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nebug] directed by Phil Morrison
2005 / approx 106 min / US

[우아한 세계] directed by 한재림
2007 / approx 112 min /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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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엔 [Junebug]과 [우아한 세계]를 봤습니다.
두편 모두 대단히 인상깊었구요.
[Junebug]의 경우 몇몇 평론가들이 '이런 콩가루 집안 가족 이야기는 그만'이라는 코멘트에
비웃음을 날릴 정도로 무척 인상적이었어요.
선댄스 영화제의 단골 소재인 미국 중산층 가족의 붕괴에 관한 단상들은 수없이 많은 영화들이
있긴 하지만... 얘기하는 방식은 분명히 놀라우리만치 강렬한 영화들이 많아요.

[Junebug]은 미국의 보수적 가정을 다루면서 서로에게 익숙한 것 자체가 얼마나 커다란 이중성을
담보하고 있는 것인지를 여실히 보여 줍니다.
내가 결혼한 지 6개월이 되었는데도 남편이 고향에서 찬송가를 열창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대단히
의미하는 바가 진중하지요. 이들의 이중성은 [Junebug]에 등장하는 Wark의 그림 속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섹슈얼리티와 폭력성이 공존하는 그의 그림에 조지 존스턴(남편)의 얼굴을 그려넣는
것은 그야말로 이 영화의 화룡점정이에요.
그 그림 하나로 [Junebug]은 얘기하고자하는 화두들을 싹... 정리했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으니까.

자신의 무력함을 다 드러냈을 때의 조지 존스턴과 아름다운 엘리트 부인 메들린은 서로 다른 감정을
드러내지만 결국 그들의 유대는 이전의 설레임과 격정에서 더 깊고 다른 의미로 진전했을 거라
생각이 들어요. 이건 미국 사회의 보수성과 위선에 쌓인 미국 가족 주의에 대한 발전적인 비판과
성찰이라고 느껴집니다.

그와는 다르게... [우아한 세계]는 보다 미시적인 관계에 주력합니다.
사실 [Junebug]이 가족을 구성하는 구성원이 사회와의 물적관계를 맺고 일방이든 쌍방향이든
관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과 달리 [우아한 세계]는 그러한 부분은 최대한 생략되고 보다 미시적인
가족 관계와 주인공 인구(송강호)의 현실에 더 밀착하고 집중합니다.
따라서 [Junebug]이 둔중한 아련함을 준다면 [우아한 세계]는 격정적인 감성을 불러 일으킨다고
느껴졌어요. 얘기하는 방식이 다를 뿐, 두 영화 모두 위기에 처한 자본주의구조에서의 가족주의에 대해
얘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가족'이라는 명목으로 위태하게 지켜나가는 평온의 세상이 얼마나 위선적이고
허무한 것인지를 절절하게 보여줍니다. 이건 단지 미국 중산층 가족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에요.
[우아한 세계]에서의 인구는 보는 저로선 무척 복잡한 심경이 생기더군요.
'어리석다', '안됐다', '이기적이다'... 이런 1차적 감정이 대입이 됩니다.
송강호가 툭툭 던지는 대사들이 농으로 들리지 않고 폐부를 찌르는 듯 한 것은 분명 송강호라는
배우가 지닌 힘이겠죠. 특히... '내가 누구 때문에 이렇게 사는데'라는 진부한 아비이자 남편의 말이
절절한 힘을 갖고 다가오는 것은 인구라는 캐릭터를 촘촘하게 옭아메어 쌓아올린 송강호의 힘입니다.
덕분에 [우아한 세계]는 아주 명확한 주제의식을 갖고 한치의 흔들림도 없이 나아갑니다.
[Junebug]처럼 머리 아픈 릴레이션쉽은 없어도 인구가 부딫히는 캐릭터들간의 갈등만으로
러닝타임은 우습게 지나갑니다.
결국 두 영화 모두 충분히 볼 가치가 있다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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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ebug]에서 Amy Adams의 열연은 두 손가락을 다 쳐올려도 모자랍니다.
그녀는 쉴 새 없이 이야기를 하고, 믿음에 의지하고 스스로를 다그치고 안정시킵니다.
사실 [Junebug]의 모든 이야기는 Amy Adams가 연기한 에쉴리의 대사로 귀결됩니다.
그녀는 외로움과 간절함, 그리고 성적 욕망... 이 모든 걸 가감없이 스크린에 펼쳐 보입니다.
최고의 연기에요. [Junebug]에서의 섹슈얼리티는 매우 커다란 비중으로 다가 옵니다.
부부간의 합리적인 섹스는 '가족'이라는 구성을 더욱 단단히 옭아메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에쉴리가 2년 이상 남편에게 외면받고 자신의 가족으로부터 부유하게 될 때 그녀가 취하는
수단은 자위행위입니다.
메들린의 남편 조지 존스턴은 아시다시피... [Goal], [Goal 2]에서 주인공과 돈독한 우정을
나누는 라이벌 게빈 해리스로 나온 알레산드로 니볼라(Alessandro Nivola)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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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ebug]에서 Wark의 그림은 브루클린에서 활동 중인 Ann Wood의 작품들입니다.
여기 가시면 영화에 등장한 그림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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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세계]에서의 송강호 연기도 놀랍습니다.
그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 모습으로 어떻게 이런 캐릭터를 구현하는 지 의아할 지경입니다.
이젠 어느 정도의 경지에 오른게 아닌가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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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재림 감독은 [연애의 목적]에서도 '어어... 위험한데'라고 생각할 정도로 일정 수위를 넘어가던데
이번 [우아한 세계]에서도 역시 마찬가지더군요. 끝을 보내요. 이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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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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