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st 30 Movies of the Year 2012, 1위~10위
2012년에 본 영화도 어김없이 정리해봄.
2012년은 근래 4년 사이에 가장 적은 영화를 봤음.
(112편) 그동안 매년 145~160편을 꾸준히 본 것에 비해서는 매우 적은 영화를 보았고 그 결과... 항상 50위 정도를 꼽곤 했는데 올해는 30선만.
[자전거를 탄 소년], [케빈에 관하여], [피나]등등의 영화들은 이미 2011년 순위에 오른 바 있어 제외.
언제나처럼 '영화제목'과 '감독이름'을 클릭하면 새창으로 해당 정보를 볼 수 있으며, 모든 이미지는 [Dark Knight Rises]를 제외하면 모두 직접 스크린 캡쳐한 것임.
지난 2011년 정리는 아래 링크를 참조하시기 바람.
2011년 베스트 50편의 영화 보기 50위~31위
2011년 베스트 50편의 영화 보기 11위~30위
2011년 베스트 50편의 영화 보기 1위~10위
순위에 오르지 않았으나 꼭 언급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영화는 다음과 같음.
[the Grey/그레이] directed by Joe Carnahan
- 액션영화처럼 보여진 예고편과 홍보 덕분에 과소평가된, 삶에 대한 진중한 성찰이 빛나는 영화.
[the Amazing Spider-Man/어메이징 스파이더맨] directed by Marc Webb
[Tropa de Elite 2/엘리트 스쿼드 2] directed byJosé Padilha
[Accident/엑시던트] directed by 鄭保瑞
[21 Jump Street/21 점프 스트릿] directed by Phil Lord, Chris Miller
[Shame/쉐임] directed by Steve McQueen
[두개의 문] directed by 김일란, 홍지유
[Dredd/드레드] directed by Pete Travis
[End of Watch/엔드 오브 와치] directed by David Ayer
[Prometheus/프로메테우스] directed by Ridley Scott
# 1.
[the Perks of Being Wallflower/월플라워] directed by Stephen Chbosky
2012 / Drama / US
내게 단연코 2012년 최고의 영화라면 스테픈 츠보스키 감독의 [월플라워]다.
숨이 멎을 듯 벅차오르는 애틋한 사랑의 감정, 그리고 이성에 대한 사랑만으로는 충족되지 않는 격정적인 청소년기의 격랑의 감정들.
이 모두가 이 영화엔 진솔하게 담겨 있다.
터널을 헤쳐 나오는 인트로부터 이 영화의 끝을 이미 다 예고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던져주는 심리적 공감대는 가슴이 뛸 정도로 넓고 심연처럼 깊다.
그 어떤 성장 영화보다 가슴의 정 가운데를 꿰뚫는 힘이 있는 영화.
그리고, 배우 엠마 왓슨은 앞으로 기대해도 좋을 듯.
이미 헐리웃의 기린아가 된 에즈라 밀러(Ezra Miller)의 모습도 볼 수 있음.
# 2.
[Armadillo/아르마딜로] directed by Janus Metz Pedersen
2010 / Documentary / Denmark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은 [Hurt Locker/허트 로커]에서 전장의 극심한 긴장 속에서 일상으로 돌아와 전혀 적응하지 못하며
자신의 삶 자체를 자각하지 못하다가 결국 전장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는 외상후 스트레스를 드라마틱하게 다뤘다.
아르마딜로에는 그런 드라마틱한 이야기는 등장하지 않는다.
다만, 이 다큐멘터리에는 실존 인물들을 다루면서 그들이 왜 일상으로 돌아와 평안에 안주하지 못하고 결국 다시 전장으로 돌아가야하는지를 냉정한 시선으로 좇는다.
전장의 아드레날린이 일상의 평안함을 어떻게 파괴하고 어떻게 인간의 심성을 잠식하는지에 대한 소스라치게 솔직한 시선.
