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bavica] directed by Jasmila Zbanic
2006 / approx 100 min / Bosnia, Croatia, Austria, Germa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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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칸 전쟁의 아픔을 굳이 전쟁터의 포연과 살육, 그리고 강간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이후에 살아남아 살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의 한없는 아픔과 좌절을 보여줌으로써 역으로
전쟁의 비참함을 드러내주는 영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즈막한 희망을 얘기하는 감독의 메시지에 박수를 보냅니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에서 철저하게 배제되는 정부의 역할은 감독의 무언의 메시지이기도
할 거에요.
전쟁 캠프에서 병사들에게 집단 윤간을 당하고 애를 낳은 후 크로아티아의 그르바비챠로
와서 정착한 주인공 에스마.
그녀의 사춘기 소녀 사라는 자신의 아버지가 발칸 전쟁에서 '순교'한 군인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없이 엄마를 사랑하지만 그녀는 뭔지 모를 폭력에 사로잡혀 있죠.
사라는 수학여행을 떠나야하고 300유로가 필요합니다. 그 돈을 위해 에스마는 나이트클럽에서
웨이트리스 일을 시작합니다. 하지만 300유로는 그녀에게 너무 큰 돈이죠.
그런데 학교에선 아버지가 순교했다는 증빙을 가져오면 돈을 내지 않아도 된다고 합니다.
사라는 돈을 내는 것보다 자신의 아버지가 순교한 전사라는게 더 중요한 겁니다.
이제 그동안 아슬아슬하게 평온을 지켜오던 에스마 모녀에게 갈등의 폭풍이 다가옵니다...

이 영화는 전쟁의 아픔을 남겨진 자들을 통해 묵묵히 그려 냅니다.
그 모습이 너무 처연하고 현실적이어서 묵직한 감동과 함께 전쟁의 비참함도 동시에 각인시켜
주는 훌륭한 순기능을 하고 있어요.
굳이 이런 메시지가 아니라도, 이 영화는 사춘기 청소년의 방황과 생활고에 시달리는 엄마의
갈등을 담아낸, 그것이 단순히 가족적인 관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 사회적 관계, 그리고
역사적 배경에 관계한 갈등이라는 점이 두드러지는데요, 그러한 면에서만 봐도 이 영화는
지켜봄에 전혀... 아깝지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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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척 인상적인 사라역은 91년생인 루나 미로비크가 맡았습니다.
작은 머리 엄청 긴다리... 범상찮은 외모. 장래가 기대되네요.

 

 

 

 

 

[Exiled/放逐] directed by 杜琪峰(Johnny To/두기봉)
2006 / approx 110 min / HongK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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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류의 영화는 완전히 그 평가가 극과 극으로 갈리죠.
유치해서 못봐주겠다... 저 어깨에 힘들 좀 빼라고 해라. '지X한다'...등의 완전 생무시 악평들과.
스타일 간지난다... 비장미가 넘쳐 흐른다...등의 열혈 찬양파로... 나뉩니다.
전 솔직히 말하자면 홍콩 느와르 영화들을 무시하는 사람 중 하나에요.
홍콩 느와르 영화 중 기억에 남는 거라곤 겨우 [영웅본색 1편] 정도고... 거의 모든 영화들을 다
봤으면서도 전 혹자들이 말하는 '비장미'라는게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어요.
도대체 저게 어떻게 '비장'하다는거냐... '같잖다는' 거지. 라고 생각했거든요.
걸핏하면 인상 팍팍 쓰고... 있는 폼 없는 폼 다 잡고... 뭣하면 비둘기 날아가고...
이럼 정말 육두문자가 마구 50연발로 나가는거죠.
비장미라는게 리얼리티를 잃어버리면 그게 비장하게 다가오나요?
전 지금도 이런 생각만큼은 변함이 없어요. (아... 이걸 갖고 'AFFiNiTY는 이런 B급 감성을 이해할 줄
모른다!라고 하시면... 할 말 없습니다)

[무간도]는 개폼잡지 않는 홍콩 느와르의 수작이었어요. 물론 전 1편까지만...입니다.
3부작 다 봤고, 2,3편도 좋았지만 기억에 남는 건 1편 뿐이었어요.
최근 하도... 지면에서 [익사일]에 대한 호평이 있던지라... 몇개월 전 [용호문]도 믿고 봤더니
괜찮았더라...였기 때문에 이번에도 한번 믿고 봤습니다.

비장미... 역시 전 동감못해요. 도대체 뭐가 비장하다는 건지 모르겠군요. 웃음이 나와요.
전 이런 캐안습 후까시는 영 어색합니다.
간혹 정말 멋진 장면들, 그리고 정겨운 장면들이 나오긴 하지만, 이들의 태생은 근본이 '후까시'
입니다. ㅎㅎ
그렇다고 이 영화를 그렇게 비하할 마음은 없어요.
그러기엔 빛나는 장면들이 상당히 많이 있거든요.
내용이고 뭐고 별로 얘기하고 싶진 않습니다. 그럴 필요는 없는 영화같은데...
하여튼...
조직을 배신한 우를 찾아 두 명은 죽이러 오고, 두 명은 보호하러 오지요. 이 다섯은 모두 같이
자란 정말 친한 죽마고우들입니다. 하지만 운명의 선택을 해야할 처지죠.
바로 이들이 첫대면하는 첫 장면의 긴장감과 카메라, 연출은 대단히 타이트하고 무게있습니다.
아... 정말 전 이 첫장면보고 '이거 또 대박 터지겠다'했어요.
하지만...
이후 터지는 중국말들(전혀 적응이 안되는...)과 그들의 마스크(아... 노코멘트하겠어요)와
변합없이 쭉쭉 나가는 후까시엔 두손두발 다 들겠더군요. ㅎㅎ
재밌게 봤지만... 그 이상은 아니었어요.
그건 순전히 저의 홍콩 영화에 대한 고정 관념 때문이겠죠.
즐겁게 보시는 분들은 정말 박수치고 보실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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