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년 박작가와 일본에 갔을 때,
일행과 떨어져 우린 둘이서 사진을 찍으러 다녔다.
아, 사실은 사진을 찍으러 다닌게 아니라 가야바초의 한 갤러리에 인사를 하러 갔던 것인데,
난 그저 박작가의 통역을 맡아 갔던 것 뿐이었다.(예전 포스팅에 관련 이야기를 올린 바 있다)

은행, 증권사가 가득한 가야바초의 골목에 작은 신사가 하나 있었고
비가 팔랑팔랑 날리는 날씨에 박작가는 Rollei 35를 꺼내서 찍었고 난 그 당시에 쓰던 20D를 꺼내
찍기 시작했다.
디지털인 20D를 미친 듯이 눌러대며 그 중 하나만 걸려라...라고 찍던 나도 그 날 만큼은 아주
조심스럽게 셔터를 눌렀다.

한국에 돌아와서 한참 후에 박작가의 노트북에서 그 날의 사진을 보고 솔직히 말하면 좌절감과
함께 피사체를 보는 시선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게 됐던 기억이 난다.(늘 하던 얘기다)

메트로폴리탄에서 똑같이 놀면서 찍은 사진도,
모스 버거에서 장난치며 찍은 사진도,
빅 사이트에 들어가고, 오오츠카에서 찍은 사진들도...
어느 것 하나 박작가의 감성을 드러내지 않은 사진은 없었다.
물론 그 사진들은 짠한 선예도를 자랑하지도, 후보정으로 떡칠이 되어 이미 사진이 사진이 아닌 듯한
그런 사진들도 아니었다.
궁금해졌었다.
도대체 피사체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길래 이런 사진이 나올까.

An**.co.kr 이란 사이트에 들렀다.
아마 요즘 본 사진 중 가장 가슴 벅찬 사진들이었던 것 같다.
필름 카메라의 설레이는 감성으로 찰나를 포착한 그 사진들.

많이 놀라고 있다.

그러다보니...
27일 내게 던져진 프레스 티켓..은 더더욱 부담이 된다.
정말 도대체 그날 내가 제대로 사진을 찍을 수 있을까?
그냥 가서 부담없이 셔터를 누르고 즐겁게 놀다오면 되지...란 생각을 하면 되는데
이상하게 그런 생각이 들질 않는다.
사진을 찍는다는게 더 기대가 됐었는데 지금은 사진을 찍는게 너무 부담이 되기 시작한다.
변덕도 참...

이 게시판에 사진들을 올릴 수나 있을까...하는 생각마저 드니까.
결과물이 엉망이어도 올리겠지만.

이런 부담이 들고 고민이 된다는건 내가 인정하든 안하든 정말 사진을 '잘' 찍고 싶다는 욕망이 있기
때문이겠지? 도대체 사진을 '잘' 찍는 다는게 뭔지 도통 오락가락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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