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무라 타쿠야가 주연을 맡았던 일본 드라마 <체인지>(2008)는 케빈 클라인이 주연을 맡았던 영화 <데이브>(1993)과 유사하게 청렴하고 선한 성품을 가진 평범한 이가 일본의 정치 수장(사실은 바지 총리)이 되어 변화를 일으키고 이에 대중이 그 진심을 이해하고 희망을 갖게 되는 과정이 그려진다.
기무라 타쿠야는 정치 가문에서 자란 차남이지만 정치에는 관심없고 천체망원경으로 별을 보길 좋아하는 초등학교 선생님이란 설정이었는데 사실 이게 얼마나 오글거리는 설정이냐.
그렇더라도 그가 어쩔 수 없이 정치판에 몸을 들여놓은 뒤 바지 총리가 되고, 온갖 음모에 맞서며 자신의 정치를 해나가는 모습은 '선한 정치'따위를 기대할 수 없는, 갖잖은 정치공학 어쩌구 (공학은 무슨 개뿔...)가 설쳐대는 우리 실정에서 꿈꿀 수 있는 판타지같아 재밌게 볼 수 있었다.
문제는 이게 기본적으로 계몽군주 이야기 비슷...하다는거다.
물론 터키의 아타튀르크같은 절대적 계몽군주는 아니었지만 난데없이 나타난 선하되 강직하고 올곧은 사상을 가진 총리가 주변에서 그를 무시하던 관료들, 그리고 그를 얼굴 잘 생긴 왕자님 정도로 생각하던 국민들까지 감동시키며 희망의 '일본'을 그려나간다는 점에서 그는 분명히 계몽군주의 역할을 했다.(합리적이고 개혁적인 정치를 뚝심있게 해나갔다는 점에서)
좀 다르긴해도 케빈 클라인의 <데이브>도 그렇고 썩어 문드러진 정치판, 이전투구가 판을 치는 정치판에서 이처럼 한명의 히어로가 나타나 국가의 희망을 이야기한다는 점은, 결국 우리가 이런 사람이 나타날 때까지 손가락 빨고 기다려야한다는 의미이기도 해서 재밌게 보면서도 무척 씁쓸한 기분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
우리 조류 생물학적 여성은 여느 때보다 더 자주 요즘 인간됨, 진실이란 말을 입 밖에 꺼낸다.
많은 이들이 아무리 그 조류이자 생물학적 여성인 그 작자의 말과 행동을 비웃지만, 저토록 꿋꿋하게 진실한 사람이 어쩌구를 운운하는 걸 보면 저 조류이자 생물학적 여성은 국민의 성난 목소리를 조금도 알지 못하는 것이 분명하다.
이 와중에 우리는 한때 소중한 재야의 정치적 자산이었던 안철수의 민낯을 매일같이 목도하고 있다.
한때 그에게 실낱같은 희망을 걸었던 많은 이들의 절망과 깊은 한숨따위 그는 모른채 그 역시 대중의 삶과는 전혀 상관없는, 갖잖은 정치공학(제발 공학이란 말 좀 갖다 붙이지마. 이공계 모독이다)에 빌붙은 자기 이야기만 할 뿐이다.
어딘지 그가 조류이자 생물학적 여성과 너무 많은 부분이 오버랩된다고 생각하면 내가 '오버'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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