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외 선생님 얘기는 아닙니다.

전 워낙 까탈스러운 성격이라 남에게 피해받는 걸 싫어합니다.
아무 생각없이 늦게까지 떠드는 이웃도 싫고, 미친듯이 짖어대는 개를 그냥 내버려두는 주인들도 싫어요.
음식점에서 아이들이 돌아다니는거야 이해하지만, 괴성을 지르며 난리를 쳐도 웃으며 내버려두는 부모들도 싫습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가장 짜증나는 건 죽어라 끝까지 휴대전화를 붙들고 떠드는 이들이구요.
사람사는게 다 그렇다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냥 무심하게 넘어가는 경우도 많으니 전 참 인생 피곤하게 사는거죠.
그런데.
남에게 피해받는게 싫으니 저도 남에게 피해주는게 싫습니다.
우리 민성이가 어른들에게 예의없이 나대는 것도 싫고, 사람들 많은 곳에서 자기 집 안방인양 구는 건 용서못해요.
저도, aipharos님도 마찬가지입니다.
이건 아이를 옭죄는 게 아니라고 전 믿어요.
민성이를 잘 키운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저도 설렁설렁 대충 스타일의 아빠가 되어서 그런 좋은 아빠라곤 정말
진심으로 눈꼽만큼도 생각하지 않아요.

다만, 민성이에게 자주 당부하는 것이 있습니다.
누구누구의 엄마가 어떻고, 누구누구의 아빠가 어떻고 이런 식으로 떠도는 아이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이지 말라는거.
그리고 누군가 아이들을 자꾸 괴롭힌다면 그 아이는 분명히 외로운 거라고.
그 아이들을 너까지 외면하면 아빠는 널 아들로 생각안한다고 정색을 하고 말합니다.

물론 민성이가 정서적으로 만끽하는 기분은 맘대로 풀어 놓습니다.
그 모습은 아이들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고, 마땅히 어른들이 지켜줘야할 의무라고 믿어요.
제가 늘상 이 곳을 통해 학원을 뺑뺑이 도는 아이들이 불쌍하다고 말하는 건 단지 아이들이 벌써부터 학업의
노예가 되다시피해서 사는 것만을 우려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아이들이 자랐을 때의 이 나라의 모습이 눈에 훤히
보이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서로 싸우고 교제하고 얘기하면서 사회성을 습득하는 법이잖아요.
그 속에서 어른들의 안내가 있으면 보다 더 상대를 배려하고 이해하는, 자연스럽게 문화적 다원성까지도 인정하고
포용할 줄 아는 인식이 자리잡을 수 있다고 믿습니다.
학원을 다닌다고 이러한 인식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 아니라, 성적 지상주의가 저희때와는 비교도 안되게 만연하면서
서로를 배려하고 이해하는 법을 점점 잊어버리고, 심지어 노는 법도 잘 모르는 아이들을 보면 이 아이들이 커서
이 나라의 중심이 될 그 시기에 삭막하고 각박한 모습이 그려져 정말... 많이 슬픕니다.

지금 이 나라를 좌우하는 소위 엘리트들의 저 기가막힌 작태를 보면 무엇보다 중요한 건 사람...이란 생각이 절로
다시 절감합니다.
그건 이미 다 커버려서 뇌가 굳은 후에는 어찌할 바가 없잖아요. 이미 가슴도 굳어버린 사람들을 어찌 바꿀 수
있을까요. 자신의 이익을 지키는 것이 최대의 가치이고 절대적 신념이라고 믿고 자란 인간들에게 배려와 양보,
다원성에 대한 인식을 요구하는 건 무리죠.
그래서 전 이 정권, 그리고 다수의 기득권 세력은 절대로 반성할 리가 없다고 뇌까리고 있습니다.

aipharos님과 철칙처럼 지키는 룰이 있습니다.

첫번째, 하루에도 몇 번씩 민성이를 정말 힘있게 꼭 안아주는 것.
두번째, 아이가 잠자리에 들기 전엔 세상에서 가장 기분좋은 마음으로 잠들게 하는 것.
세번째, 민성이가 사람에 대한 그릇된 편견을 갖지 않도록 하는 것.
네번째, 욕하지 말 것. 거울 앞에서 네가 욕하는 모습을 봐라. 얼마나 미운가.

다른 부분은 저도 aipharos님도 흔들릴 때가 정말 많지만, 최소한 저것만큼은 지키려고 합니다.

아이들이 자란 이후의 이 나라가 정말 우리 아이들에게 좋은 터전이 될 수 있으려면 정말 부모들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어요.
신도시라는 미명 하에 전국을 아파트로 뒤덮어버리는 이 답답한 현실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려면, 그 편의에
익숙해진 이후보다는 지금부터 환경과 공간에 대한 아이들의 자연스러운 인식이 필요하다고 보고, 그 이면에는
배려와 양보가 당연히 필요하다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이번에 공권력을 집행하면서 소중한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리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오히려 숨진 그들을 자살폭탄을 일삼는 알카에다와 같다고까지 서슴없이 말합니다.
이해하려 들지 않겠습니다. 그들은 그저 재개발을 위한 이익을 보는 것을 침해받고 저지당하는 것이 싫을 뿐이죠.
영리적 목적을 위해서라면 그 어떤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존엄성따위도 다 갖다버리는 저들을 다 치워버리기
위해서라도 우리 아이들의 교육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저 자신도 이 글을 쓰면서 다시 한번 다짐합니다.
가족을 잃고, 맘대로 부검까지 당하고 이젠 테러리스트로 몰리는 남은 가족들을 생각하면 정말 가슴이 저미고,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어디 저 뿐일까요?
그렇지 않다는 걸 알기 때문에 정말 작은 희망이라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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