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립미술관에서 '스탠리 큐브릭展'을 본 후 식사를 하러 온 곳은 이태원의 우동집 '니시키'.
요즘 우동이 좀 많이 땡겼는데 가장 안전한 선택인 합정동 우동 카덴은 일요일에 문을 닫기 때문에 얼마전 수요미식회에서 소개된 '니시키'로 왔다.
사실 정말 가고 싶은 곳은 따로 있는데 그곳은 다음 기회에 가보기로.
그 정말 가고 싶다는 곳은 요즘 아는 분들 사이에서 집중 회자되고 있어서 오픈 시간에 가도 바로 먹을 수 없다고 하네.-_-;;;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곳을 사랑하는 분들이 계시다면 이 글은 읽지말고 패스하시길.
이유는... 미식에 관해 쥐뿔 아는 것도 없는 내가, 이미 매스컴이나 미식 블로거들에게 인정받은 이 집에 대해 건방지기 짝이 없는 비판을 하기 때문이다.
이런 건방진 글을 올려도 될까...? 싶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공간이니 올려본다.

 

 

 

 

니시키.
주차할 곳 없는데 그냥 대로변에 차를 대놓더라.
난 그럴 마음은 없어서 다른 곳에 주차해놓고 옴.
문제는... 간판 옆의 홍보물인데 '사누키 우동 결전 우승'이라고 크게 적혀 있다.
난 이런걸 개인적으로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홍보의 일환이니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난 이상하게 저렇게 무언가 상을 탔다고 적으면 내세울 수 있는게 그게 다인가?...하는 마음이 생기더라.
게다가 저 상은 니시키에서 수상한 상이 아니고, 니시키 오픈때 기술 전수를 해준 일본 우동집의 주방장이 일본에서 받은 상 아닌가?(물론 니시키가 저 상을 수상했다는 문구는 없다. 다만 텍스트를 아래까지 읽지 않으면 오해의 소지가 분명히 있다) 그리고 미슐랭, 블루리본과 달리 저런 상들은 기준과 인지도 자체에 대해 대중적인 인식이 있는 것도 아니지 않나.
아무튼...

 

 

 

 

 

 

 

 

들어왔다.
우동집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뭐... 다 내 선입견때문일거다.
우동집은 이래야한다 뭐 어쩌고...하는.
그런데 정말 날 당혹스럽게 한 것은 이 정도의 대표적 우동집이란 곳의 물통이 분식집의 그것과 하나도 다를 것 없다는 사실이었다.
미슐랭 집도 아니고 빕 구흐멍 수준(합리적 가격의 먹을 만한 음식점을 지칭함)의 도쿄 '가마치쿠'만 해도 그 탐나던 도자 물병을 가져오던데...
그렇다고 그 가마치쿠가 비싼 집도 아니지 않나.(오히려 이곳 니시키가 더 비싼 집일거다)
아무튼 저 물통은 자리에 앉기도 전에 날 적잖이 당혹스럽게 했다.
혹시...  이곳... 자신들이 미식으로 문화를 만들어 시간을 쌓아가려는 그런 철학없이 그저 흉내만 내는 곳 아냐?하는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물론 이런 소리는 와이프에게 하지 않았다.
먹기도 전에 기운빠질 말을 할 필요는 없으니...
그런데 와이프도 똑같은 얘기를 하더라.

 

 

 

 

 

 

 

 

주문.
와이프는 붓가케 우동 정식
나는 자르 정식.

 

 

 

 

 

 

 

 

와이프의 붓가케 정식.
어...?
붓가케 우동의 모양은 참으로 인상적인데,
정식의 모양새가 날 좀 당혹스럽게 한다.
우동카덴만 가더라도 음식의 순서라는게 있다.
미니규동이나 샐러드가 나오고 본식이 나온다.
이곳은... 차왕무시, 덴뿌라, 깨소스의 샐러드, 미니주먹밥, 안닝토후, 우동을 한꺼번에 내놓는다.
우동 면발이 워낙 탄력있으니 뭘 먼저 먹든 상관이 없다는 뜻인건지 좀 혼란스러웠다.
(이쯤되면 그냥 먹으면 되지 뭘 그렇게 따지냐고 말하는 분들이 분명히 있을 것 같지만... 난 이게 도통 이해가 안됐다)
덴뿌라는 무난...하다. 새우는 상당히 괜찮은데 나머지는 그냥 무난하다.
차왕무시도 나쁘지 않다.
문제는... 도대체 이 조합이 너무 생뚱맞다는거지.
게다가 저... 안닝토후는 디저트에 속하는 음식 아닌가? 그럼 다 먹고 디저트처럼 먹으라고 말을 해주던지.
저 안닝토후가 우동 맛의 밸런스를 완전히 무너뜨린다고 생각하는게 나 뿐인가...?(와이프도 나와 똑같이 말했지만)
쯔끼다시 한꺼번에 내온 것도 아니고.

