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ysomme mannen, den] directed by Jens Line
2006 / approx 95 min / Nor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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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느에서도 초청받았었고(2006), PIFF(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상영된 바 있는 옌스 리엔 감독의
[Brysomme Mannen,den/성가신 남자](이하 [성가신 남자])를 오늘 와이프와 함께 봤습니다.
보려고 하는 영화에 대해선 간략한 스토리 라인 및 어떤 뉴스도 읽지 않기 때문에 이 영화에
대한 사전 정보는 정말... imdb의 평점 외엔 전혀 없이 봤습니다.
그래서인지 충격도 만만찮았네요.
아무렇지도 않게 보여지는 잔혹함은 극한의 미니멀리즘 속에 극명하게 대비되면서 그 시각적
충격을 배가시키더군요.

이 영화는 말하고자하는 바가 대단히 명확합니다. 언더라인이고 자시고 할 것도 없지요.
모든 설정은 대단히 공포스럽고 비약적이며 정형화되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영화가 많은 예술 영화
들같은 자위적인 폐쇄성으로 똘똘 뭉쳤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은근히 증폭되는 궁금증과 일반적인 상식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상징의 비약들이 시도때도 없이 등장
하면서 이 영화는 '이건 결코 현실이 아니야'라는 식의 묘한 브레히트적 소외현상을 불러오죠.
더 나아가면 아무런 희망과 열정도 없이 시간을 '흘러 보내는' 베케트적 군상의 집대성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안드레아가 어디에서 왔는 지는 궁금하지 않습니다.
그가 어디로 가야할 지도 궁금해하지 않습니다.
미스테리와 블랙코미디로 잘 축조한 안드레아의 도시는 아무 것도 부족한 것이 없지요.
그들은 인테리어 잡지의 가구를 보고 얘기하고, 사담은 영화 내내 거의 들어볼 수도 없구요.
모든 건물은 극도의 미니멀리즘으로 가득 차 있고, 인테리어의 머티리얼 역시 스틸로 가득 차 있죠.
게다가 도시의 건물들도 렉탕글 미니멀리즘을 실현하는 듯 보여요.
그러니... 중반부가 안드레아가 큰 일을 겪고 도시로 빠져 나왔을 때의 그 이미지는(이건 스포일러라
스샷을 보여드리고 싶지만 보여드릴 수가 없네요) 마틴 스콜시즈 감독님의 [After Hours]의
마지막 장면
과 매우 흡사하고, 좀비들이 쓸어버린 도시에서 살아남은... 대니 보일의 [28 Days
Later], 그리고 [혹성 탈출]등의 을씨년스러움과 비슷해요.
이 영화들의 공통점이라면, 생명이 없거나, 생명다움이 없다는 것이죠.

생명답다는 것이 무얼까... 옌스 리엔 감독은 아주 명확하게 영화를 통해 말하는 듯 합니다.

그건 '사랑과 어머님이 만들어 주신 달콤한 파이 한조각 같은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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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서 사용된 음악은 대단히 절제되어있으면서 섬뜩한 기계적 미니멀리즘에 저항하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
이 도시의 인물들은 행복한 척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행복한 겁니다.
그들 입장에선 그들의 행복을 자꾸 의심하고 방해하는 안드레아가 그야말로 '성가신 사람'인 거죠.
우리나라 드라마에서 나올 법한 로맨스 정신으로 무장한 안드레아가 그들에게 달가울 리가 없죠.
그래서 이런 생각이 듭니다.
이 영화는 모두가 완벽하다고 생각하고 추구하는 세상에서 잃어버린 것이 있다면 그건 '사랑과 관심'
이겠지만, 동시에 개인의 감정까지 맹목적인 트랜드를 좇아야 하는 소통 불가능하고 공허한 세상
이라는 얘기가 아닐까...하는 생각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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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Equilibrium/이퀼리브리움]이란 SF 영화... 아시지요?
우리의 완소남 크리스천 베일이 건카터...라는 슈퍼후까시뻥 액션을 제대로 펼쳐 보이는...
이 영화에서 마치 조지오웰의 빅브라더같은 존재가 통치하는 세상에서 민중들에게 인간으로서의 온기를
없애는 방편으로 음악을 금지하는 조치를 취하지요?
비슷하게도... 이 영화에서도 등장인물들은 음악을 듣지 않습니다.
음악이 흘러나온다면 그걸 찾아 가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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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노르웨이 영화하니까... 자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만 생각난다...고 할 수도 있지만 ㅎㅎ
얼마전 EBS가 영화상영과 함께 방영했던 [Hawaii Oslo/하와이 오슬로]도 노르웨이 영화입니다.
이 영화 저도 DVD까지 사서 봤는데... 생각만큼 인상깊진 않았어요.
노르웨이의 영화는 90년대 이후에 제법 해외 영화제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는데요.
우리에게 알려진 영화만 따지면... Paai Sietaune의 [Budbringeren/Junk Mail](1997)이 있겠구요.
더 알려진 영화로는 2001년 Peter Ness가 연출한 [Elling]이 있겠죠. 이 영화가 가장 잘 알려진
노르웨이 영화 중 하나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거에요.
Peter Ness는 헐리웃으로 건너 가서... 조쉬 하트넷과 라다 미첼 주연의 독특한 로맨스 영화인
[Mozart and the Whale/모짜르트와 고래](2005)를 발표했습니다. 물론 미국 자본으로...
그리고 핀란드의 아키 카우리스마키가 제작하고 맷 딜런이 생애 최고의 연기를 보여준, 제겐 올해
본 최고의 영화 중 하나인 [Factotum](2005)을 연출한 감독 Bent Hamer도 노르웨이 감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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