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ormance] - directed by Nicholas Roeg
1970 / approx 105 min / 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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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DVD가 국내에 출시되었다.
전혀... 일말의 기대도 안하던 나로선 둔중한 충격이다.
씨가 말라버린 한국의 척박하디 척박한 X무한대의 한국 DVD 시장에 도대체 누가 이 영화를
출시할 계획을 세우고 이행한 것인지 고맙기도 하고, 일견 걱정되기도 한다. 얼마나 팔릴까.
아... 이미 국내 DVD 시장은 '얼마나 팔릴까'의 고민을 초월했지. 착각했다. 흐...

이 영화는 내가 본 가장 인상적인 영화 중 하나다.
'컬트적'이라는 수사를 가급적 피하려고 하지만, 이 영화는 국내에서 출간된 '컬트 영화 그
미학과 이데올로기'라는 책의 마지막 부분, 컬트영화 30선에 소개된 바 있고, 어지간한 해외
영화 매체에서 영화사를 통털어 기억될 100선에 거의 대부분 뽑히는 영화이기도 하다.
그만큼 유명한 영화라는 사실인데, 아무래도 컬트라는 무브먼트가 자생적으로 자리잡기
힘든 상황이었던 국내에선 대단히 덜 알려진 영화다.
하지만 예전까지 꾸준히 열독하던 영국의 영화잡지 'Sights and Sounds'에서 헤드라인과
엄청난 페이지를 할애하여 이 영화의 '30주년 기념' 기사를 내보낸 것을 보면(지금도 이
잡지는 집에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확실히 많은 영화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은 영화임엔
틀림이 없고, 그만한 가치가 있고도 남음이다.

난 약 13~14년 전 이 영화의 LD를 구입했는데 특히 그 당시까지는 60~70년대의 영국
언더그라운 음악들, 특히 뽕냄새 자욱한 psychedelic folk/rock을 너무 좋아할 때라
이 영화를 보고 난 후의 감흥은 말할 것도 없었다.
천하의 유명 그룹 Rolling Stones의 믹 재거가 은퇴한 퇴물 록스타로 등장하고, 그가 은둔하게
되는 곳은 도대체 이 짧은 어휘력으로는 표현 불가능한 몽환적 분위기의 장소였는데 그와 함께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음악들의 향연은 이 영화를 두고두고 내 생애의 베스트 몇 편...쯤으로
기억하게 했다.
특히 그가 해쉬시를 하면서 부르는 'Memo from Turner'의 장면은 압권이며,(영화에서 믹재거
의 캐릭터 이름이 '터너'다) 여자들과 욕탕에서 장난을 치는 부분에서 등장하는 기괴하면서도
이국적인 멜로디의 'Harshshing'등이 흐른다.
아무튼 다 기억못하지만 이 영화는 서사적 구조를 뭉게 버리면서 좌절과 퇴폐, 서정과 폭력이
혼재하는 비주얼로 가득 채운 인상깊은 영화임이 분명하다.
DVD를 주문했으니... 다시 한번 보고 감상문을 올려봐야 겠다.

**
이 영화가 DVD로 나오고...
얼마전 비트볼레코드에서 러스 메이어의 대표적인 소프트코어 [Beyond the Valley of the
Dolls]의 OST도 발매를 했으니...
정말로 이 영화들의 DVD 국내 출시를 기대해도 되는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

***
Nicholas Roeg 감독은 포사이스 감독과 함께 대단히 주목할 만한 활동을 보여줬는데,
지금까지도 연출을 하고 계시다. 문제는 80년대 이후에는 영... 힘을 못쓰고 있다는 것이지만.
그의 2007년작 [Puffball]은 무척이나 보고 싶다.
1971년 발표한 [Walkabout]과 73년작 [Don't Look Now], 그리고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진 1976년작 [the Man Who Fell to Earth](이 영화는
글램록, 스페이스 록의 스타인 데이빗 보위가 주연한 SF물인데, 주목할 만한 것은 이 영화의
음악이 상당부분 Stomu Yamashita의 것이라는 거다!-스토무 야마시타는 'Go'라는 앨범 타이틀
시리즈로 유명한 멀티 인스트루멘털리스트이다-)
하여튼 이 영화들은 반드시, 어떻게든 구해서라도 보시라고 추천하고픈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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