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성이 사격 대회에 처음으로 가봤다.
이번에 인천 연수구 옥련동에 아시안게임을 위해 새롭게 지어진 옥련국제사격장에서 대회가 열렸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가까운 곳에서 경기를 볼 수 있다는 이유로 우리뿐 아니라 몇몇 사격부원 부모님들도 대회장에 왔다.
사실... 오기 전에 상당히 고민을 했다.
혹시라도 민성이가 부담스러워하면 어떨까하는 생각에.
그런데 의외로 민성이가 '오셔도 돼요'라고 말하길래 아침 일찍 출발했다.
민성이는 1조이기 때문에 9시부터 시합 시작.
옥련국제사격장.
겉은 뭔가 멀쩡해보이지만...
이 국제사격장은 뭔가 졸속으로 만들어진 느낌이 너무 강하다.
주차장은 정말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턱없이 부족하고,
통제도 안되어 선수들이 차를 주차못하고 입구에서 총을 들고 낑낑대며 대회장으로 행하는 황당한 장면을 보게 되었다.
뭘 해도... 졸속이구나.
시합 시작 전 주어지는 시사.
감각을 가다듬는 중요한 시간.
1~6세트 각 10발씩. 총 60발.
보는 나도 피가 마르던데...
당사자인 민성이는 어땠을까.
이날 민성이 성적은 좋지 않았다.
뒤에서 봐도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몇번을 심호흡을 크게 하고...
바로 전날 이곳에서 마지막 훈련을 했을 때 엄청난 점수가 나와 코치도 본인도 무척 기대를 한 모양인데, 정작 시합날인 이날 민성이의 성적은 그닥 좋지 못했다.
하지만, 어떻게 해서든 극복하려는 민성이의 모습.
그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는 것은 가슴이 짠해서 당장이라도 눈물이 나올 것 같더라.
난 이 모습을 잊지 못한다.
1~5세트 생각보다 점수가 안나와 마지막 6세트에서 만회하려고 집중하다가 그만 7점이 나오자 총을 내려놓고 의자에 앉아 마음을 한참... 가다듬던 민성이의 모습.
저 나이에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하며, 뜻대로 되지 않을 때 느끼는 답답함과 좌절이 내게 그대로 전해지는 것 같아 정말 너무나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미안하고 대견한 모든 감정이 복합적으로 머리와 가슴을 해집더라.
난 아들의 이 모습이 며칠 지난 지금까지 불현듯 떠올라 가슴이 아프다.
유난을 떠는게 아니다.
난 모든 일이 뜻대로 되지 않는 인생을 겪으며 수없이 많은 좌절을 해봤지만 좌절에 익숙해지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아들이 어떻게해서든 힘든 상황을 극복하려는 그 모습을 보며 정말... 정말 짠한 마음이 들었고, 정말 뒤에서 꼭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
그리고 저렇게 힘들게 스스로를 가다듬고 마지막 한 발을 10점으로 마무리했다.
옥련국제사격장.
겉모습은 뭔가 대단해보이지만...
아무리 유지가 힘들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매점 하나 없고,
내부는 대충 만든 듯한 이 건물.
그리고 턱없이 부족한 주차장.
아들아,
정말 수고했다.
앞으로도 난 아들의 꿈을 응원하겠지만,
동시에,
아들의 좌절도 인정하고 이를 극복하는 모습도 응원할거다.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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