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의 외출을 뒤로하고.
일요일엔 광란의 영화 폭주.

 

 


 

 

1. [Flandres], Directed by Bruno Dumont, 2006
- 브루노 뒤몽의 영화는 언제나 찬반의 격렬한 논쟁에 휩싸였습니다.
예술주의를 지향하는 속빈 강정같은 극단의 허무주의라고 말하면 우스울까요?
국내에도 DVD 출시된 [휴머니티]같은 영화는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야유와 조롱을 받았죠.
그의 전작 [Twentynine Palms]는 도통 공감하기 힘든 괴로운 두 남녀의 파국을 필름에 담았습니다.
그는 섹스와 폭력, 그리고 죽음을 동일하게 배열하고 타협하지 않습니다.
다만, 이 영화에선 희미하게나마 화해의 여지를 남겨 놓지요. 물론 가슴과 몸이 만신창이가 된 채 피폐해진 이후에서나.
이 영화는 프랑스 북부 시골의 청년들이 전장으로 가면서 겪는 심리적인 패닉을 다루고 있다고... 하지요.
걸작 영화들이 으례 전쟁의 잔혹함을 일깨우기 위해 그들이 전장에 투입되기 전의 사적인 생활을
담아오던 것과 같이, 이 영화도 전반부는 순박한 주인공의 생활을 담담하게 카메라에 담습니다.
여느 영화들과 조금도 다를 것은 없습니다만, 가슴이 많이 아프네요.
이 영화에서 전쟁은 조금도 스펙터클로 진화하지 않아요.
비슷한 맥락에서... 규모의 스펙터클에서 참혹의 리얼리티를 건져 올리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Flags of Fathers]는 대단한 영화라는 생각이 다시끔...

 

 

 

 

 

2. [Dreamgirls] , Directed by Bill Condon, 2006
전 Bill Condon의 [Chicago]에 사람들이 당췌 왜 열광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건 미국인들이나 이해할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했고, 그 생각엔 지금도 변함이 없네요.
쇼 비즈니스의 추악함과 개인의 쇠락이라... 이젠 지긋지긋하네요.
[Dreamgirls]도 마찬가지입니다. 도대체 왜 이 영화에 미국의 평론가들이 부르르 전율을 느끼며
호들갑인지 이해가 안가요. Jamie Foxx의 캐릭터는 그야말로 평면 패널처럼 상투적이고,
난데없이 이별을 고하는 장면에서 징그럽게 늘어지는 '흑인 교회의 복음성가 창법'들은 절 아주 미치게 만들었습니다.
정말 간혹 빛나는 '안무'가 눈에 띄지만 그것도 잠시...
그저...
너무나 아름다운 Beyonce Knowles를 보는 것만으로 시간을 떼운 것 같습니다.

 

 

 

 

 

3. [Art School Confidential], Directed by Terry Zwigoff, 2006
Terry Zwigoff는 코메디의 틀을 빌어 지독한 아픔을 형상화하는데 남다른 재주를 지녔습니다.
Paul Thomas Anderson이나 Wes Anderson처럼 그는 일상의 요소들을 코메디와 과격한 진중함으로 마구 뒤섞어놓는 장인이 되어가고 있죠.
원래 팝컬쳐에 남다른 관심이 있던 그의 초기작인 [Crumb]과 매니어의 삶을 관통한 시각을 보여주는
[Ghostworld], 그리고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우화를 비틀어 풍자한 [Bad Santa]에 이은 이 영화.
평론가들에게 그리 썩 좋지 못한 평가를 받았지만, 전 무척 만족스러웠습니다.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는 '아트 스쿨'과 어찌보면 대안없는 염세적인 현대 미술에 대한 시각이 끝도 없이 대책없는 듯한

느낌도 있지만,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는 듯한 '아트 스쿨'에서 주인공은 한없는 나락을 맛보고 고민할 수 있습니다.
주의의 작가들을 보면 작가라는 게 단순히 작업만 하는 재능만으론 조금도 사회적 성공을 거둘 수
없다는 점... 느낄 수 있습니다. 그들은 작업을 하면서, 작업실을 꾸리고, 스스로를 PR하기 위해 마케터가 되어야 하고,

나아가선 협상가도 되어야 합니다.
그림만 그려서 찾아와 그들을 전시회에 걸어 줄 속편한 후원자란 애당초 기대하지도 않는게 좋은거죠.
주인공 플라츠는 캔버스를 통해 구현하는 자신의 순수한 시선을 비평을 통해 포기합니다.
걸작은 평론을 통해 만들어진다고 했다지만, 그는 철저히 자신의 미학적 철학에 혼란을 느끼죠.
그는 그때까지 회화가 고전적 의미의 노동으로서의 성격을 갖고 있다고 은연 중에 믿습니다.
투입된 노동력의 시간만큼으로 환산하려는 속내를 드러내요. 하지만, 그러면서도 그는 자신의
확고한 미학적 철학을 견지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그를 철저히 무너뜨린 건 주변의 동료들과 교수의
비평이었습니다. 게다가 혼란스러운 사건을 통해 그는 [파우스트]에서처럼 영혼을 팔아버리죠.
우스꽝스럽게도 그가 본연의 미적 철학을 공고히하게 된 것은 사건이 종결된 이후였습니다.
그것도 이슈화된 쇼비즈니스에 의해 그가 상품성을 인정받게 된 거죠.
흔히들 얘기합니다. 앤디 워홀의 팝아트를 보면서, 피카소(피카소를 Pig Ass Hole이라고 서슴없이 비난하는 이는 메피스토)의

그림들을 보면서 정말 저 사람들의 그림이 위대한건지, 미술 비즈니스가 그렇게 만들어간건지 모르겠다는 얘기들을 말입니다.
이런 혼란스러운 시선이 이 영화 속에 담겨 있습니다.
조나의 그림은 그 자체로도 충분히 매력있는 팝아트였어요.
하지만 그건 작가로서, 또는 아트 스쿨의 학생으로서의 정체성을 갖고 있을 때 뿐이죠.
이렇듯, Terry Zwigoff의 현대 미술에 대한 시선은 다소 편협하고 대안없는 비난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일견 대다수의 대중들이 한번쯤 혐의를 둘 만한 소재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린 알고 있습니다. 우리가 그들의 작품들을 갤러리든 어디서든 마주할 때 떠오르는
수많은 복합적인 뇌와 가슴의 화학반응을 통해 언제나 풍성한 먹거리를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을.

 

 

 

 

4. [Inconvenient Truth,an], Directed by Davis Guggenheim, 2006
엘 고어... 다른 건 다 차치하구요.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심정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가 경고하는
메시지는 공포스럽습니다. 이 영화는 호러...에요. 그것도 '실화를 바탕으로 한'이란 문구가 선명하게 찍혀도 오케이 할 만한.
오피니언 리더나 트랜드세터들에게 바라는 것은 바로 이런 무브먼트의 중심이 되어달라는 겁니다.
그리고 무브먼트의 중심이 되려면 현명하게 자신을 PR하고 포장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지나치게 앞뒤 재지 않고 직설적으로 달려들어 수많은 안티들에게 십자 포화당하는 사람들을 보면 안스럽고 답답하지요.
제 아들은 이제 9살입니다. 그 아들에게 이런 다 썩어 빠진 세상을 보라고, 대비하라고 말해야 한다면
그것만큼 끔찍스러운 일도 없을 것 같네요.
그런데, 이보게 미국...
데이터로 부정할 수 없는 당신네 나라의 해악을 알고 있다면, 조금은 실천해야하지 않겠어?
캠페인만 갖고 자위하기엔 너무 위험한거 아냐?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