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storante EO 에서 넘 멋진 런치를 먹고 다음에 다시 디너를 먹으러 오기로 한 뒤
나와서 요즘 쉬크한 장소라고 마구 회자되고 있는 '10 Corso Como'에 들렀습니다.
먼저, 사진은 한 장도 없습니다. ㅎㅎ
인터넷에 사진이 많이 돌아다니는데 원칙적으로 이곳은 건물 내에서 촬영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찍지 않았고, 사실 찍을 것도 없었습니다. -_-;;;;
카페의 원형 미니멀 패턴이 아주 맘에 든 것 외엔 도서/인테리어 숍도 그렇고 그닥...
솔직히 저와 aipharos님은 실망 제대로 하고 나왔습니다.
바로 경희궁으로 이동했습니다.
청담동의 한산함을 벗어나 강북으로 오자마자 왕 북적북적입니다.
이곳은 역사박물관 옆의 경희궁.
좁은 곳이지만 이런저런 이벤트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서울시립미술관 경희궁 분관에선 '미술관 내친구'라는 전시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사실 오늘은 이곳에 가려고 나온거에요.
단순하게 그냥 전시를 보는게 아니라 아이와 함께 주어진 문제에 대해 토론하며 보는 형식이고,
체험권 구입한 가족은 두가지 체험을 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라디오 오케스트라.
시각적으로는 맘에 들어서 찍어봤습니다.
직접 아래 스위치들을 이동하여 접점시키면 오케스트라 포메이션처럼 위치한 스피커들이 하나하나
실시간 라디오를 소리내어주는 겁니다. 여러 스위치를 동시에 연결하여 누르면 온갖 라디오 방송들이
다 들려나오는거죠.
다 좋은데 작품이 그냥 컨셉으로 끝난 듯한 느낌이.
이건 노동식 작가의 작품입니다.
전 노동식 작가의 작품을 좋아해요. 장흥아트센터에서도 그랬고.
침대 위아래에 양이 가득합니다. 제목이 뭘까요? ㅎㅎ '불면증'입니다.
너무 사랑스럽지 않나요?
아쉬운 건... 전시 공간과 저 바닥의 러그가 너무 초라했다는...
이것도 역시 노동식 작가의 작품.
노동식 작가는 순간 사라져버리는 현상을 구현하여 묘한 느낌을 주고 있어요.
헉... 벼...벼...변이...
첫번째 체험입니다.
설문테스트의 문항을 적어서
이곳에 내면 성격에 맞는 각자의 향기를 만들어 줍니다.
20가지의 향기 샘플이 있는데 민성이는 이 중에서
'완벽주의자의 정확함', '몽상가의 상상력', 'Yes맨의 흡수(헉...)', '성공한 이의 이해심(무어시라?)'
이렇게 섞어주더군요. 그래서 나온 향기가 제법 좋았어요.
이건 '1000인의 체취'
여러사람의 향기 샘플을 모은 것.
이 역시 여러사람들이 저희처럼 참여한 향기를 모아놓은 건데요.
다른 사람들도 이 병을 열어 냄새를 맡아볼 수 있습니다.
저희도 여러 사람의 성격향기를 맡아봤습니다. 허억... 몇몇 사람들의 향기는 엄청 이상하더라는.
작품의 일부로 참여한 사람들의 향기를 이렇게도 모아 놓습니다.
이 작품은 어디선가 본 듯 하긴 한데...
전시 자체는 나쁘지 않은데...
이래저래 맘이 울적한 전시이기도 합니다. 그 이유는 나중에...
전선 케이블로 만든 도자기들.
아이디어, 시각적 이미지 모두 좋은데, 아래 놓인 박스들이... -_-;;;
어쩌다보니 이전 외출복과 옷이 똑같은 aipharos님. (-_-;;;)
전시 자체는 정말 나쁘지 않은데, 전시장이 정말... 너무 없는 티를 냅니다.
