공산주의가 발붙일 곳이 없는 세상에서 체 게바라는 오히려 자유의 상징이 되고 자본논리에 의해 이용되는
가장 잘 팔리는 상품이 되었습니다.
스티븐 소더버그는 이러한 시선이 사뭇 못마땅했던 것 같네요. 영화를 보면서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Body of Lies/바디 오브 라이즈] directed by Ridley Scott
2008 / 약 128분 / 미국
이 영화 네 편을 모조리 묶어서 글을 올리는 건 이 네 편이 모두 다루는 소재와 장르는 달라도 결국 말하는 것은 똑같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리들리 스콧의 이 대작도 아무 근거없이 깡패처럼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한 후 친미정부를 수립하고,
그들의 압도적인 군사력과 정보력을 이용해 저항세력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는 위대한 미국의 폭력성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물론... 늘 그렇듯, 리들리 스콧의 영화엔 반드시 good american이 등장합니다만 인상을 찌푸릴 정도는 결코 아닙니다. -_-;;;;;;;
러셀 크로가 맡은 CIA 고위간부 호프먼은 랭글리 본부에 앉아서 현장에서 목숨을 담보로 뺑이치는
정보원 로저 페리스(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일거수 일투족을 UAV(고스트 리콘에서 해보셨죠...?)와 위성을 통해
정확히 전달받고 자기 아들 운동하는 곳에 가서도 태연하게 전화로 일일이 페리스에게 명령을 내리곤 하죠.
그덕에 마지막 페리스가 호프먼에게 던지는 '어느 곳도 안전한 곳은 없죠'란 말이 보다 더 설득력을 갖게 합니다.
이 영화에선 미국이 자기나라 윤전기 미친 듯이 돌려서 뽑아낸 돈으로 연구하고 만들어낸 최첨단 첩보 시스템을
통해 타국을 어떻게 견제하고 어떻게 압박하는지 분명히 보여줍니다.
이미 1차 세계대전에 그 모습을 전세계에 본격적으로 보인 이후, 세계의 악의 축은 바로 미국이었죠.
하지만 저와 같은 많은 이들이 이러한 모습을 심지어 영화로까지 목도하면서 그냥 러닝타임이 끝나면 잊어버리곤
합니다. 아니면 '우리가 어쩔 수 있겠어'라고 넘어가버리죠.
데이빗 크로넨버그는 미국 사회에 뿌리깊게 뻗어있는 '폭력'의 역사를 평범한 가정 속에서 드러내어 그 끔찍함을 더해준바 있습니다.
필리핀, 라틴 아메리카, 중동, 아프리카 전 세계의 개도국과 후진국에서 벌이는 미국의 이 더러운 탄압은 정말
이제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큰 목소리로 말해야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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