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명 : 가나모리 조와 노이즘08 'NINA(니나)'
일시 : 2008.04.26 토요일 PM 4:00
장소 : LG아트센터
이미 티켓을 구입한 터라 몸이 엉망이었지만 무리를 감수하고 공연을 보러 갔습니다.
기대도 많았던 공연이구요.
올해 세번째 LG아트센터 공연이었는데 올해 처음으로 1층에 자리했습니다.
항상 2층 맨 앞열에 앉았는데 이 공연은 2층 좌석을 판매하지 않아서 1층으로 자리했어요.
확실히 무용수들의 얼굴과 표정을 생생히 볼 수 있는 장점은 있으나 앞에서 네번째, 4열임에도 불구하고
1,2열의 대두마신님들의 머리때문에 자꾸 시야가 가리는 건 어쩔 수가 없더군요.-_-;;;;
(LG아트센터는 1~3열은 R석이 아닌 S석으로 더 저렴합니다)
아버지 역시 유명 무용가 세이 가나모리인 가나모리 조...는 74년생으로 유럽의 유명 무용단인
NDT II에서 활동했습니다.
97년엔 프랑스 리옹 오페라 발레단으로 옮겨 활동하면서 안무가로도 활동을 했죠.
이번에 공연될 'NINA-Masterialize Sacrifice(이하 '니나')는 2005년작으로 뉴욕의 조이스 시어터에서
2007년 공연되었고, 러시아 체홉 페스티벌에 초청되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워싱턴 케네디 센터의 이론 페스티벌에도 초대받았다고 하네요.
아무튼 침체되어 있던 일본 무용계를 일으킨 장본인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가 만든 무용단체인 노이즘은 No-Ism의 의미라고 합니다.
70분의 짧은 공연이었고, 관람료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공연이죠.
R석이 5만원 S석이 4만원이었으니까... LG아트센터의 공연 중에선 상당히 저렴한 공연입니다.
(해외에서 있었던 'NINA'공연의 최우대석이 $40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그닥 큰 차이가 나지 않기도 하고)
아무튼 전 이 공연을 아주 '재미있게' 봤습니다.
Butoh와의 연관성이 아주 없다고 하긴 힘든 일종의 전위무용극이라고 봐도 좋을 법한 내러티브를 가지고
있는데요. 그렇다고 피나 바우쉬의 무용처럼, 일종의 서사적, 탄츠테아터(Tanztheater)라고 보기는 좀
애매한 것 같긴 합니다. 뭐 사실 그런 분류가 뭐그리 중요하겠어요.
다만, 이 전위무용극의 엄청난 에너지.
그러니까 육체를 가혹하게 몰아가는 이 엄청난 에너지는 되려 가학과 피가학의 관계를 '통해' 이리저리 굴리게
되고 이 공연이 주지하는 남성과 여성, 그리고 두가지로 대립되는 이데올로기들의 공방과 전환과 재구축을
아주 극명하게 잘 드러내주는 걸 보면 Butoh(부토)와의 연관성은 분명한 듯 합니다.
거기에 대단히 미니멀한 무대와 조명은 금지된 촬영을 거부하고 사진기를 꺼내어 담고 싶을 만큼
놀라운 시각적 이미지를 전달합니다. 내 머리가 디지털화되어 눈 한번 깜빡이면 눈 앞에 펼쳐진 무대 위의
모습이 생생히 저장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몇 번이고 반복할 정도였으니까요.
간간히 마치 일본의 60~70년대의 전위 영화들(일본의 그 당시 전위 영화들은 하나같이 충격적입니다.
내용도, 미장센도, 표현방식도)을 연상시키는 듯한 장면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오더군요.
앞서 말한대로 이 공연은 엄청난 육체적 에너지를 소모케합니다.
이에 비하면 바체바와 피나 바우쉬는 정말 쉬엄쉬엄 움직이는거죠.
이 공연은 보다더 아크로바틱에 가깝습니다. 마네킨으로 분한 듯한 여성 무용수들을 남성 무용수들이
들고 나르는 장면에선 가끔 속으로 끔찍한 외마디 비명을 지르기도 했습니다. 피겨 스케이팅의 페어부문
아찔한 묘기를 보는 듯 말이죠.
하지만 단연코 최고는... 바로 이 분입니다.
이 무용수의 움직임은 그야말로 amazing 그 자체였어요.
완전히 반해 버렸습니다. 다른 남/여 무용수 모두와도 비교할 수 없는 엄청난 에너지와 그야말로 '포스'가
장난이 아니었어요. 처음엔 '멋있다'라고 외치다 보다보니 '섹시하다'였고 나중엔 '경이롭다'였습니다.
물론 다들 훌륭하셨지만 말입니다.
모든 공연이 다 가슴이 울컥~하는 감동을 줄 필요는 없겠죠.
다만, 제가 이 공연을 '재미있다'라고 한 것은 이 공연이 주는 놀라운 시각적 흥분의 '재미'로 만족했다는
뜻입니다. '바체바 댄스 컴패니'의 공연을 봤을 때 가슴이 벅차오르는, 형용하기 힘든 놀라운 감동을
느낀 것과, '피나 바우쉬'의 공연을 봤을 때의 잘 만든 영화를 한 편 본 것 같은 흐뭇한 인상과 달리
이 공연은 지루함없는 '재미'로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그것만 해도 전 충분히 만족하고 있어요.
정말 엉망인 몸을 이끌고 간 공연, 70분 중 후반은 앉아 있기도 힘들었지만 그래도 후회는 없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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