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nen Som Elsket Yngve/잉베를 사랑한 남자] directed by Stian Kristiansen
2008 / 약 90분 / 노르웨이

세월이 흐른 뒤 우리의 성장기를 되돌아보면 우린 한없는 그리움과 약간의 부끄러움, 그리고 가슴 짠한 설레임과
후회를 모두 느끼게 됩니다.
어른들은 자신들도 그런 시기를 보내왔다고 큰소리치면서 마치 청소년들을 이해하는 척 하려고 들지요.
인간은 망각의 동물인지라 시간이 지나면 자신의 처해있던 그 오래된 옛기억은 모두 잊어버리기 마련입니다.
그들에게 남은 건 가끔 돌이켜 반추해볼 법한 정지 화상들 뿐이에요.
그저 청춘이 스틸 컷이나 긴 시간을 캡쳐한 캡쳐 이미지로만 남는거죠.

소수의 '성'은 여전히 어려운 이야기입니다.
동성애나 성정체성 문제에 대해서는 가슴과 머리가 따로 노는 경우가 비일비재한데다가 드러내놓고 노골적으로
적대적인 분들도 아직 상당히 많습니다.
사회의 시선이 누그러워졌다면 그 소수의 동성애자들이 왜 그렇게 힘들어해야할까요.
아... 그런데 꼭 그렇지는 않은 듯 합니다. 자신의 육체와 자신이 겉으로 표방하는 상징성을 스스로 거부하고 있다는
그 불안한 심리는 당사자가 아니라면 죽어도 알 수 없을 만큼 괴로울 거에요.
그래서 정작 하고 싶은 말과 행동이 영 엉뚱하게 자신을 합리화하고 속이려고 들곤 하죠.

결국,
우리의 청소년기의 그 복잡한 추억은 소수의 동성애자들이 겪는 그것과 근본적으로 그 메커니즘만큼은 비슷합니다.
청소년기의 그 복잡한 기억은 어른들이 이해할 수 없는 그들의 고민이고, 동성애자는 이와 비교하기 힘든
사회적인 도덕과 자신의 존재에 대한 싸움으로 괴로운 것이라는거죠.

이 영화 [잉베를 사랑한 남자]는 2008년 노르웨이에서 가장 흥행에 성공한 영화랍니다.
독일의 장벽이 허물어지는 89년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작년에 국내의 제천음악영화제에서 상영이 되었을 정도로
음악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주옥같은 80년대의 음악들이 등장하겠지요?
주인공 얄레의 방에는 Jesus and Mary Chain의 포스터가 걸려있고, 그는 My Bloody Valentine의 티셔츠를 입고 있기도 합니다.

전형적인 북유럽 꽃미남 잉베는 David Sylvian(데이빗 실비앙)의 Japan이 발표한 음반 중 대표작이자 역작인 [Tin Drum]을

얄레에게 건네고 그 음반의 대표곡 중 하나인 'Ghosts'를 듣죠.
이외에도 엔딩송은 Joy Division의 'Love Will Tear Us Apart'가 흐릅니다.

멋진 밴드 생활을 꿈꾸는 얄레는 절친한 친구 헬게, 그리고 아름다운 연인 카트리네와 함께 '마티아스 러스 밴드'
라는 그룹을 결성하여 빛나는 청춘을 보냅니다.
그러던 어느날 같은 반에 전형적인 꽃미남이며 수줍은 듯 조용한 잉베가 전학을 오죠.
얄레는 잉베와의 첫 만남에서 묘한 호기심을 느끼고, 이후론 겉잡을 수 없이 잉베에게 빠져들어갑니다.
하지만 누구나처럼 얄레 역시 그런 자신을 버티기 힘들어하고, 점점 밴드 생활과 모든 것이 꼬여들어가기 시작합니다.

이 영화는 젊음을 반추하는 시선을 결코 높은 곳에서 내려 보지 않습니다.
이 영화에는 빛나는 청춘, 하지만 다시 돌아오지 않을 청춘에 대한 강한 연민과 애정이 담겨 있어요.
특히 마지막 장면은 너무나 인상적이지요. 게다가 Joy Division의 곡제목과 가사도 기가막히게 잘 어울립니다.
가끔 그 시절을 반추하다보면 저도 모르게 말이 많아집니다.
민성이에게도 그래요.
내게 단 한 번 빛났던 그 기억들을 얘기하다보면 저도 모르게 말이 많아지고 목소리가 커지는거죠.
아직까지 전 그 시간이 다 사그러들었다는 걸 인정하기 싫은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되돌아보면 쓸쓸해집니다.
아, 그 시간은 정말이지 다시 돌아올 수 없구나하는 당연한 자각을 또 하면서 말이죠.

꼭 보시길 권합니다.


*
북유럽 성장 영화 중 제가 결코 잊지 못할 영화가 또 한 편있는데요.
그건 Lukas Mudysson 감독의 스웨덴 영화 [Fucking Åmål](1998)입니다.


**
Japan은 80년대에 유행하던 영국의 Synth-Pop(신스팝) 그룹입니다.
하지만 이후에 등장한 Culture Club이나 Duran Duran과는 다소 차이가 많았어요.
훨씬 비대중적이었고, 매니아적이었죠.
Roxy Music과 그 당시 무지하게 비교되곤 했습니다. Japan의 리더 David Sylvian은 Roxy Music의 핵이었던
Brian Ferry와 엄청 비교되었습니다. 사실 전 David Sylvian을 좋아했죠.
전 Japan을 초딩때 알긴 했는데 그게 우리 친누님 때문이었습니다.
친누님 역시 음악을 무척 많이 들었는데 그 당시 중학생이던 누나가 자기 방에 Japan의 사진 중 멤버들이
쭈르르~ 변기에 소변을 보는 자세를 하고 머리만 뒤돌아보고 있는 사진을 걸어 놨었어요.
누나가 가장 좋아했던 뮤지션 중 한 명이 David Sylvian이었습니다.
이후 Duran Duran의 Nick Rose를 연상시킬 정도의 꽃남이었죠. -_-;;;

Japan의 대표곡 중 하나인 'Ghosts' 한 번 들어보시길.
Youtube에 하도 데이빗 실비앙의 근래 어쿠스틱 버전만 있어서... 올려 봅니다.

 

 

 

'Ghosts' - Japan (1981)

이 곡은 대표작인 [Tin Drum]에 수록된 곡입니다. 이 앨범 커버에는 마오쩌둥도 등장하죠.
이 곡에는 그 유명한 류이치 사카모토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류이치 사카모토가 누군지 모르겠다는 분들도 당연히 있을 수 있는데...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께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마지막 황제]에 나온 음악이 바로 그의 작품이라는 것과,
애니를 좋아하는 분께는 가이낙스를 유명하게 만들어주면서 돈은 궁핍하게 만들었던 [왕립우주군 ; 오네아미즈의
날개]
라는 애니메이션의 음악을 맡은 것이 바로 류이치 사카모토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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