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일 쉐프의 페이스북에서 아주 간략하면서도 위트있게 이 책을 소개한 글을 읽고 바로 구입했다.
아침에 일어나 읽기 시작했는데 삽시간에 몰입이 되더니 손을 놓기 힘들 정도로 흥미롭게 읽게 된다.

따비 출판사는 1인 출판사라고 알고 있는데 이곳에선 거의 음식 관련 책을 출판하는 모양이다.(황교익씨의 책도 있다)
글을 편안하게 읽을 수 있도록 구성하는 편집의 내공, 그리고 간간히 섞여 들어가는 일러스트등의 내공이 어디 보통이 아니다.

규슈를 10여년간 드나들며 가산을 탕진했다는(믿거나 말거나) 박상현씨가 일본의 식문화를 보고 먹고 느끼며 담백하게 담아낸

이 한그릇의 책은 개발토건주의, 경쟁만을 강요하는 사회, 모두가 동일한 가치를 지향으로 삼으며 개인의 취향과 개성을 희생시켜 망가뜨린 결과가

극명하게 반영된 한국의 음식 문화에 대해 '우리는 지금 어때?'라고 다시한번 생각하도록 반문하는 듯하다.

내가 자주 들르는 커뮤니티에서조차 많은 이들이 한국의 음식 문화가 세계 최고라며,

닭요리도 세계 최고이고 주문하면 30분 안에 거의 모든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이야기로 침을 튀며 의기양양해하는 글을 쉽게 볼 수 있다.
한국에 거주하다가 떠난 외국인들이 한국의 치킨을 그리워하는 모습을 보며 뿌듯해하거나,

한국 음식을 잘 먹는 외국인을 보면 그 순간 이미 반이상은 한국인이네라고 좋아하는 이들을 정말 쉽게 볼 수 있지만

정작 우리의 대중 음식 문화가 그렇게 다양하고 자랑할만한가...?라고 스스로에게 묻는다면 난 도무지 고개를 끄덕일 수가 없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를 하면 상당수의 사람들이 내가 한식의 가치를 무시하는 사대주의자라는 등... 별 소리를 다 내뱉으며 힐난한다.

난 한식이 열등하다는 이야기를 하는게 아니다. 우리 주변의 대중음식을 한식이라고 말하는 것 자체도 난 동의할 수 없다)

골목에 즐비하게 늘어선 배달음식점들, 정체불명의 분식집들, 가족의 외식이 배달음식을 시켜먹는 것으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미식이 곧 사치가 되고 미식의 가치가 폄하되는, 지금 우리나라의 현실은 단순히 이러한 외식문화의 빈곤함이 음식 문화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믿어 의심치않게된다.
TV 속의 먹방이란 것이 음식에 집중하지 못하고, 음식을 몰두하여 섭취하는 것에만 집중하는 사실 자체가 아직도 근대성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방증이며,

딱... 우리 음식문화의 현주소이기도 하다.


일독을 권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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