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의 집을 다녀왔다.

허락 하에 사진을 여러장 찍었지만 상업 공간이 아니어서 공개하고 싶은 맘은 접고 이 한 장만 올림.

타인의 공간을 들여다본다는 것은 늘 흥미로운 일이다.

난 이미 살고 있는 공간을 보는 것보다 이제 갓 지어져 사람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의 어색한 공간을 보는 걸 더 즐긴다.

물론 그런 기회가 자주 주어지진 않지.

가장 최근엔 양양 카루나의 김소영 대표님의 거주 공간을 보았고,

어제(3.18 수)는 건축가 박주연 대표님이 새롭게 지은 거주 공간을 볼 수 있었다.

박주연 대표님과는 그저 인스타그램으로 인연이 되었을 뿐이다.

아, 그러고보니 카루나의 김소영 대표님 역시 인스타그램으로 인연이 되었구나.

sns가 지닌 관계의 얄팍함은 어쩔 수 없다지만 적어도 내 경우에 있어서는 인사이트에 큰 도움이 되는 만남이 줄곧 이어지고 있다.

비록 최근엔 코로나 사태로 내가 애정하는 분들과도 만나지 못하고 있지만.

내 자신은 사람에 대한 깊은 기대를 전혀 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여러번 이야기했지만

그렇더라도 누군가의 글을 읽으면서 글을 쓴 사람에 대해 아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되는 이미지라는 것이 있다.

솔직히 말하면 난 박주연 대표님은 조금 덜 스타일리쉬한, 그리고 무척 차갑고 심드렁한 표정을 가진 몇몇 지인들의 인상과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대표님의 새로운 집 앞에서 그 어색한 첫 만남을 가졌을 때 내가 '자연스럽게 떠올렸던' 모습과 너무나 달라 놀랐었지.

그간 DM으로 이야기를 나누며 갖고 있던 긴장감이 순식간에 허물어졌다고나 할까.

그래서 집을 다 돌아보고 제안에 관한 이야기도 나누고 집을 나설 즈음,

함께 커피스트 coffeest 에 가서 커피 한 잔 하자는 대표님의 말이 무척 반갑고 고마왔다.

마스크로 얼굴을 반 이상 가린 채 이야기하다가 커피스트에 가서야 잠시 벗어놓고 촬영 협의를 위해 찾아온 사진 작가의 연락을 받을 때까지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나만의 생각일지 모르겠지만 박주연 대표님도 비자발적이고 강제적인 사회적 관계로 인해 피곤해했던 나와 비슷한 감정을 어느 정도 공유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게 해주신 제안이 더 고마왔고.

내 입장에선 너무나 고맙기만한 제안이지만 그 제안이 오지랖이 아닐까 얼마나 고민하셨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으니까.

앞으로도 뵙고 싶은 사람.

늦은 밤 길게 주신 DM도 무척 고마왔다.

그리고,

박주연 대표님의 공간은 '우리가 앞으로 삶을 살아갈 곳'이라는 개념이 대단히 희박한 우리에게 여러모로 생각할 '꺼리'를 많이 던져줬다.

이 나이 먹도록 우리 집 하나 마련하지 않은 우리.

솔직히 말하면 벌이가 시원찮다기보다 그런 집을 마련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의지조차 없었던 우리.

하루하루 대충 살아가는 우리가 분명한 그 어떤 삶의 방식을 취할 때 아마 우리도 우리가 살아갈 집 하나를 고민하게 되겠지.

너무 늦었나?

덧.

정말... 희안하게도 나와 새롭게 인연이 된 분들 중 몇몇 분은 박주연 대표님과도 인연이 있더라.

세상이 정말 좁은걸까, 아니면 비슷한 사람들의 풀이 좁은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