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318 서교동 돼지곰탕집 '옥동식 (屋同食)' → KF갤러리 '영상과 물질 1970년대 일본의 판화' → 을지로3가 카페&바&작업실 '호텔 수선화'
→ 을지로 음반(LP)샵 겸 카페&바 '클리크 레코즈(Clique Records) & the Edge (디 엣지)'
토요일 나들이의 목적은 KF갤러리에서 2.10~3.24 열리고 있는 '영상과 물질 1970년대 일본의 판화'展을 보기 위해서.
옥동식에서 맛있게 식사한 후 2호선을 타고 을지로 입구역에서 하차하여 KF 갤러리에 도착.
우측이 전시 포스터 이미지.
좌측의 영상이 실크스크린 작업을 보여주는 영상.
영상은 아래 유투브에서도 확인 가능하다.
실크프린트와 우드컷프린트 작업 방식에 대해 상당한 공부가 될 수 있는 영상이므로 관심있는 분들은 꼭 한번 보시길.
우린 오래전 리움(Leeum) 미술관 '앤디워홀'展에서 열린 체험전을 통해 실크스크린을 제대로 작업해본 적이 있긴 하다.
이제 입장.
난 KF 갤러리가 아주 작은 소규모의 전시장인 줄 알았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더라.
일본 판화...
우린 바로 옆나라임에도 일본의 예술에 대해 그리 많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없는 것 같다.
일본의 판화라면 우리가 거장으로 기억하는 인상주의 화가들, 그러니까 마네와 모네같은 거장들도 일본 판화에 열광하였고 그들의 창작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지 않았나.
인상주의 화가들의 화풍을 구체화시킨 가장 큰 공로는 일본 판화에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KF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는 일본 판화의 전성기라고 불리우는 1960~1970년대의 작품들을 주로 전시하고 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노다 테츠야(野田哲也)의 작품들 중 하나.
1968년 즈음의 작품으로 노다 테츠야의 '일기' 시리즈 들이다.
노다 테츠야는 현대 일본 판화에서 매우 중요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는데 노다 테츠야를 기점으로 판화에 사진이나 영상을 응용하는 작품들이 많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위 작품은 가족의 포트레이트를 실크스크린 기법을 적용하여 구현한 작품.
그런데...
제작방식을 떠나 도무지 1960년대 말의 작품이라고 믿어지지 않는 구도, 색감, 정서가 느껴진다.
난 이 작품을 보고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1960년대의 일본은 패전을 딛고 급속한 경제 발전이 이루어지던 시기이다.
이 시기에 문화에 투자되는 자본도 후반으로 갈수록 늘어났고, 영화 예술은 전성기를 맞이 했지.
기모노를 입은 부모와 양장의상을 입은 아들 딸들, 경제 부흥기에 벌어진 다산정책의 일환. 그리고 우측의 소나무 분재.
이 한장의 작품에서 그 당시 일본 가족 사회의 단면을 드러내면서 팝아트의 느낌마저 물씬... 풍기고 있다.
시도는 이미 진작부터 되었었겠지만 일본의 '우키요에(浮世繪- 풍속화를 주로 그린 일본의 목판화)'를 벗어난 일본 현대 판화의 기념비적 작품이랄까.
역시 노다 테츠캬의 1976년작 '일기' 시리즈.
실크스크린, 목판.
이 작품... 정말정말 좋았다.
왜인지 모르지만 이 작품을 보니 고레에다 히로카즈(是枝裕和)의 <아무도 모른다 (誰も知らない)>(2004)가 자꾸 떠올랐다.
노다 테츠야의 작품은 구입하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
하지만... 그건 분명 불가능할테니 작품집이라도 어떻게든 구해봐야겠다.
'텔아비브 가는 길'.
'구마모토 가는 길'.
기무라 코스케의 '아웃 오브 타임 (Out of Time)', 1970
실크스크린, 석판화.
