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 리 브루어와 극단 마부 마인의 '인형의 집' (Lee Breuer and Mabou Mines 'Dollhouse')
일시 : 2008.04.04 금요일 오후 8시 (목~일요일까지)
장소 : LG 아트센터

 

4월 4일 오후 8시부터 LG 아트센터에서 공연된 리 브루어와 마부 마인 극단의 '인형의 집'을 보고 왔습니다.
생각보다 포스팅이 늦어진 것은 이 극단 공연에 대한 사진 자료를 좀 찾으려고 한 것인데, 아주 작은 사이즈의
이미지 밖에 없어서 결국은 이미지 포스팅은 포기했습니다.

헨릭 입센의 너무나도 유명한 희곡 '인형의 집'을 전위 연극의 대가 리 브루어가 다시 끄집어 낸 것은
의외라는 평도 있었습니다. 이러저러한 이야기들이 있지만, 연극에 큰 관심이 없어서 고작 입센의 이름과
'인형의 집'이라는 작품명과 리 브루어라는 사람에 대한 것만 알던 저로선 뭐라 딱히 내 지식인양 얘기할
것은 없습니다. (리 브루어를 알고 있었던 것도 순전히... 테리 오 라일리와 필립 글래스 때문입니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 우린 너무 많은 관객들에 무척 놀랐습니다.
피나 바우쉬의 공연보다 훨씬 많은 관객들에 놀란거죠(관람비가 상대적으로 더 저렴하기도 했지만).
아주 3층까지 꽉 들어 찬 것 같더군요.
저흰 언제나처럼 2층 맨 앞열이었는데, 1층을 보니 오케스트라/합창단석을 막아 무대 바로 앞부터
볼 수가 있더군요. 그 자리가 탐이 나긴 했는데 예약할 때 이미 자리가 차 있던터라... 아쉬웠습니다.
물론 그 맨 앞에 앉으면 양 사이드의 자막을 읽는데 문제가 있긴 했겠죠.(솔직히 노라의 대사는
반은 들리고 반은 안들리더군요...-_-;;; 토르발트등의 대사는 거의 다 들리는데 노라의 대사는 정말...)

공연 전 무대를 보며 '와... 정말 무대 썰렁하다'란 생각을 했지만
막이 오르자 마술이라도 부리듯 무대가 만들어졌습니다. 집은 FRAGILE이라는 우스꽝스러운 표식을 달고
누워있던 물건을 스탭들이 들어올리더니 순식간에 만들어지고, 무대 뒤에 뭔가 선반에 가득 담긴
박스들은 순식간에 붉은 막으로 가려졌어요.
그리고 공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이 희극의 내용은 너무나 유명해서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인터넷엔 이 희곡 전문을 다운받을 수도 있지요.
그만큼 헨릭 입센의 이 작품은 유명합니다.
그녀의 다른 작품을 더 좋아한다고 말하는 분들도 결국 대표작은 이 희곡을 꼽지요.
1879년 코펜하겐 왕립 극장에서 초연되었고 우리나라에선 1925년 조선배우학교에서 맨 처음 공연되었다고
합니다. 그만큼 세계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 페미의 관점에서도 대단히 기념비적인 작품이었어요.

리 브루어는 이러한 페미니즘의 시각을 더더욱 극대화합니다.
그의 '인형의 집'에 등장하는 남성들은 모두 소인증 배우들입니다.
육체의 불균형을 이루지만, 작은 남성들 눈에 맞추느라 여성들은 대단히 자주 남자 앞에 무릎을 꿇는
장면을 보여 줍니다. 상대적으로 작은 남성들은 얼핏 우스꽝스러워 보이지만 역설적으로 대단히
위압적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시선의 불균형은 이 작품의 메시지를 오히려 극대화하고 있고, 탄탄한 연출은 불과 브레이크 타임
20분을 빼고 2시간 30분에 불과한 이 작품에서 주인공 '노라 헬머'의 절박한 심정을 정말 소스라칠 정도로
뼈저리게 느끼게 됩니다.
리 브루어 답게 수많은 장면에서 브레히트 적 요소들이 등장하여 관객과 무대를 격리하는 장면이 등장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러한 장면들이 단 한번도 감정이입을 방해하지 않고, 오히려 작은 파편처럼 흩어졌다가
위태롭게 축조되어가는 과정을 느끼게 한답니다.

그 결과 마지막 장면에서 노라의 결심이 가져다주는 무게감은 대단하지요.

그래서 연극이 끝나고 aipharos님은 눈물을 흘리더군요.
난 웃었지만 충분히 이해했습니다.
놀랍게도 처절할 만큼 주인공 노라 헬머의 절박함이 느껴졌었거든요.
그리고 나에게도 그런 남자 주인공 토르발트의 모습이 있음을 느끼게 되곤 이래저래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답니다.

후반부 매우 인상적인 인형의 집 미장센 위로 흐르는 노라와 토르발트의 댓구는 다소 긴 느낌이 있긴
했으나 이 연극은 무척 인상적이었고, 가슴과 머리에 또하나의 지적 포만감(까놓고 말해서 솔직하게)과
문화적 갈증을 해소해준 멋진 공연이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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