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鐵コン筋クリ-ト/철콘 근크리트] by Michael Arias
2006 / approx 111 min / Japan

 

살다보면 여러 영화/애니메이션을 접하게 됩니다.
올해 본 장편 영화/애니만 120편을 헤아리는 저도 이 중에서 당장 손에 꼽으라면 꼽을 수 있는
필강의 작품들이 분명히 기억이 나요.

마츠모토 타이요는 전 서적보단 영화로 먼저 만났습니다. 그리고 그 영화는 제 베스트가 되었죠.
그건 바로 소리 후미히코 감독의 [Ping Pong]이었습니다.
이 DVD를 사니 핑퐁 원작만화 1권을 선물로 줬다는 건 오래 전 글로 올린 적이 있죠.
마츠모토 타이요의 코믹스를 읽은 분들 대부분이 그의 최고작으로 [철콘 근크리트]를 꼽습니다.
전 아직 원작을 읽어보지 못했는데요.
원작보다 먼저 애니메이션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애니메이션을 접하기 전 이 애니의 감독이 마이클 아리아스라는 미국인이라는 사실에
다소 걱정도 앞선던 것이 사실입니다. 전 일본의 만화가 애니화되거나, 일본의 애니가 실사화되는
건 일본 감독이 아니면 그 특유의 감수성을 절대로 살려내지 못할 거라 굳게... 믿고 있었거든요.
(얼마전 전설의 오타쿠 애니 [에반게리온]의 실사 영화관련 아트 디자인 컨셉이 공개되어 네티즌을
충격으로 몰아 넣은 적이 있죠. 아스카와 레이의 모습이 뭐...ㅎㅎ 포스터는 아닙니다. 아직도
포스터 얘기를 하시는 분이 계시던데 포스터는 우측 하단에 fake라고 분명히 명기되어 있어요)
그런데 이런 기우도 잠깐... 마이클 앨리어스는 미국 LA에서 태어났지만 그는 이미...
지부리 스튜디오와 함께 [모노노키 히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디지털 이펙트 작업을
맡았었고, 전체적으로보다 하나하나의 에피소드로 떼어보면 놀라운 수작들이 있었던
[Animatrix]의 총괄감독이었더군요. ㅎㅎ

어쨌든... 조금전 aipharos님과 함께 이 놀라운 애니메이션을 감상했습니다.
꼬마 아이들이 나온다고해서 발랑발랑한 내용일 것이라 짐작한다면 이단옆차기에 조르기, 그리고
딤막...까지 당합니다.

쿠로와 시로(쿠로는 '黑', 시로는 '白'의 뜻으로 알고 있습니다)는 네코(고양이)라고 불리우며
타카라쵸라는 동네를 무력으로 지배하는 꼬마들입니다. 꼬마들이라고 얕보면... 큰일나지요.
이들은 경공술 정도는 우습게 펼쳐 냅니다. 물론 장풍을 쏘거나..하진 않지만...-_-;;;
그런데 이런 동네에 과거 체포되었던 야쿠자 '생쥐'가 다시 부하들과 나타납니다.
'생쥐'의 일파는 이 지역에 '어린이성'이라는 놀이동산을 만들어 돈을 벌려는 야쿠자 두목의 패거리
지요. 이들에게 쿠로와 시로는 눈엣가시와도 같은 존재입니다. 당연히 이들은 킬러를 보내어
쿠로와 시로를 없애버리려고 합니다.

간단하게 말하면... 스토리는 이렇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상당히 곤란한 부분이 있습니다.
야쿠자라고 해서 다 똑같은 목적을 갖고 있진 않는데다가 야쿠자쪽의 두 주인공인 '생쥐'와
'키무라'의 에피소드는 정말... 가슴을 꽉... 조여오기까지 합니다. 그리고 그 절정에 치달았을 때
'생쥐'가 조용히 담배를 피우며 내뱉는 부모가 짊어질 업보라는 대사는 말 하나하나가 굳은 얼음
송곳이 되어 보는 이의 가슴을 후벼 파더군요.
근본적으로는 쿠로와 시로의 '성장드라마'라고 보셔도 무방합니다만 그걸 표현해내는 여정은
뭐라 형언하기 힘든 뜨거운 혈액이 팔팔 끓어 오르는 듯한 느낌 그 자체에요.
정말이지 마지막 엔딩에선 벌떡 일어나서 박수라도 치고 싶은 심정이었답니다.
제가 애니메이션을 보고 엔딩에서 박수를 친 건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최근엔 [시간을 달리는 소녀]가 있었구요.