그래도 민성이가 아주 즐거워하니 다행.
윗층으로 가면 또다른 전시체험을 할 수 있습니다.
여느 작가의 작품을 그대로 한 번 재현하는 건데요.
글루건과 몇 가지 작업재료로 나무를 만드는거에요.
나무를 만들기 전 민성이가 포즈를 잡고 사진을 찍은 뒤 그 모습을 출력해서 오려서 나무에 붙여야하죠.
나무의 모양, 나뭇잎 붙이는 건 모두 민성이가 했구요.
aipharos님은 글루건만 민성이가 원하는 위치에 발라 줬습니다.
그래서 이런 모양이 완성되었습니다.
이번엔 '미디어 관'으로 이동합니다.
미술관 내친구는 2개 관으로 되어 있어요.
이 미디어관에서 민성이는 정말 한참 있다가 나왔습니다.
이건 실제 동작을 하면 그 잔상이 남는 모니터인데요.
민성이가 '매트릭스' 및 '나루토 분신술' 흉내를 엄청 내던 곳입니다.
이 사진작품은 시내를 바라본 통유리에 임의의 초고층 건물을 붙이고 외부의 고층 빌딩들과 함께
보이게 하여 실재와 같은 착각을 주면서도 동시대성을 탈피하는 이미지를 주는 작품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이 아주 좋았는데 작품의 크기가... 정말 안습입니다.
다... 자본의 문제인거죠.
저 작품은 최소한 전시된 크기보다 4배 이상은 커야 합니다.
움직이지 않으면 검은 캔버스이나 움직이면 움직인 부분은 거울처럼 보여지는 모니터.
여긴 여러가지 미디어 작품이 있습니다.
움직이면 그 모습이 수채화처럼 처리되는 모니터,
소리를 크게 지를 수록 변화하는 영상
그림자를 만들면 그 그림자를 피해 돌아다니는 자동차...등.
바로 이거죠. 소리를 지르면 진폭에 따라 움직이는 영상.
전시를 나와 경희궁으로 들어갔는데 이런...
13일 '명성황후' 뮤지컬 한답시고 세상에 이 짓을 해놨더군요.
그건 그렇다고 치는데...
아이들도 노트를 들고 들어오는 이곳에 이 준비 스탭이라는 인간들 하는 짓이 정말 어찌나 화가 나게 하던지.
유흥지에 온 것처럼 팝음악을 쩌렁쩌렁 울리게 틀어놓고 저 문화적 건축물 기둥에 형광색으로 쓴 종이를
덕지덕지 붙여놓고...
정말 정말 무개념의 극치를 달리더군요.
이 멍청한 명성황후 스탭들 들으라는 듯 있는 욕 없는 욕을 다 바로 옆에서 날려주고 나왔습니다.
궁을 무척 좋아하는 민성이는 저희가 화내기 전 이미 열이 받아 있었구요.
*
명성황후 스탭들의 꼴사나운 무개념... 기가막히더구요.
경희궁이 무슨 유흥지인 줄 알았어요.
전시는 프로그램 자체는 좋았습니다.
참여한 사람들도 많았고.
그런데 정말... 경희궁 분관은 없는 티가 너무 납니다.
벽은 너무나 지저분하고, 상부를 천으로 뒤덮어서 햇빛이 묘하게 들어오면서 주광색을 띄는데 거기에
조명은 또 턱없이 적어서 작품 자체가 전부 누렇게 떠 보입니다.
작가들도 지원이 거의 없었던 건지 제품의 디테일은 조금도 기대할 수 없었고 몇몇 작품들은
민망하기까지 했어요.(특히 미디어관의 그... 이젤과 의자를 놓은 전시작은 민망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을 데리고 많이들 오셨던데,
프로그램은 강요하는게 아닙니다.
아이가 싫으면 아무 소용이 없는게 바로 체험 프로그램이에요.
욕심만 잔뜩인 어머니들... 너무 많으시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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