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이 영화를 보지 못한 분들도 영화 제목만큼은 다 알고 있는 <2001 A Space Odyssey/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부스로.
아직 닐 암스트롱이 달을 밟기도 전인 1968년에 나온 영화.
특수효과 기술도 발달하지 않았던 이 시기에 이토록 놀랍고 정교한 SF 영화를 구현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다.
아무리 아서 클락의 시대를 앞서간 원작을 기반으로 했다고해도 지금 봐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이 정도의 완성도라니.
이 영화를 처음 접한 것이 30년도 더 된 일인데 그때의 충격은 진짜...
아들이 이 영화의 대략적인 설정을 듣더니 '그럼 Wall-E의 그 우주선 컴퓨터같은 거네요? HAL 9000이?'라고 말하더라.
듣고보니 맞는 말이다.
백팩.
촬영 사진.
퀘스타 망원경.
영화의 후반으로 가면 주인공이 우주의 급류에 휘말린 후 백색의 공간에서 늙어 임종을 맞이하는 자기 자신의 모습과,
태아의 모습인 자신을 보게 되는 장면이 있다.
이 부스는 그 장면을 재현한 곳.
48년이 지난 지금도 미래의 디자인으로 여겨질 법한 식사 도구.
바로 아르네 야콥센의 디자인.
아... 이 식사 도구 디자인이 아르네 야콥센(Arne Jacobsen)의 디자인이었구나.
이제서야 알았다.
아르네 야콥센은 내 워낙 좋아해서 예전 내가 디자인한 제품의 상품명을 '아르네', 또는 '야콥슨(센)으로 지은 적이 있다.
그리고 영화에 등장했던 이 미래 지향적 디자인의 시계는 Hamilton (해밀튼)의 제품.
그리고... 너무나도 유명한,
주인공들을 우주선에서 내몰아버리려는 인공지능 할9000 (HAL 9000).
섬뜩했지.
특히 할9000의 음모를 알아채고 할9000을 정지시키려는 등장인물들의 대화를 입모양만 보고 알아내어 대응하는 장면은... 어우...
스페이스 오페라라고 불러도 어색할 것이 없는 스트라우스, 리게티의 장대한 음악과 함께 거의 대사없이 진행되는 분위기, 폐쇄적인 프레임이 주는 공포감등으로 인해 내게 이 영화는 공포영화로 인식되었다.
큐브릭에게 오스카를 안겨준(특수효과상)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특수 효과를 가늠할 수 있는 부스.
그리고...
영화 초반 등장하는 유인원 탈.
대단히 정교하다.
아래 잠시 언급하겠지만 유인원이 나오는 장면은 배우들을 이끌고 로케이션을 한 것이 아니라 프론트 프로젝션 기술을 이용해 스튜디오에서 촬영한 것이다.
포스터.
그리고...
프론트 프로젝션 (Front Projection) 기술을 위한 카메라.
원시 인류가 등장하는 영화 도입부(그것도 길고 긴 적막과 고요의 인트로씬 이후에 등장하는)에서 이 기술을 사용했다.
사진 작가들이 아프리카에서 찍은 사진들을 슬라이드 영사기를 통해 투사하고, 원시 인류 의상을 입은 배우들이 투사된 스크린 앞에서 연기한다.
이럴 경우 슬라이드 영상이 원시 인류를 연기하는 배우의 몸과 세트에 비춰질 수 있는데 이 문제를 스튜디오 조명을 밝혀 프로젝터로부터 송출되는 빛을 없앰으로 해결했단다.-_-;;;;
하지만 이 빛으로 인해 배우들의 그림자가 이질적으로 발생하게 되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프로젝터, 카메라, 거울의 위치를 정확히 배치했단다.
프론트 프로젝션이라는 기술에 대해 대충의 이해는 있었는데 막상 조금 더 알고보니 아우...
정말 이 감독님 편집증적인 완벽주의는 정말이지...
프론트 프로젝션을 위한 무대가 있는 스튜디오.
정말 이 정도면... 테리 길리엄 감독이 울고갈 만한 수준이다.
프론트 프로젝션 테스트 폴라로이드.
자... 이제 이곳을 나와서 3층으로 이동.
<Barry Lyndon/배리린든>을 보러가기 전에...
1971년 발표한 또다른 문제작 <A Clockwork Orange/시계태엽 오렌지>부터.
말콤 맥도웰의 연기가 빛났던 이 문제작의 주인공 알렉스.
얼마전 이 전시의 진행사가 알렉스와 그 일당과 함께 기념 촬영을 찍을 수 있는 이벤트를 열었다가 뭇매를 맞았지.
