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정말 보고 싶었던 안젤름 키퍼의 전시회를 다녀 왔습니다.
현대미술을 얘기할 때 결코 빼놓을 없는 작가.
사실 가장 비싼 작가 중 한 명.
역시 요셉 보이스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은 유대계 작가입니다.
리움에도 그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데, 그 아련한 느낌은 정말... 보는 이의 발길을 붙들어 매는 마력이 있죠.

안젤름 키퍼가 세계적 작가로 발돋움한 것은 1980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독일 대표로 참가하면서부터인데,
이후 작품 주제를 확대시켜 대단히 철학적이고 종교적인 이미지까지 아우르는 문제를 다루어왔습니다.
이번 '양치식물의 비밀'전은 전시 주제에 걸맞게 1층에 대단히 많은 식물 사진이 벽면을 채우고 있습니다.
이는 안젤름 키퍼가 식물학에도 대단히 깊은 관심을 가졌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이해가 쉽지요.

 

 

 

국제 갤러리의 신관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5월 24일까지입니다.
국제 갤러리 신관은 정말 좋은 전시가 많이 열리네요.

 

 

 


 

 

 

Geheimnis der Farne... '양치식물의 비밀'
 

 

 

 


 

 

 

1층입니다. 작품명 '무제'의 설치물 2개가 버티고 있어요.
벽면은 그야말로 양치식물의 비밀입니다.
저 양치식물들을 자세히 보면, 그가 오브제로서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식물과 흙에 대한 그의
철학을 읽을 수 있어요.
사실 안젤름 키퍼의 작품은 거의 대부분 회화, 설치미술, 조각의 영역을 모두 넘나듭니다.
어느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을 수 없죠. 
 

 

 

 


 

 

 

사진을 찍지 못한 2층은 올라가자마자... 외마디 비명을 지르게 됩니다.
지금 여기 인터넷에서 찾아 올린 사진과는 비교할 수 없는 감흥을 느끼게 됩니다.
압도적인 스케일, 그리고 막연한 추상주의가 아닌, 정말 구체적인 이미지와 메시지를 느끼게 되는
놀라운 작품들을 바로 만나게 됩니다.

그 작품들을 여기에 소개할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꼭 가서 보세요.
 

 

 

 


 

 

 

 

이렇듯 안젤름 키퍼의 작품은 회화적 평면의 요소에 입체감을 부여하며 설치와 조각의 경계를 무너
뜨리고 맙니다.
 

 

 

 


 

 

 

 

 

 

 

제가 안젤름 키퍼에 열광하는 이유는 그의 작품은 현대미술에 대부분의 비관론자들이 보내는 시선,
그러니까 앙상한 철학의 몸집을 한 깡통이라는 시선을 아예 뭉게버릴, 작품이 함의한 메시지로부터
벗어나 그 자체로서 압도적인 비주얼과 숙연함을 구현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저 거대하면서도 놀라운 작품을 바라만 봐도 그야말로 너무 좋은거죠.

벽면에 걸려 있던 '태어나지 않은 자들(Die Ungeborenen)'이나 '땅 위의 하늘(Himmel auf Erden)',
그리고 몽환적이고 명상적인 '오리온(Orion)' 모두 너무 놀랍습니다.

도록을 구입하려고 했으나 설치 장면부터 다해서 낼 예정으로 아직 한 달은 더 기다려야 나올 것 같다고
하더군요. 꼭 구입하렵니다.
 

 

 

 


 

 

 

나와서 갤러리 선 컨템포러리에서 열리는 박현주 전을 보고,
학고제에 들러 또다른 전시를 보고... 저녁을 먹으러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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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젤름 키퍼 전은 끝나기 전에 다시 한번 가보고 싶네요.
너무 좋았습니다.
국제갤러리에서만 벌써 세번째 개인전으로 이 대작가가 국제갤러리와 맺은 인연도 상당하군요.
95년 국제 갤러리 전시 때 전시작품의 주먹만한 구성요소가 없어져 정말... 난리가 났었죠.
세계 최고가 작품 대열의 작품이 파손된 것이니 그 경제적 문제도 그렇지만 국제갤러리의 신인도 문제도
심각해지는거고.
놀라운 건 안젤름 키퍼가 이 사실을 국제갤러리 관계자에게 듣고 소탈하게도 웃어 넘겼다는 겁니다.

전시물의 구성요소를 전시 중 떼어가는 관객의 뇌구조는 어떻게 되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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