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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마에다 겐타가 아닌 오타니 쇼헤이를 선발로 내세운 이유는 한국을 힘으로 꺾겠다는 의지였을거다.
늘 일본과 한국 야구를 비교할 때 일본은 정교하고 데이터를 중시하고 한국은 정신력과 신체적 파워가 좋다는 말을 해왔고,
실제로 WBC등에서 한국이 종종 일본을 꺾는 결과가 나왔으니 일본으로선 한국을 속시원하게 힘으로 제압해서 실력의 차이를 보여주고 싶었을거다.
난 경기 전에 속으로 '열심히해서 망신만 당하지 말자'라는 바램을 가졌었다.
오타니 쇼헤이와 마에다 겐타의 투구 영상을 많이 봐왔던 터라 그들의 공은 1년 내내 상대해도 쉽게 쳐낼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며
솔직하게 우리보다 수준높은 투수들이 즐비한 일본 리그에서 그 투수들을 상대해온 타자들이 역대 최약 투수진이라고 평가받는 우리 대표팀 투수들을
엄청나게 괴롭힐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기대라는 건 기대를 품어야하는 대상이나 상황이 얼마나 현실적인 인식을 갖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너무나 뜬금없는 자신만의 희망을 대표팀에 투영하면서 자기 멋대로 실망해버리고 욕설을 내뱉는 이들을 보면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어제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투수들이 볼 하나를 버릴 때 양국 투수진의 그 커다란 차이를 절감했을거다.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볼 하나를 뺄 때도 공 하나 차이로 던지는 것과 누가봐도 빼는 볼이라고 보여지는 것은 스코어 이상의 차이가 있다.
그저 남은 경기에서 최선을 다해주길 바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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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의 소아성애 논란의 불씨가 꺼질 줄 모른다.
출판사가 이 책은 냅둬...라고 선언한 뒤 기자들과 경직된 뇌를 가진 분들이 재생산에 재생산을 거듭하여
이젠 이 논란이 스스로 지겨워서 그만 둘 때까지 기다리는 방법 외엔 없을 정도의 상황이 된 것 같다.
이 논란에 즈음하여 김풍씨와 박준우씨가 단지 미소녀 사진집을 발표한 로타(최원석)의 사진이 걸려있는 까페 사진을 올렸다는 이유만으로
'소아성애자'라는 말을 듣는 일이 생겼었다.
아마도 누군가 이런 일련의 논란들을 접하면 한국이라는 사회가 엄청나게 청교도적 윤리를 지향하는 사회인 줄 알거야.
우린 아직 초등학교도 들어가지 않은 아이들이 TV에 나와서 걸그룹의 낯뜨거운 안무를 따라하는 모습을 재능이랍시고 보여주고
진행자와 패널들은 웃으며 대단하다고 박장대소하는 모습을 봤다.
유치원 학예 발표에서 아이들이 요상한 옷을 입고 걸그룹 춤을 추는 동영상도 봤다.
TV에 나와서 춤을 추는 걸그룹들의 안무를 보면 가끔 '야들은 노래를 하는거야... 성인쇼를 보여주는거야?'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난 이런 상황이니 아이유의 논란이 어이가 없다라는 얘기를 하고 싶은게 아니다.
이미 우리 주변에서 수많은 매스미디어를 통해 성인 민증을 받지도 않은 여성에 대한 성적 판타지가 일반화되어있다는 말이다.
아직 고등학교도 졸업하지도 않은 걸그룹 멤버들이 성행위를 연상하는 안무를 보여줄 때 우리들은 '아... 귀여워. 어쩜 저렇게 예쁘게 춤을 출까'라고 생각을 하나?
그렇게 대놓고 보여주는 성적 판타지는 OK!고 이를 은유로 풀면 아주 기분이 나쁜... 뭐 그런거야?
물론 난 이런 논란이 벌어지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그럴 수 있지.
뭣보다 민감한 문제일 수도 있지 않나.(왜?... 아무튼) 하지만 그 논란의 진행 방향이 너무 구려서 어처구니가 없을 뿐이다.
이러한 논란이 생기면 우리 사회가 수용할 수 있는 성적인 판타지에 대한 사회학적인 담론 역시 가열차게 심화되어 음지에 나자빠져 뒹굴고 있는
섹슈얼리티를 양지로 조금씩 끌어낼 수 있어야하는데 지금 상황은 그저 아이유가 소아성애를 옹호하고 아동성범죄를 부추기는 사회악인양 다뤄진다.
이에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이들은 모조리 넷의 광장으로 끌려가 화형 선고를 받고 있고.
만약 이런 식으로 문화/예술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사회적으로 처단한다면 굳이 이해당사자외의 대중들이 자신의 해석을 할 필요가 없다.
영화 감독이 자신이 의도한 바를 내놓으면 그걸로 땡이어야하고,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내놓고 의도를 얘기하면 그걸로 땡이어야하지.
감독에게 내재화되어 감독 자신 조차 인지하지 못했던 텍스트를 대중이 잡아내어 글을 쓰면 그런 짓도 해서는 안되는거지.ㅎㅎㅎ
당장 나 자신도 얄팍한 지식에 기대어 여러 영화나 음악등에 감상문을 써대는 꼬락서니를 함부러 해서는 안되는거다.
ㅈ같은 상황에 정말 구려도 너무 구린 논란이다.
***
마지막으로...
내 정말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만만한 연예인에 대한 대중의 돌팔매질이다.
국회의원을 비롯한 기득권 세력의 군면제, 마약범죄, 성추행등에 대해서는 그토록 관대하기 짝이 없을 정도로 목소리를 거둬들이다가
연예인들이 논란꺼리를 던지면 득달같이 달려들어서 자신들이 무슨 집행관이나 된 양 대상을 사회로부터 격리시키려 든다.
가히 광적이다.
이런 광적인 병신들이 우리 주변에 깔려 있다는 사실 자체가 끔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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