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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지의 신곡 '소격동'과 '크리스말로윈'을 들었다.
소격동에서 어렴풋하게 느껴지던 군부독재 시절과 현재의 기시감이 '크리스말로윈'에선 상당히 노골적으로 표현되더라.
가사를 전달해주는 메시징의 힘에 대해서는 개인마다 느낌이 다를 수 있겠고, 메시지에 둔중한 힘이 실려있다거나 비유의 표현이 직설적인 날카로움을 담았다고 말하기엔

무리가 있겠지만 주류 음악 시장에서 그 누구도 이런 얘기를 하지 않는 상황에서 맞닥뜨리는 그의 곡이 난 반갑기까지하다.
그만큼... 현실의 대중 문화는 팍팍한 현실을 반영하는 것을 모두가 주저하고 아무도 하려고 들지 않는다는 방증이지.

음악적인 부분에서 서태지는 내겐 늘... '계륵'과도 같다. 감히 내가 뮤지션에게 '계륵'이라는 표현을 쓴다는 말이 참 우습지만 그가 신보를 발표한다고 할 때마다

내심 약간은 기대하면서도 그와 동시에 결과물은 결코 날 만족시키지 못할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된다는 점에서 내겐 '계륵'이라는 표현만큼 적절한 표현은 없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크리스말로윈'에서 그의 음악은 솔로 음반 시절의 다른 곡들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복잡하다.
기본적으로 일렉트로닉을 지향하지만 귓가를 생경하게 건드리는 이 미묘한 리듬은 누가 들어도 트로트 리듬이다.
거기에 덥스텝과 트랩의 요소를 덧입힌 듯한데 이러한 편곡에 서태지의 보이스가 얹어져 그야말로 미묘한... 느낌의 음악을 들려준다.
그러니까,
내겐 이 곡이 '귀에 안들어오는 것도, 들어오는 것도 아닌 어정쩡한' 느낌이 든다는거지.

서태지의 솔로 음반의 곡들은 대부분 이렇다.
사운드는 대단히 복잡하고 현란한데 서태지의 보컬은 90년대에 머문 듯한, 표현할 말이 딱히 떠오르진 않지만

피터팬 보컬 스타일이라 이 이질적인 괴리감이 내겐 언제나 낯설다. 그러니까 싫다고도 좋다고도 못하겠는거지.
사실 이 정도로 잘게 비트를 쪼개고 어렵게 편곡을 했음에도 대중에게 그닥 어렵게 들리지 않는다는 것은 그가 가진 능력임이 분명하다. 적어도 난 그렇게 생각한다.
다만 그 완성된 음악이 내겐 늘 아쉽디 아쉽다는 것 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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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서 시민권얻고 살고 있는 와이프의 절친이 정말... 오랜만에 한국에 왔다.
약 20여일 정도의 짧은 일정.
어제 와이프는 그 친구를 만나 함께 식사하고 걷고 카페에 가고 한잔을 하고는 서촌의 한 게스트하우스에서 잠을 잤다.
내 그리... 집 신경쓰지 말고 그냥 푹 놀고 왔으면 한다고 말했음에도 그게 잘 안되나보다.
그래도 난 와이프가 정말 오랜만에 이렇게 친구와 수다를 떨며 외박을 하게되니 무척... 기분이 좋다.
그리고 고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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