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알볼로 피자를 먹고 엄청나게 체했다.
나만 그런 줄 알았더니... 남은 2개의 피자를 먹은 와이프가 토요일 저녁부터 급격히 속이 안좋아지더니 구토까지 하더라.-_-;;;
단단히 체한터라 뭘 먹지 못하는 건 물론 두통에 근육통까지...
아 진짜 힘들었다.
사실 일요일에 친구만나러 방배동에 간다고 했는데 도저히 갈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런데... 일요일 오후부터 조금씩 나아지길래 미루지 않고 그냥 출발.
방배동과 집은 고작 28km 거리인데 참... 내겐 멀게 느껴지는구나.
강남은 다 멀게 느껴져.
방배동에 제대로 된 사찰음식을 선보이는 음식점 '마지 (Majii)'는 사실 내 초등학교 동창인 김현진 사장이 운영한다.
그리고 역시 같은 초등학교 동창인 친구 역시 마지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살고 있고.
마지에서 둘 다 만날 수 있다는거, 이른바 일타쌍피.ㅎ
김현진 사장이 내 속이 엉망이라니까 와서 좋은 밥 먹고 가라고 하더라.
고마운 마음에 낼름 달려갔다.
물론 난 공짜밥은 안먹는다. 이번엔 아프다니 선물이라는 친구의 호의에도 난 당연히 밥값을 냈지.
공짜밥은 체한다. 언젠가는.
도착... 50분도 안걸렸다.
일요일 저녁이라 그런지 차가 하나도 안밀려.
엇... 실내가 은은하니 예쁘다.
내가 도착했을 때는 일요일 늦은 시간이라 한산하다.
내가 도착한지 5분도 안되어 상준이가 도착했다.
히사시부리~~~
음식 나오기 전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약간의 수다를 떨었다.
음식 사진을 올리기 전에,
난 친구고 아니고를 떠나 사람먹는 음식갖고 내 생각과 다른 말을 할 생각이 없다.
사실 어느 정도 기본적인 음식에 대한 지식이 없는 나같은 사람에게 종교음식이라는건 근본적으로 쉽게 접근하기엔 무리가 있다..
파스타나 핏짜등의 이탈리언 요리, 프렌치 다이닝에 대해서는 정말 아주...아주 약간이나마 역사적인 배경이나 식자재에 대한 지식이 있지만 오히려 우리가 늘 먹는 한식이나, 특히 사찰음식 등에 대해선 난 완전 문외한이다.
김현진 사장이 먹는 동안 여러가지 차려진 밥상의 음식들에 대해 이야기해주었고,
그 덕분에 어느정도 이 음식이 어떤 과정을 거쳐 상에 차려졌는지 이해를 했지만 또 그만큼 이해를 제대로 하지 못한 부분도 있다.
음식이 갖고 있는 문화와 역사에 대해 안다면 더할 나위가 없으나 내겐 그게 불가능하다는거지.
그러니 그냥 난 미각에서 느껴지는 맛에 집중할 수 밖에 없었다.
이미 난 여러번 사찰음식을 먹어보고 낭패를 본 적 있다.(순전히 개인적으로)
제법 유명하다는 집들도 가봤으나 난 정말 그 음식들을 다 비우는 것조차 힘들더라.
한편으로 내가 그렇게 강한 맛에 길들여졌나...싶기도 했고, 한편으론 굳이 이렇게까지 먹어야할까?하는 두가지 생각이 번갈아 머리를 오고 가더라.
아무튼...
서론이 너무 길다.
어차피 음식 얘기하면 '맛있다' '맛없다' 외엔 표현할 능력도 없으면서.
속을 달래라고 차를 내줬다.
한모금 마셔보고 '이거 뭐야?'란 말이 바로 나오더라.
결국 텀블러에 김사장이 담아주더라. 집에 가서 역시 속이 안좋은 와이프 마시게하라고.
이렇게 나온 상이 기본 상이란다.
가격은 10,000원.
난 10,000원이라는 가격을 듣고 난감한 마음이 들더라.
우리가 대충 먹는 백반집 가격도 찬 몇개 찌게 하나에 6~7,000원이 수두룩한데.
물론 이 음식엔 오신채, 육류는 전혀... 없다.
가운데 나물이 방풍귀였던가?
최소한의 드레싱만 올라갔는데 묘하게 중독성이 있다.
땅콩이 조금 나왔는데 땅콩이 간혹 소화장애를 일으키니 산초를 조금 넣었다.
우엉국.
내 사실 우엉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데 담백하면서 시원한 것이 먹기 딱 좋더라.
밥은 현미밥인데 질좋은 현미를 고집하고 있단다.(현미는 도정을 안하니까...)
난 꼭꼭 씹어서 열심히 먹었다.
버섯 탕수.
채식이라면 고개를 젓는 이들도 이 정도 버섯탕수라면 무리없이 먹을 수 있겠다.
그리고 왼쪽의 우엉부침(?)도 씹히는 맛도 있고 아주 맛있게 먹었지.
이건 친구가 먹은 콩고기덮밥.
내가 여지껏 먹어본 콩고기는 육류의 맛에 가까왔다.
많은 이들이 그걸 원하니 음식점에서도 그렇게 내오는 듯 하고,
그리고 어떤 콩으로 만드는지도 잘 알지 못하지.
마지의 콩고기덮밥은 정말 담백하다. 그동안 먹어본 콩고기와는 많이 달랐다.
난 오랜 친구가 뚝심있게 운영하는 음식점임에도 이제서야 처음 들렀다.
다른 이유보다 내 자신이 사찰음식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데 먹어보고 난 뒤 느끼는건 이 정도라면 나처럼 채식에 대한 관심이 그닥 없는 사람도 거부감없이 쉽게 먹을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더라.
그렇게 속이 엉망이었음에도 이곳에서 밥 다 먹고 반찬도 다 비웠는데 잠은 정말 편하게 잘 수 있었다는 것도 신기했다.
(이게 정말 마지의 음식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이틀 동안 잠을 자도자도 잔 것 같지 않아 힘들었는데 월요일 아침은 정말... 푸욱 잤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다음에는 와이프를 데리고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
김사장,
책 잘 볼께.
근데 다음엔 책 편집 디자인 잘 해야혀.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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