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ldren of Men] Directed by Alfonso Cuarón
2006, 109 min, UK/USA

영화에 대한 일말의 줄거리도, 캐릭터 설명도, 설정도... 모두 얘기하지 않겠습니다.
저나 aipharos님 모두 아무런 정보도 없이 감독과 imdb 평점만 보고 오늘 봤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봐야 더 제대로 보는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저나 aipharos님은 거의 모든 영화를 줄거리 조차 읽지 않고 봅니다.

영화 프로나 영화 주간지등에서도 보고 싶은 영화 관련 기사, 뉴스는 모조리 패스합니다)

조금 전 영화를 보고 머리를 얻어 맞은 듯한 둔중한 충격을 느꼈습니다.
쉽게 잊혀지지 않을 영화가 되었네요.
2006년 12월 25일 경 해외 개봉된 이 영화는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그간 보여준 재능을 상업 자본과 

놀라우리만치 잘 결탁된 절정의 영화 이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이러한 영화에 감히 평점을 줄 수 있는 사람도 못되지만, 개인적으로 만점을 주고 싶은 영화입니다.

간단히 끄적일 영화는 아니라는 생각이 드네요.
시종일관 스테디캠, 핸드헬드 캠을 들고 찍어대면서 구사한 놀라운 스크린플레이와 적재적소에 놀라우리만치 잘 베어 들어간 음악들,

Frank Zarreta의 sub-culture는 물론 미켈란젤로와 피카소, 그리고 핑크 플로이드를 넘나드는 중의적인 미장센들...
하프 라이프 2의 미래관과 조지오웰의 '동물 농장'이 교배된 도시, 하지만 빅브라더는 거세된 도시.
여기에 살짝 얹어진 반기독교주의와 현대 자본주의를 파시스트와 나치에 비유한 것까지..
폭력적 성찰과 극단의 리얼리티, 그리고 그 대척점에 선 강렬한 상업 오락의 아드레날린까지, 

이 영화는 무엇 하나 모자람없이 러닝 타임을 관통합니다.
보시다보면 정말 근래 보기 힘든 놀라운 스테디캠의 사용이나 수도없이 많은 정교하게 짜여진 텐션들을 위한

작은 이야기들이 배치되어 있는 걸 느낄 수 있답니다. 이렇게 오락적 폭발력과 여러가지 하고픈 말들이 삐죽삐죽 정돈되지 않고

들쑤셔놓은 듯 하면서도 퍼즐을 맞춰가듯 맞물려가는 드라마틱한 플롯은 놀라울 뿐입니다.

그런데...
이 영화에는 수도없이 많은 숨은 그림 찾기들이 널려 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숨은 그림 찾기'는 그저 끼워넣기식 삽입이 아니라 분명한 의미를 갖고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게 더 놀랍더군요.
스포일러로 생각되지 않으므로 적어 봅니다. 조금이라도 영화 내용을 예상할 수 있는 장면은 절대! 올리지 않았습니다!
영화의 대략도 적지 않겠습니다. 저 역시 아무 것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영화를 봤답니다.
영화의 내용과 밀접한 관계에 있지만 직접적인 내용을 설명하지 않는 장면들, 그중에서도 특히 상징적 함의가 잔뜩 등장하는

주인공 테오의 사촌집...을 중심으로 얘기를 해봅니다.

**
주인공 '테오'가 이미 인생끝난 듯한 거리를 지나 완전히 다른 세상과도 같은 '정복자'들의 거리를 지나쳐

사촌의 집에 다다를 때 흘러나오는 음악은 King Crimson의 'the Court of the Crimson King'입니다.

그들의 데뷔작 [In the Court of the Crimson King]에 수록된 명곡이지요. 이 음반을 기점으로 Beatles는 가고,

바야흐로 Rock Renaissance시대가 개막을 알리게 됩니다.(Moody Blues나 Cream을 얘기하는 분들도 계십니다만... 말하자면 길어지므로 패스합니다. 헤~)
'테오'가 사촌의 펜트하우스 같은 곳에서 만나게 되는 건 놀랍게도 거대한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입니다.
아시다시피 '다비드상'은 휴머니티나 공화주의적 자유를 의미합니다.
박물관에서 전시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그 정신을 공유하는 것과 달리, 이 영화에서 다비드상은

한 부유한 개인에 의해 펜트하우스에 박제처럼 소장됩니다.
그러니까 어찌보면 박제된 자유, 대상으로서의 자유가 되어버렸다고 봐도 무방하겠지요.

 

 


 

 

바로 다음에 이들이 식사를 하는 곳에 걸려 있는 놀라운 그림은 바로 피카소의 'Guernica'입니다.

 

 

 

 

 

게르니카 사건을 접한 피카소가 전쟁의 잔혹함을 분노로 표현한 이 작품 역시

주인공 테오의 사촌과 같은 부유한 절대 권력층의 벽화로 전락되었음을 의미합니다.

절박한 시민들의 현실과는 무관하게 감상과 격리된 런던 유토피아를 은유하고 있는 듯 하네요.

 

 

 

 

 

그리고 식사를 하던 도중 사촌과 얘기를 나누는 씬에선 바로 뒤에 바로 이런 화면이 눈에 잡히더군요.
어찌나 놀랐던지 '아!'하고 외마디 소리를 지르니 aipharos님께서 왜 그러냐고 물어보더군요.
이건 아는 사람만 보일 것 같은 장면들을 마구 집어넣은...

 

 

 

 

 

이 장면은 바로 Pink Floyd의 1977년작인 [Animals]의 앨범 커버와 동일한 이미지입니다.

이 음반을 알고 계시다면 Pink Floyd의 [Animals] 음반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 지도 알고 계실 거에요.
아시다시피 Pink Floyd의 [Animals]는 자본주의의 모순을 동물들로 비유한 음반으로,

개인의 괴로움이 바로 사회적 부조리에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죠.

게다가 이 음반은 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농장'에서 영감을 얻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난데없이 Pink Floyd의 [Animals] 앨범 커버가 그대로 차용되었는지 알 만 합니다.

 

 

 

 

 

테오가 줄리안과 만나 걸어가는 이 동네들은 영락없이 디스토피아적인 근미래의 모습.
확실히 말하자면 최고의 FPS 게임 중 하나인 'Half-Life 2'에서의 도시 모습과 거의 똑같습니다.
사실 외계인만 없고, 빅브라더 비스무리한 존재만 보이지 않다 뿐이지...
이건 영락없이 절망적인 디스토피아인 'Half-Life 2'와 비슷하다는 겁니다.

 

 

 


***
중요한 인물 중 하나인 KEE...는 아무래도 Brave Woman이란 뜻으로 해석해야 하지 않나 싶네요.
(아닌가?) 발음상으로 '열쇠'의 의미 그대로일 수도 있지만 중요한 삽입곡 'Court of the Crimson King'의 가사를 보면

'Keeper of the city keys'란 말이 나옵니다. 말장난하면... 'kee'per of... 'key's...Kee Kee->> Akiiki(Brave Woman)이 되니까...

그렇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합니다. 억지같다...


****
이 영화는 P.D.James의 소설을 극화한 것입니다만... 소설과 영화는 내용과 등장 인물이 매우 틀리다고 하는군요. 저야 원작을 읽지 않았으니... ㅎㅎ


이 영화 정말 필견 목록입니다.
아직 보지 못하신 분은 꼭 보시길 바라며, 차후 DVD가 발매되면 가급적 구입해주셔도 후회안할 영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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