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ken] directed by Pierre Morel
2008 / 약 93분 / France

aipharos님도 저도 기대했던 [Taken]은 실제로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90여분간 확실히 폭발하는 아드레날린을 주체하기 힘들 정도로 발산하는 영화였어요.

전직 정보요원 출신의 브라이언(리암 니슨)은 일때문에 소흘히 한 가정에 속죄하는 마음으로 이미 이혼하여
어느 재벌의 아내가 된 전부인 레오노르(팜케 얀센)과 딸인 킴(매기 그레이스)의 집 근처로 이사옵니다.
유명 가수의 경호원을 하는 등 하루하루 딸에 대한 애정만으로 살아가는 그에게 딸은 파리로 여행을 간다며
허락을 해달라고 하지요(미성년자이므로) 브라이언은 킴에게 꼬박꼬박 전화하는 등의 약속을 받고는 여행을 허락합니다.
하지만 파리에 도착하자마자 킴은 정체모를 괴한들에게 납치당하며, 이에 브라이언은 자신의 전력을 되살려
딸을 구하러 홀홀단신 프랑스로 날아갑니다.

이 영화의 액션은 대단히 묵직하고 시원시원합니다.
피에르 모렐 감독은 액션 하나만큼은 작살이었던 [Banlieue 13/13 구역]의 연출자입니다.
게다가 촬영감독으로도 많이 활약했죠. 뤽 베송 사단치고 믿을 만한 인물 별로 없는 요즘... 그나마
정말 제대로 활약하는 사람 중 한 명입니다.
[13구역]에서도 그의 액션 연출은 발군이었습니다. 다른 건 하나도 기억 안나도 [13 구역]의 액션씬 만큼은
기억나니 아주 인상적이었던 것이 분명하죠.
이 영화에선 [13 구역]에서와 같은 탄탄하고 마샬 아츠에 가까운 배우들의 연기를 기대할 순 없습니다.
주연인 리암 니슨은 52년생. 우리 나이로 58세... 환갑이 가까운 나이죠.
그런데...
이 영화를 완전히 살아 숨쉬는 비정의 액션물로 만든 건 전적으로 리암 니슨의 공입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느낀 건, 도대체 이 나이에 이 정도의 액션을 소화하는 그가 왜 본격적인 액션물에
그닥 출연하지 않았었는지 의아할 정도로 그는 놀라운 액션을 선보입니다.
쓸데 없는 동작 하나 없이 군더더기없는 실전 체술을 선보이는 그를 보며,

그 멋진 목소리까지 더해서 감탄에 감탄을 금할 길이 없었습니다.
제이슨 본이 부럽지 않은 액션이었죠. 정말로.

게다가 보는 사람들이 당황할 정도로 브라이언의 액션은 제어가 안됩니다.
보면서 '어...어... 이래도 되는거야?'라고 할 만큼 브라이언은 가차없이 적들을 '처단'합니다. 그야말로 처단 이에요. 처단.
일말의 용서같은 거 없습니다. 그냥 죽여요.
그리고 영화는 마치 '이런 것들은 쓰레기니 죽어버리는게 나아!'라고 외치는 듯 합니다.
일반적으로 이렇게 많은 살인을 하면 그 주인공은 좋든 나쁘든 대부분 결말에 가선 죽게 되어 있어요.



이제부터 막강한 스포일러가 등장합니다. 보지 않으실 분은 패스하세요.

90여분을 조금도 쉴 틈없이 몰아치는 그야말로 '깔삼'한 이 영화는 그 재미에도 불구하고 몇몇 아쉬운 점은 지울 수가 없습니다.

딸인 킴을 꼬득여 사실상 여행에 동참시키는 아만다(케이티 케시디)는 도착하자마자 피터란 인신매매 헌터
의 정체를 모른 채 홀딱 넘어가 그와 그날 저녁 파티에서 만나 섹스를 하겠다고 하죠.
게다가 사촌들이 있을 거라는 파리의 집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킴까지 속인거죠.
그런 '방탕하고 거짓스러운' 아만다는 결국 인신매매범들에게 잡혀 간 후 약물과다로 사망한 채 발견됩니다.
이거 좀 그렇잖아요.
아만다라는 캐릭터가 재벌 양부인 스튜어트(잰더 버클리)의 막강한 재력을 통해 취할 안전망의 설정에서
벗어나기 위해 필요했던 것이고, 홀홀단신 넘어간 브라이언이 둘을 데리고 탈출하는 건 영 모양새가
아니었다는 판단에서 철저히 희생시킨 캐릭터라곤 하지만, 전형적인 공포 영화의 문란남녀 죽이기 같아서 영 거시기 합니다.
왜 공포 영화보면 꼭 숲에서 섹스한 커플은 반드시 죽이잖아요.(-_-;;;;)
성적 문란이 도덕적으로 응징되는 것처럼 말이죠.
이 영화도 그래요. 굳이 아만다가 '피터와 오늘 밤 섹스할거야'란 말은 그닥 할 필요가 없었지만, 뭔가
희생시킬 핑계가 필요했던 거 같아서 영 거시기 합니다.
게다가 브라이언의 딸 '킴'은 '처녀'죠... -_-;;;
처녀기 때문에 인신매매꾼들이 여자를 납치해서 팔아 넘기기 전에 반드시 하는 '강간이나 윤간' '마약투입'
에서 전자를 피할 수 있었습니다.
처녀인 채로 시장에 내다팔면 엄청난 가격을 받기 때문인거죠. (실제로 영화에서 킴은 50만불에 낙찰됩니다)

그냥 아무 생각없이 봐도 무방하겠지만 불현듯 이런 설정들이 쬐금 불쾌한 건 사실입니다.

게다가 마지막에 그 많은 악당들을 '죽여버린', 일말의 용서따윈 없이 모조리 죽여버린 브라이언이 아무렇지도
않게 미국 공항에 모습을 드러낼 때는 이거 참... 아무리 영화지만 난감하다 싶긴 했습니다.ㅎㅎ
오락 영화에서 뭘 그런걸? 이라고 할 수 도 있지만 그게 잘 안되네요.
프랑스 정보부 간부도 총으로 협박했고, 심지어 그의 아내에게 총상(찰과상이지만)을 입히기도 했고,
대충 봐도 30여명은 사살해버린 그가 딸을 데리고 공항을? -_-;;; 모르겠습니다.
물론 딸이 이미 여권을 뺏겼을 것을 감안, 자신의 정보망으로 여권을 위조해갔다면 모르겠지만...(그랬나?)

암튼 기가막히게 재밌었던 스토리에서 이 정도 트집은 애교라고 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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