모르는 사람들은 뭐 그럴 수도 있지 않나...라고 말할 수 있지만 이 영화 속의 알렉스와 그 일당이 하는 짓을 알게 된다면 기념 촬영은 오버아니냐고 생각할 수 밖에 없을거다.
청소년 입장 불가 부스.
아... 영화를 못보고 오신 분들도 정말 많던데 그 분들은 이 부스에서 무슨 생각을 할까.
미국춤...?
영화를 보신 분이라면 나신의 이 여성이 누군지 단번에 알 수 있을 것.
영화사에서 그 유명한 악역인 한니발 렉터나 최근 다시 사랑받고 있는 드라마/영화 <셜록>의 모리아티 교수등은 악인이면서도 클래식 애호가라는 설정이 있다.
알렉스도 마찬가지다. 그는 베토벤에 푹 빠진 악당이며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은 이 영화에서 알렉스의 심리를 대변하는 매우 중요한 매개이기도 하다.
이 영화가 스탠리 큐브릭에게 커다란 마음의 상처를 안겨주기도 했고, 그 때문에 영국에서 30년 가까이 이 영화가 상영되지 않았던 유명한 일화도 잘 알려져 있지만 누가 뭐래도 큐브릭의 대표작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혹시라도 아직 이 영화를 보지 못한 분이 계시다면 꼭 보시라.
그리고... 내가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했던 1975년작 <Barry Lyndon/배리 린든>
이 영화는 한동안 지나칠 정도로 과소평가받았던 영화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영화에는 큐브릭 감독의 다른 영화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일반적인 인간의 감정이 잘 드러난다.
게다가 마치... <베니스의 상인>을 연상시키듯 뿌연, 이른바 '마법의 시간'에 촬영된 영상도 상당히 고혹적이다.
다만... 이 영화는 1975년 당시에만 약 1,100만불의 제작비가 들어갔다.
큐브릭 감독이야 늘 제작비를 마구 초과하는 감독으로 유명하지만 <배리 린든>까지 그 정도로 제작비가 들어갔으니 제작사도 미칠 지경이었을거다.ㅎ
큐브릭의 영화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샤이닝>, 그리고 <아이즈 와이드 셧>만을 본 와이프에게 <배리 린든>, <닥터 스트레인지러브>, <시계태엽 오렌지>는 꼭 보라고 말했다.
물론 와이프가 볼 때 나도 다시 볼 생각이다.
그리고...
1980년작 <the Shining/샤이닝> 부스에 도착.
아... 이 미로.
제주도의 감녕 미로공원이 생각난다.ㅎ
으어... 오버록 호텔.
이왕이면 바닥까지 똑같이 만들지.ㅎ
저 앞쪽 입구 좌우에 커다란 거울이 놓여있는데...
그냥 거울인 줄 알고 있었으나,
갑자기 이렇게!
오버록 호텔의 전 관리자에 의해 희생된 그의 두 딸의 모습이 나타난다.
그리고 문제는 쌍둥이 그래디 자매의 좌측에 빨간색 키가 꽂힌 문이다.
저 문을 열 수 있는데,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열기 바람.ㅎ
저 문을 열고 소스라치게 놀라 반대편 벽까지 날아가는 아저씨를 봤다.
다들 알고 있듯이,
이 영화의 근간이 된 소설 <샤이닝>의 원작자 스티븐 킹은 자신의 원작과 달리 매우 냉소적이고 차가운 이 영화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곤 했다.
물론 그의 비판과 별개로 이 영화는 공포 영화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걸작의 위치에 올랐지만 말이다.
창작의 강박에 억눌리고, 오버룩 호텔에 깃든 원혼에게 잠식당하여 서시히 미쳐가는 소설가 잭 (잭 니콜슨)의 광기를 예고해주는 장면.
죽은 자와 교감이 가능한 샤이닝 능력이 있는 잭의 아들 대니는 호텔 복도로 피가 홍수처럼 쏟아져 들어오는 것을 보게 된다.
이 장면은 가히... 압도적인 장면이지.
아...
잭은 점점 미쳐가게 되는데 그의 아내 웬디 (셜리 두발)는 그가 타이핑한 글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란다.
온통... 이 말 뿐이었다.
All Work and no play makes Jack a dull boy.
일만 하고 놀지 않는 잭은 바보가 된다....
그리고 아들 대니는 점점 오버록 호텔을 배회하는 유령들과 교감하게 된다.
좌측은 대니역의 대니 로이드가 촬영시 입었던 옷이고,
우측의 드레스는 영화 속에서 전 관리자에 의해 살해된 그의 쌍둥이 자매인 '그래디 자매'가 입었던 옷이다.
그리고...
다 아시리라.