# 3.
[Searching for Sugar Man/슈가맨을 찾아서] directed by Malik Bendjelloul
2012 / Documentary / Sweden, UK
음악은 그의 인생과도 같은 법.
이 영화가 감동을 준 이유는 로드리게즈의 인생 자체가 한결같았기 때문이지.
영화가 제작된 동기부터 영화가 관철하고 있는 메시지까지, 근래에 이토록 화사한 생명력을 가진 영화가 또 있었던가?
세상의 수많은 잊혀져간 가치에 대해서 반드시 곱씹어볼 가치란 있는 것이라고 따뜻한 손을 건네는 아름다운 영화.
# 4.
[Amour/아무르] directed by Michael Haneke
2012 / Drama / Germany, France
미카엘 하네케의 [피아니스트]보다 더 가슴을 후벼 파는 영화가 나오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함께한 시간이 흘러간 공간처럼, 먹먹한 감정의 여운이 떠나지 못하고 부유하는 사랑에 대한 경외감.
그 경외감에 대한 이야기.
# 5.
[Chronicle/크로니클] directed by Josh Trank
- 2012 / Sci-Fi, Thriller / US
유사 다큐멘터리 방식을 취하는 영화들을 우린 수도없이 접할 수 있다.
[Man Bites Dog/개를 문 사람]의 잔혹하고 강렬한 모크, [This Is Spinal Tab/디스 이즈 스파이널탭!]의 씁쓸한 블랙코미디등을 통해 꾸준히 이어져온 페이크 다큐는
이후 [Blare Witch/블레어위치]가 대중적으로 호응을 얻고 폭발하여 이러한 페이크다큐 형식을 이용한 영화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다.
그중 유명한 영화들은 다들 잘 아시는 [블레어 위치], 최근의 [Clover Fields/클로버필드]나 [Paranormal Activity/패러노멀 액티비티], 잘 만든 호러 [REC]등이고,
작년엔 노르웨이에서 [Trolljegeren/트롤헌터]같은 수작 페이크다큐가 나오기도 했다.
사실 페이크다큐라고 해서 실제 우리가 보는 것처럼 한대의 카메라 시점으로 이어지진 않는다고 하지만,
그래도 수십대의 카메라와 장비가 동원되는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예산으로 관객들을 스크린에 몰입시킬 수 있는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어서,
페이크 다큐의 영화인문학적인 의의와는 별개로 젊은 감독들이 이러한 방식을 많이 활용하고 있는 듯 하다.
특히 1인칭 시점이 주가 되므로 다가오는 공포에 직접적으로 관객이 노출된다는 면에서 호러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방식이기도 하다.
[크로니클]은 엄밀히 말해 온전한 의미의 페이크 다큐와는 거리가 있다.
앤드류가 카메라를 통해 세상의 모든 것을 기록하는 것에서 시작되지만 중반부로 넘어가면 어느새 카메라는 맷에게 넘어가고
이후엔 사실상 카메라가 의미가 없는, TV 중계화면과 혼연되며 자연스럽게 다큐의 형식을 벗어내기 때문이다.
하지만 차용된 페이크 다큐 형식은 앤드류가 가진 내재적인 불안감과 공포, 그리고 이로인해 쌓여가는 분노가 철저히 외부적 요인에 의한 것임을 보여주고,
관객들이 앤드류에게 감정이입을 하게 되는 효과를 충분히 거두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앤드류, 맷, 스티븐이 우연한 기회에 정체모를 장소에서 초능력을 얻게 되고, 이를 통해 교감을 나누고 또는 주변 사람들을 골려먹는 장면들은
앤드류의 카메라를 통해 다큐와 같은 느낌으로 관객에게 전달되며 동시에 묘한 짜릿함을 준다.
그 짜릿함이란 내가 해보고 싶었지만 할 수 없었던, 청소년 시절의 공상과 망상을 이들 셋이 아기자기하게 하나둘 재현해주기 때문이며,
특히 앤드류가 장지자랑 대회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숱한 괴로움 속에서 앤드류에게 비춰진 일말의 행복이 관객에게도 그대로 전달되어 진심으로 흐뭇해지기도 하지만
이후 다가올 정해진 비극의 분수령이라는 점에서도 가슴이 아프더라.