일본의 판화가 60년대 들어 노다 테츠야등에 의해 영상과 사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는데,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현대미술과의 접점이 매우 두드러지게 많아졌다.
기무라 코스케의 이 작품 '현재의 상태 - 존재 A (Present Situation - Existence A)'(1971)는 이와같은 흐름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작품 중 하나.
마츠모토 아키라의 1974년작 '풍경' 시리즈.
대단히 놀랍도록 인상적인 작품.
실크스크린 기법의 특징을 잘 활용한 작품이라고 생각되는데 실크스크린이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특징을 그대로 작품의 결과로 투영해버렸다.
동일한 사진을 기본으로 표현방식만을 바꿔 표현했는데 풍경의 감성이 물질화하는 느낌마저 든다.
근래에 들어 이와 유사한 작업들을 내... 종종 봐왔다. '구슬모아 당구장'에서도 본 기억이 나는데,
이 작품은 사이토 사토시의 1976년작이다.
일부 작가의 표절이란 얘기가 절대로 아니라... 표현 양식의 유사성, 그리고 차이를 한번 볼 필요가 있다는거지.
동일한 지점을 사진으로 찍어 사진의 대상이 된 곳에 올려 놓고 그걸 다시 사진을 찍어 실크 스크린 기법을 통해 표현해낸다.
분명히 존재하는 물질적인 공간은 두번의 복제와 한번의 변형으로 인해 평면화되면서 동시에 비연속적인 분절적 공간으로 변모한다.
어쩌면 작가는 우리가 현대 사회를 바라보는 방식이라고 생각했을 지도 모른다.
사이토 사토시의 작품 계속.
이 작품도 정말정말 인상적이었다.
하기와라 사쿠미의 'One'.
1초를 24프레임으로 나눈 영상학의 개념에서 출발.
1분에 1,440 프레임을 표현했고,
위에는 1,440 X 60 = 86,400 프레임인 1시간의 변화를 보여주고,
하단에는 86,400 X 24 = 2,073,600 프레임의 하루를 표현한다.
이번엔 2,073,600 X30 = 62,208,000 프레임의 한달.
아래엔 62,208,000 X 12 = 746,496,000 프레임의 1년.
우리의 1년은 영화적으로 746,496,000 프레임이구나.ㅎ
그리고 그 7억이 넘는 프레임은 고작 사과 하나가 말라 비틀어지는데 걸리는 시간이기도 하고.
뭔가 아이러니하지 않나.
저 급속히 늘어나는 프레임 수와 달리 세상의 모습은 느릿느릿 흘러가는 것 같으니 말이다.
요시다 카츠로의 '작품 10', 1970
실크스크린.
현대 사회의 모습을 감각적으로 포착한 작품.
그리고...
여기서부턴 작품의 느낌이 좀 달라진다.
이 전시가 크게 두개의 섹션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이전까지가 '영상 표현의 시대'라는 주제 섹션이었다면 여기서부터는 해당 시대에 역시 일본 전체적으로 유행했던 이미지의 물질화, 그리고 물질을 통한 정신 표현의 세계를 소개하는 '물질주체의 상' 주제 섹션.
위 작품은 이다 쇼이치의 '표면은 사이이다' 시리즈, 1976.
이다 쇼이치의 '바닥 위의 종이 No.5', 1976
목판, 석판화.
가노 미츠오의 '반도! 모양의 No.7', 1967.
금속프린트.
에노쿠라 코지의 '전조 (나무) / Symptoms (Wood)'등..., 1976.
실크스크린.
이 전시가 경기도 미술관을 비롯 상당히 많은 미술관을 순회하면서 이어져올 수 있었던 이유를 알 것 같다.
전시 자체의 규모가 크진 않지만 상당히 인상적이고 알찬 전시다.
일본 판화의 전성기를 직접 볼 수 있다는 것도 즐겁고 동시에... 그 작품의 면면의 수준에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곧... 전시가 끝나니 관심있는 분들은 꼭 한번 들러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