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 깁슨의 [Braveheart/브레이브 하트]를 안 본 저로선 그가 얼마나 자신의 작품에서
신체훼손을 통한 중의적 은유를 보여주는 지 도통 알 길이 없습니다.
게다가 전 아직도 그의 또다른 문제작이었던 [Passion of the Christ,the]도 안봤습니다.
못본게 아니라 두 편 다 안 본 거랍니다. 특별한 편견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그냥 안보게 되더군요.
이번에 [Apocalypto]는 봤습니다.
또다시 설왕설래... 말이 많아서 궁금한 시점에 정확히 딱 그만큼 호기심이 생겨 봤어요.
이 영화에는 놀라운 '뛰고 또 뛰고'가 담겨 있습니다.
멜 깁슨이 아예 캐스팅 할 때부터 내세운 '잘 뛰기'. 정말이지 부족함이 없이 담겨 있습니다.
우리 주인공 '재규어의 발'은 죽어라 뜁니다.
가족을 구하기 위해서, 그리고 자신을 엄습하는 위악적 야만을 떨치기 위해 죽어라 뜁니다.
전 '재규어의 발'이 마야 지배 부족의 추격을 받는다기 보다는 멜깁슨이 그들을 통해 은유한 것은
죽어라 벗어나려고 해도 손아귀에 잡히는 일견, 한 개인의 부질없는 운명을 얘기하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사실 마구 삐딱...스러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그건 뭐... 도중에 스페인 무적 함대를 이끌고 분명히 의도적으로 연출된 위압적이고
당당해보이는 정복자 코르데스의 상륙과는 또다른 지점이었던 것 같아요.
일견... 무척 공평해보이는 듯한... prelude를 깔고서 시작하는 이 영화는 그 시작부터 불편한게 사실이었습니다.
'멸망한 모든 문명은 외세로부터가 아니라 그 이전에 이미 내부에서부터 붕괴되기 시작한 것이다'
라고... Film 2.0의 지적처럼 일견 무척 균형잡힌 역사관인 듯...보이는 위 전제는 이 영화에서 대단히 일방적으로 오용되기 일쑤입니다.
엄청난 고증에 따라 '재연'되었다는 산재물의 공양이나 학살은 신랄하리만치 리얼하기 때문에 되려 편협한 시각을 갖기 딱... 알맞습니다.
모르겠습니다.
전 감독이 연출을 하고 이를 카메라에 담을 때는 어떤 방식으로든 분명 그 자신의 지향하고자하는 철학이 배제되지 않는다고 봅니다.
그것이 다큐적 서사이거나 어떤 픽션이거나 상관없이 평면의 필름에 담아내고자 할 때는 분명 정치적 지향점을 갖고 연출을 한다고 생각해요.
멜 깁슨의 [Apocalypto]는 그저 뛰고 또 뛰고 죽이고 부술 뿐입니다.
그리고 이를 너무나 영리하게 고증과 섞어 재구성하고 있어요. 저희들이 보는 것은 정말 파닥파닥 살아 숨쉬는 그 때 그 시절이 되는 겁니다.
문제는 여기 있다고 봅니다. 이 영화는 균형잡힌 시각과 철저한 고증으로 서구적 역사관의 혐의에서 벗어났다고 강변하고 있지만,
우습게도 마야 문명의 그 놀라운 문명이라곤 드높게 올리워진 피라미드 외엔 아무 것도 등장하지 않습니다.(물론 드러나야할 이유도 없어요)
그들의 학살에 가까운 행위에 어떠한 종교적 이유가 있는 지도 드러나지 않아요.
그냥 '가뭄이니까'랍니다. 이런 부연 설명이 모조리 거세된 학살의 잔혹함은 우리가 사고할 수 있는
판단에 엄청난 지배력을 행사할 만큼 강력합니다.
좀 더 솔직히 얘기하면 '쯧쯧... 비 안온다고 산 사람을 저렇게 잔혹하게 죽이고 일말의 양심의 가책도 못느끼냐.'라고 혀를 끌끌 차는 거죠.
한가지 영화를 보다가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도대체 저 재규어의 발...은 왜 저렇게 뛰고 있는 걸까.
그저 가족을 구하기 위해서? 가족을 구하기 위해서 클라이막스 전체를 모두 툭... 잘라내서 소비하고 있다면 이건 그냥 액션 어드벤처 아닐까.
그리고 그런 영화라면 왜 굳이 마야 문명을 고증했을까.
죽어라 뛰는 재규어의 발은 가족을 위해서 뛰었지만, 제가 보기엔 야만의 그림자에서 벗어나기 위한 개인일 뿐입니다.
재규어의 발은 나중에 상륙한 스페인 무적 함대의 모습을 보면서 가족들에게 우리들은 숲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 영화의 제목이 [새로운 시작]입니다.
도대체 이 '새로운 시작'은 재규어의 발 가족의 개인사를 의미하는 건가요? 아니면 저 정복자
코르데스의 뻘짓거리의 시작을 의미하는 건가요?
이 영화를 보면서 느낀 것은,
멜 깁슨은 이슈가 될 법한 문제를 상업적으로 포장하는 놀라운 재주를 가졌다는 것과,
영화를 통해 자신의 서구적 역사 의식을 전달하는데 부단히도 애를 쓴다는... 것 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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