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folk Magazine (킨포크 매거진) 9호.
도쿄 요요기와 산구바시에 이탈리언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는 쉐프, 아이바 쇼이치로는 킨포크 9호를 통해 식당을 운영하는 분주한 삶 속에서
어떻게 시간을 할애하여 자신의 취미를 즐기고, 일과 가족에게 정성을 쏟을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18세에 이탈리아에 건너가 'Real World'를 체험한 생생한 기억,
그러니까... 평일 점심시간에도 집에 가고, 수많은 샵들은 일요일에 문을 닫고(실제로 정말 그렇다!), 여름에는 한달 가까운 휴가를 다녀오는,
자신의 삶을 어떻게 즐기는지에 대한 이상적인 방식을 그는 이탈리아에서 체험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일본과의 문화환경적인 차이점으로 인해 이러한 삶의 방식을 일본의 전형적인 삶의 방식과 단순하게 비교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물론 이야기한다.
이즈음에서,
아이바 쇼이치로는 내게 묻는다.
이제 우리 나이로 마흔다섯을 불과 한달 정도 앞둔 내가,
아이바 쇼이치로와 같은 삶을 한국에서 살아나갈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어느덧 우린 이렇게 인생을 즐기는 여유있는 삶이라는 것들을 천박한 자본 논리와 경쟁 주의 속에 송두리째 잃어버렸다.
상당수의 20대들의 삶은 암울하고 퍽퍽하며, 30대의 삶은 여전히 퍽퍽하고 현실과 타협하느라 시간을 보내야하며, 40대의 삶은 이미 불안해진다.
개발지상주의.
모든 것을 송두리째 허물어버리고 새로 지어버리는 방식에 익숙해져버린 우리들은 자신의 삶을 어떻게 수정하고 개선하고 보듬어 안아야하는지를 모른다.
삶의 중심이 자신의 기쁨에 맞춰지지 못하고 남의 시선에 맞추는 것에 머물고,
어떻게 사는 것이 즐겁게 사는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인 담론조차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세상에서,
아이바 쇼이치로와 같은 삶은 그저 '동경의 대상'이 될 뿐이다.
이쯤에서 조금씩 확신이 선다.
내가 갈 수 없는 아이바 쇼이치로의 여유있는 삶을 내 다음 세대들이나 지금의 젊은 세대들만큼은 즐길 수 있도록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20대와 30대의 이야기를 담아보면 어떨까?
그러니까 딱히 그처럼 풍성하고 넉넉한 자신의 인생은 아닐지라도 현재의 상황에서 최대한 여유를 안을 수 있는 모습들을 담아내보면 어떨까...하는 생각.
하지만 사람들은 늘 자신의 처지를 되뇌어보기보단 어떤 현실 불가능한 것들이라도 동경을 하며 꿈을 꾸길 즐긴다.
현실의 고단함이 묻어나는 또다른 자화상을 들여다보고 싶어하지 않을 때가 많다는 것,
그리고 그건 트랜드에 민감한 젊은 세대들에게 더더욱 쉽게 찾아볼 수 있다는 것도 간과할 수가 없다.
그렇다면,
우리 주변에서 평범하지만 치열하게 현실을 직시하면서 팍팍한 일상에서 벗어나 세상을 담아내는 젊음을 담아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거다.
그 밸런스를 맞춘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은,
이러한 모습들을 담아내려고 할 때,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내가 할 수 없는 것을 명확히 기술해보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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