이제... 1987년에 발표한 <Full Metal Jacket/풀 메탈 자켓>.
전쟁에 대한 메시지를 담은 영화이긴하지만, 그보다 마초적인 남성성이 강요받는 사회의 우스꽝스러움을 비꼬는 풍자극이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영화는 2개의 에피소드로 나뉘어져 있는데 첫번째 에피소드는 훈련소에서 따돌림과 괴롭힘을 당하는 신병과 이를 도와주려던 주인공을 보여주고 두번째 에피소드는 비극적인 첫번째 에피소드 이후 종군기자로 파견된 주인공의 모습을 담았다.
주인공 조커가 종군기자로 파견되었을 때 쓰고다니던 '타고난 킬러' 철모.
이제... 발표한 작품 중 마지막 작품인 고인의 유작 1999년작인 <Eyes Wide Shut/아이즈 와이드 셧>을 볼 차례.
다들 알다시피 이 당시 부부의 연을 이어가고 있던 톰 크루즈와 니콜 키드먼이 열연했다.
톰 크루즈... 아마 고생많았을거다.
들었던 에피소드도 있고.
완벽주의자 감독 덕분에 몇분 짜리 컷을 400분 이상 찍은 걸로 알고 있다.
영화 보신 분들은 무언지 단번에 알 수 있는 곳.
영화 속 분위기처럼 압도적인 느낌을 받게 된다.
여...여보, 당신은 여기 있음 안돼.
이렇게... 스탠리 큐브릭(Stanley Kubrick) 감독의 작품들을 다 보고 끝인 줄 알았다.
그런데 프로덕션 도중 뒤엎어지거나 감독이 바뀐 3편의 영화를 또 소개해주더라.
이 전시가 생각보다 상당히 괜찮은 전시라는걸 확인하게 된다.
이게 아마... <아리안 레터 / Arian Letter>의 촬영 스케줄이었을거다.
프리 프로덕션도 꼼꼼하게 진행되었고 큐브릭 감독의 열의도 대단했는데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쉰들러 리스트>가 제작 중이라는 소식을 듣고 이 프로젝트는 엎어져버렸다.
아쉽다.
난 스필버그 감독의 <쉰들러 리스트>가 2차 세계 대전의 비극을 너무 지극히 개인적인 역사로 협소하게 만든 느낌이 들어 그닥 좋아하지 않았는데, 큐브릭 감독의 <아리안 레터>가 완성되었다면 어떤 모습이었을까?
드레스 리허설.
그리고...
우리에게 스티븐 스필버그의 작품으로 널리 알려진 <A.I> 역시 원래 큐브릭 감독에게 제안되었던 영화라고 한다.
큐브릭 감독이 거절한 뒤 스필버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고.
물론... 스필버그의 <A.I>도 나쁘지 않았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 이르러선 정말 나까지 너무 눈물이 나와서.-_-;;;
마지막으로 <나폴레옹>.
큐브릭 감독은 나폴레옹에 지대한 관심이 가졌다고.
이 책들은 큐브릭 감독이 수집한 나폴레옹 관련 서적들이란다.
나폴레옹 파일 카드 캐비닛.
큐브릭 감독이 수집한 나폴레옹 관련 서적.
이렇게 다 보고 나오면...
그의 주요작 하이라이트를 연달아 상영해주는 코너가 있다.
개인적으로... 이건 아니지 않나 싶다.
다른 장면들도 아니고 하이라이트 장면을 이렇게 줄줄이 보여주다니.
가급적 온전히 작품을 구해 보시라고 말하고 싶네.
큐브릭 감독을 그린 그림.
그의 와이프인 크리스티안 큐브릭의 그림.
그림이 정말 좋다.
전시 자체가 상당히 알차다.-_-;;;
규모 좀 있고 괜찮은 컨텐츠는 죄다 대기업이 주관하는 거라 이게 정상은 아니라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지만(도대체... 대기업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이 전시의 컨텐츠가 좋다는 사실은 인정해야 할 듯.
이제 봄이 성큼 앞으로.
점심 먹으러 가자.
*
이렇게 스탠리 큐브릭 전시를 보고 나니 고인의 작품을 하나하나 찾아서 보며 열광하던 시절도 생각이 나더라.
<샤이닝>은 비록 스티븐 킹이라는 작가가 창조한 원작을 바탕으로 시작되었으나 창작자 '잭'이 강박으로 인해 서서히 미쳐가는 과정을 그리면서 큐브릭 감독은 어쩌면 지독할 정도로 완벽주의적인 자신의 모습을 잭에게 투영했을 지도 모른다.
어찌보면 세상은 늘 이렇게 자신과 괴로울 정도로 투쟁하는 이들이 변화시키는게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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