쿠로와 시로는 이름 자체가 스토리에 대한 지대한 복선입니다.
이들이 어른다와지는 '과정'이 거세당한 도시에서 어른답지 못한 인생들과 유혈이 낭자한 혈투를
벌이면서 타카라쵸에 집착하는 이유도 영화 중반부에 살짝 언급이 됩니다.
쿠로가 어둠의 힘에 자신을 파묻어버릴 즈음에 그를 붙잡고 지탱해주는 것은 다른 모든 것도 아닌
'믿는다'라는 말 한마디였어요.
키무라가 눈물을 흘리며 방아쇠를 당기며 자신의 인생을 팔아 넘긴 이후에 그의 가슴을 따스하게
감싸안아준 것은 바로 '생쥐'의 '그래도 사랑은 믿어라'라는 말이었습니다.
쿠로와 시로를 아끼고 보듬아주는 행려 노인은 쿠로에게 '시로는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강하고,
네가 시로를 보호한게 아니라 내가 보기엔 시로가 널 보호해준 것 같은데 틀리더냐'라고 말합니다.
이 장면은 사실 [핑퐁]에서도 유사한 설정이 나와요.
자신의 한계를 벗어나기 시작하지만 그 폭주하기 시작하는 힘에 대한 스스로의 두려움은 바로
성장에 대한 두려움일 수 있습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이건 더더욱 쿠로와 시로의 성장드라마라는
거에요.
아무튼... 더이상 얘기할 수 없는 놀라운 비주얼과 감동이 이 애니메이션에 있습니다.
aipharos님은 10점 만점짜리라고 하더군요.
저요? 저도 비슷합니다.

**
여기서 키무라를 위시한 야쿠자 패거리는 자신들의 본연의 업무를 할 때는 말도 안되게 잔악한
모습을 보이지만 '생쥐'앞에선 그저 충실하고 착실한 부하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런 명민한 밸런스가
이 애니메이션을 더욱 설득력있고 가슴깊게 떨리는 울림을 주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 쿠로와 시로뿐 아니라 킬러로 등장하는 3인조까지 하늘을 거의 뭐 완전 날아다닙니다.
완전히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들인데요. 이게 전혀 어색하지 않아요. 전에도 말씀드렸듯이... 이게
바로 이야기에 집중하게 할 줄 아는 능력때문인거죠. 쓸데없이 캐릭터를 비약하지 않아도 초반 10분
안에 캐릭터 설명은 모두 끝내버리고 완벽하게 상황에 담아내기 시작하기 때문이에요.
오히려 보면서 주인공 쿠로와 시로의 이러한 비현실적인 능력때문에 그들에게 더 많은 것을 기대하게
되는 초월성을 획득하게 된답니다. 그들이 아프게 성장하며 한걸음씩 나갈 때마다 그 성장통이
보는 사람에게도 그대로 전이되게 되는거죠.

***
이 애니메이션은 알고보니... 미국 예술잡지인 '아트포럼'이 선정하는 2006년 베스트 필름에 뽑혔다고
하네요. 씨네21에 나옵니다. ㅎㅎ

****
이 애니메이션의 작화와 음악에 대한 얘기를 빼놓으면 정말정말... 섭섭하지요.
마츠모토 타이요의 그림은 금새라도 작은 렉탕글에서 무너질 듯한 구도로 묘하게 버티고 서 있는
느낌이 강한데요. 이 애니도 그러한 느낌을 충분히 던져주고 있습니다. 움직임의 연출은 그저 놀라울
뿐이구요. 영화 도입부... 까마귀의 움직임을 잘 따라가보세요. 실사극영화의 항공촬영따윈 비교도 안
되는 놀라운 이미지의 비주얼들이 펼쳐진답니다.
Plaid와 Asian Kung-Fu Generation의 음악도 세련되기 이를 데없습니다. 아... 정말 부족한게 조금이라도
없다니...

*****
성우도 우습게 넘어가면 안되겠습니다.
시로의 독특하면서도 4차원적 캐릭터는 아오이 유우(!!!)가 완벽!하게 소화했습니다.
쿠로 목소리는 니노미야 카즈나리(인기그룹 아라시의)가 맡았습니다. 이외에도 사와다 역은 쿠도 칸쿠로
가 맡았더군요. 헐...(쿠도 칸쿠로는 작가로 더 잘 알려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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