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척 정신없이 하루하루가 간다.
이 와중에도 꼬박꼬박 들어와 잠시라도 글을 올리는데, 언제까지 이렇게 올릴 수 있을지 요즘은 자신이 없어진다.
글을 많이 올리다보니 이곳에서 그랬던 것처럼 또다른 곳에서도 관심가는 분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대부분 결국 온라인의 관계로만 남게 되겠지만 또다른 삶의 타인을 만나는 것은 매력적인 일이다.
그래서 이렇게 블로깅을 하는 이유도 있겠지.

나와 aipharos님은 잘 만나서 정말 결혼 10년이 넘은 지금까지 알콩달콩 잘 살고 있다.
스스로도 이런 경우가 그닥 많지는 않을거라 생각할 정도로.
그건 급하고 불같고 엄청 쪼잔하게 이것저것 다 재는 성격의 나와 느긋하고 부드럽고 포용력있는 aipharos님의
반대되는 성격과 공통된 관심사 덕도 크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결혼이 독이 될 수 있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비록 내 경우가 아니라도, 일평생 한 사람만을 사랑하라는 것은 인습적이고 사실 이데올로기적인 허상이다.
몇몇 친구가 가정이 덫이되고 굴레가 되어 피폐해지고 힘들어지는 모습을 보는 것은 친구로서 무척 곤혹스럽고 화가 난다.
'가정'이 지켜야할 것이라는 암묵적인 사회의 도덕율은 때론 몇몇 이들을 곤궁하고 심리적으로 궁핍하게 만든다.
난 요즘 내 친구 중 일부 친구들을 통해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가장 멋있었던 그 친구들이 와이프와 대화의 한계를 느끼고, 대부분의 시간을 와이프를 설득하고, 와이프에게
변명을 하는데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보면서, 그리고 깊은 한숨 속에 가급적 가족 얘기를 하지 않으려고 하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답답하다.
정말 가슴이 답답하다.
사람들은 와이프가, 남편이 그럴만한 일을 했겠지...라고 의례 얘기하고, 실제 그럴 수 있지만.
자신이 원하는 바를 상대방이 다 해줄 수 없다는 것 쯤은 정상적으로 세상을 사는 사람이라면 다들 터득하는
것 아닌가 싶다. 게다가 한번 틀어진 관계를 주워담는 일은 결코 쉽지가 않다. 일방의 노력만으로도 절대로
불가능한 것 아닌가.

가끔 내 턱밑까지 할 말이 차오르지만,
다른 이들이 하면 농담이라도 내가 던지면 진심이고 비수가 될 수 있어 참곤 한다.
그래도.
'그만 그 울타리를 깨라. 너도 못산다'라고 말하고 싶다.


*
내 주변에서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후배들이 있다. 남자도, 여자도.
얼마전 메신저로 내가 개인적으로 무척 아끼는 여자 후배가 그냥 안부를 건네왔다.
메신저라는게 참 희안하게도 텍스트 속에도 감정이 묻어나기 마련이다.
누가봐도 예쁘고 애교있고 발랄한 그 후배는 아직도 애인이 없다.
지금 그 후배는 정말 자신이 외로운 건지, 아니면 남자가 있어야하는건지 스스로도 오락가락하는 것 같다.
30이 훌쩍 넘은 독신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은 예전과는 달라졌다고해도 기본적으론 여전히 폭력적이다.
세상은 은연 중에 폭력적으로 인간을 길들이려고 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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