예고편에서 볼 수 있듯, 후반부 폭주는 물량보다는 시점과 편집을 통해 훌륭한 스펙타클을 보여주며, 물량공세없이도
이런 긴장감과 놀라운 액션씬을 보여줄 수 있다는 사실에 감탄하게 된다.
동시에, 그 스펙터클이 강자가 약자를 파괴하는 본능적인 파괴욕에 의한 대리만족이 아니라, 내부의 분노를 모두 쏟아부으며 터뜨리는,
그 분노를 표출하는 강도가 세질 수록 스스로가 그 분노에 잠식되어 고통을 느끼고 아파하는 앤드류를 느낄 수 있어서 무척... 가슴이 아팠다.
러닝타임 80여분으로 짧은데도 불구하고 트레일러와 페이스북등을 통해 너무 많은 스팟이 공개되어 누구나 짐작할 수 있을 전개임에도
이들의 처절한 사투가 스펙터클보다는 처연한 아픔으로 다가온 것은 감독이 이 영상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은 바가 명확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여느 포스터대로 Boys Will Be Boys라고.
이건, 시대를 통과하는 우리 아이들이 겪는 비뚤어지고 더러운 세상에 대한 일갈이라고.
동시에 그 일갈 속에 무릎꿇을 수 밖에 없는 우리 아이들의 힘든 성장통이라고.
# 6.
[Moonrise Kingdom/문라이즈 킹덤] directed by Wes Anderson
2012 / Drama, Comedy / US
Wes Anderson 감독의 영화는 그만의 독특한 표현방식이 있다.
등장인물들을 평면적인 위치에서 병렬적으로 배치하고 다루는 프레임이 유독 많은 편인데,
그렇기 때문에 [Fantastic Mr. Fox/판타스틱 미스터 폭스]와 같은 2D 애니메이션에서도 자신의 표현력을 그대로 녹여내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든다.
[판타스틱...] 이전의 그의 전작들이 사실 평면적인 프레임을 통해 비현실적인 느낌을 주는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에 가깝다는 건 누가봐도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으니까.
3년만에 돌아온 그의 이번 영화에서도 등장 인물들은 내내 평면적인 프레임 속에서 누군가를 응시한다기보다는
그저 카메라를 쳐다보며 응시하기 일쑤이니 영화를 보는 입장에선 나는 단지 영화를 보고 있다는 이격 심리를 끊임없이 소회시킨다.
이런 요소들은 그의 영화들을 특징지어주는 대표적인 장치이기도 한데, 이를 충분히 효과적으로 활용한 이번 영화 [문라이즈 킹덤]은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Royal Tenenbaums/로얄 테넨바움]에 가까이 근접해있는 영화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Rushmore/러쉬모어]나 [Royal Tenenbaums/로얄 테넨바움]이 그러했듯이 그가 꾸준히 그려내온 현대사회에서의 미국식 가정의 해체와 위기를 이번에도 사뭇 진지하게,
그와 동시에 자신만의 비현실적이면서도 아름다운 고유한 방식으로 충분히 그려내면서, 여지껏 본 그의 영화 중 가장 드라마틱한 구조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웨스 앤더슨의 팬이라면 반드시 봐야할 영화.
# 7.
[the Dark Knight Rises/다크 나이트 라이즈] directed by Christopher Nolan
2012 / Sic-Fi, Action, Crime / US, UK
기본적으로 현대화된 도시 한복판에서 거추장스러운 망토를 휘날리며(물론 기능적인 쓸모가 있지만) 무거운 수트를 입고
가면을 쓴 주인공이라는 설정 자체가 만화적일 수 밖에 없고, 이런 캐릭터는 철학적 무게와 현실성을 확보하기 힘든 법인데,
크리스토퍼 놀런은 이 나르시즘에 빠진 듯한 이 비현실적인 캐릭터를 아주 정색하고 진지하게 빚어 버렸다.
