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기 싫은 눈을 부비고 일어난다.
TV 볼륨은 18... 하지만 난 그걸 듣고 깬 적이 거의 없다.
언제나 날 깨워주는 건 와이프, aipharos님.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그동안 난 씻거나 아니면 먼저 식사가 준비되면 식사를 하거나.

민성이가 일어날 시간까지 잠깐 다시 잠에 든 와이프 모습을 본다.
그리고 민성이에게 가서 민성이의 잠든 모습도 본다.


요즘처럼 마음이 복잡한 적도 오랜만인 것 같다.
여기저기 얘기가 오고가고 이길과 저길의 갈림길에서 고민하고 있다.
확실한 것은 2년 넘게 있었던 이 곳 남동공단의 을씨년스러운 풍경에 작별을 고할 때가
가까왔다는 것 하나 뿐.
그게 구체화되어가는 과정이어서인지 심란하지만 동요는 없다.

 

 

 

 

 

Fonoda - A Spiral Ant

 

 

요즘 내 마음은 독일의 포스트록 그룹 Fonoda의 탑트랙...같다.
버스 차창으로 지나치는 모습들, 계단을 오르내리는 사람들의 모습.
내눈이 카메라가 되고 그들이 모두 영화의 주인공같다.
감상적이 되어버리는 것 같기도 하지만, 그들 모두 그냥 처연하다.
처연함의 감정 끝에 몰려 오는 건 연민이다.
그리고 그 연민의 감정 속에는 내가 여지껏 내 머리와 가슴 속에 축조해온 수많은
가치관과 부조리에 대한 울분과 소시민적 위선이 뒤섞여 있음도 잘 알고 있다.

현실을 현실로 바라보지 못하고 굴절된 시선과 감상으로 왜곡하는 내 머리와 눈을
탓해야하겠지만, 정말이지 요즘의 내 눈은 싸구려 멜로 영화의 궤적을 그대로
좇는 것만 같다. 그게 싫지 않다는 것도 문제지.

하루하루 이렇게 보낸다.
다음 주면 대략 결말이 날 것 같은데 제안을 받는 건은 늘어나기만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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