이쯤되면... 난 엄청나게 내 스스로의 미식 수준을 의심하기 시작할 수 밖에 없다.
이곳은 수요미식회 패널들이 대부분 다 극찬을 한 곳이 아닌가.
그런데 내까짓게 뭐라고 이렇게 맘에 안든다는거야... 내 입맛은 진정 삐꾸인가...? 하는 생각이 드는거지.

 

 

 

 

 

 

 

 

붓가케 우동.
다행스럽게도... 우동은 맛의 밸런스가 제법 괜찮다.
하지만 뒤에 나올 내가 주문한 우동과 마찬가지로 이 우동의 문제는 다름아닌 이집의 자랑인 '면발'이었다.
물론 우리 부부에게만 해당되는 문제점일지 모르지만...-_-;;;아무튼.
니시키의 우동 면발은 매우 탱탱하다.
수요미식회의 패널 중 누군가가 마치 껌을 씹는 것 같다고 하던데 정말 그렇다.
그런데, 난 이쯤에서 궁금한게 있다. 껌을 씹는 것 같다는 말이 면발의 탄력을 비유한 것임을 알긴 하겠는데, 도대체 우동 면발이 왜 그 정도로 내 입 속에서 저항을 해야하는걸까?
난 이 집의 면발이 처음엔 신선한 느낌으로 다가왔지만 어느 정도 먹다보니 상당히 거슬렸다.
탄력있으면서도 부드러움도 함께 갖춰야하는게 우동 면발이 아닐까...싶은데 이 집의 우동 면발은 그냥 마구 탱탱할 뿐이다.
파스타의 알덴테에 익숙한 내가 이 집의 이 알덴테 우동면발엔 도무지 적응이 안되더라.
탱탱하다기보단 그냥 설익은 느낌을 갖는건 우리 뿐일까?

 

 

 

 

 

 

 

 

 

 

 

 

 

 

 

내가 주문한 자르 정식.
정식의 구성은 우동만 다르지 똑같다.
자르 정식은 쯔유에 찍어먹는 우동으로 면발의 느낌을 가장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메뉴이기도 하다.

 

 

 

 

 

 


 

면발은 와이프의 우동과 다를 것이 없으니 생략.
문제는 쯔유다.
난 이 우동을 쯔유에 찍어 먹으면서(처음엔 일부러 와사비, 파 아무것도 안넣고 쯔유에만 찍어 먹어봤다) 도쿄에서 먹었던 빕 구흐멍 레벨의 우동집 가마치쿠...의 우동이 얼마나 훌륭한 것인지를 새삼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동시에 우동이라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음식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더라.
아... 도쿄 우에노의 '가마치쿠' 정도의 우동집 수준을 만난다는게 쉬운 일은 아니구나...하는 생각이 드는거지.
그 집이 일본에서 우동으로 끝을 보는, 뭐 그런 수준의 집은 절대 아니거든.
저 자루우동의 쯔유는 솔직히 말하면 날 많이 당혹스럽게 했다.
우리가 흔히 만나보는 대중적인 우동집의 쯔유보다 조금 더 고급스러운 느낌일 뿐 특별히 다를 것이 없었다.
물론... 이 우동이 면발 맛으로 먹는 우동이긴 하지만... 가마치쿠에서 먹었던 그 향도 다르고, 간장의 느낌도 깊고 그윽했던 그 쯔유의 개성과는 너무나 큰 차이가 있더라.

이렇게 말하니...
일본에서도 유명한 우동집으로부터 기술을 전수받았고, 심지어 그 일본 우동집의 주방장이 니시키의 오픈때 국내에 와서 주방을 안정화시켰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 이걸 다 무시하는 글을 올리는 모습이라 무척... 걱정이 된다.-_-;;;
네가 뭔데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따위 평가를 하냐... 뭐 이런...-_-;;;

한가지.
몇몇 우동집들을 다니면서 느낀 것인데,
합정동 '우동 카덴'이 얼마나 안정적이고 훌륭한 우동을 내는 곳인지를 역설적으로 다시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문제의 물통.

 

 

 

 

 

 

 

 

한남동 뒷길을 걸었다.

 

 

 

 

 

 


 

PEER.

 

 

 

 

 

 

 

 

이곳이 바로 Monday Edition.
와이프가 좋아하는 쥬얼리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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