생각해보면 이전의 배트맨 시리즈들은 기본적으로 현실과의 괴리를 인정했다. 그래서 유머를 넣었고, 충분히 판타지적이며 그저 영화일 뿐이라고 대놓고 설정했었지 않나.
그런 카툰 속의 캐릭터를 놀란 감독은 극도로 자본화된 현실 세계를 극단적으로 반영하여 담아낸 듯한 고담 씨티 속에 딱 정색하고 빚어 넣는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런 놀란 감독의 시도는 평단은 물론 관객들에게도 절대적인 호응을 얻어내고.
리부트된 배트맨 3부작의 완결을 이루는 작품으로 완벽한 끝맺음이었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에게 감사의 박수를.
# 8.
[Barbara/바바라] directed by Christian Petzold
2012 / Drama / Germany
크리스티안 펫졸트 감독의 2012년작 [바바라]는 영화가 가진 주제의식이나 사유의 깊이보다는 드라마적인 힘이 훨씬 중시되는 영화다.
사실상 일정 지역에서 연금상태이고, 수시로 집안을 비밀경찰에게 다 수색당하는 수모를 겪지만, 그녀에겐 사랑하는 이가 있고,
따뜻하고 조심스러운 사랑이 다가오며, 그녀가 눈을 뜬 인간이라는 사실을 확인해야할 대상들도 존재한다.
그러니까, 감독이 얘기하는 '바바라'는 우리가 당연히 가져야할 인본주의적 가치를 존중할 줄 아는 존재로서의 상징이다.
그녀가 그녀의 책임으로부터 도망치지 않았던 것처럼.
# 9.
[Ruby Sparks/루비 스파크] directed by Jonathan Dayton, Valerie Faris
2012 / Drama, Fantasy, Romance / US
사랑의 시작은 강렬하고 맹목적이다시피하지만, 시간이 조금만 흐르면 강렬하고 맹목적인 감정은 상투적이고 이기적인 감정으로 종종 변하곤 한다.
사랑을 경험하고, 경험했던 이들이라면 누구라도 이러한 감정의 변화를 부인할 수는 없을테고.
게다가 자기 자신이 상대의 감정상태를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면
과연 자신에게 주어진 판도라의 상자와도 같은 돌이킬 수 없는 그 능력을 봉인해두고 순전히 감정에만 내맡겨놓을 수 있을까?
[루비 스팍스]는 우리가 익숙하게 보아왔던 사랑에 빠진 남녀의 이야기를 재밌는 설정으로 풀어낸다.
감정의 호흡은 직설적이면서도 폴 다노와 조이 카잔의 훌륭한 연기에 잘 녹아들어 상당히 무게감있는 진솔함으로 다가오며,
이러한 진솔함 덕분에 자칫 스스로의 달리기에 발이 꼬여 넘어질 수도 있는 순간을 가까스로 잘 넘겨 완주한다.
# 10.
[the Descendants/디센던트] directed by Alexander Payne
2011 / Drama / US
이미 미국사회가 끝까지 억척스럽게 부여잡고 놓지 않으려던 미국 가정의 '선한 이데올로기'는 땅바닥에 내팽겨쳐진지 오래다.
그건 이미 로버트 레드포드가 [Ordinary People]을 통해 미국 중산층 가정의 위선을 까발리면서 금기에서 해제된 이야기들이다.
그렇다고 시스템에 대한 종속을 위해 잘 다듬어진 '가정'이란 시스템을 쉽게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
어차피 자본주의 사회는 여전히 가정의 유닛들의 집합이니까.
알렉산더 페인 감독은 현대 자본주의가 보여줄 수 있는 가정의 가치를 극단적인 에피소드들을 통해 열거하고 하나둘 추려 모은다.
TV를 켜놓고 소파에 모여 앉아 편안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정도라면, 그 이상의 가족도 없지 않아?라고 말하는 듯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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