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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회사 안나갔다.
아침에 일어나니 모든게 꿈이었으면 싶더라.
와이프와 아침을 먹고, 아무 생각없이 시간보내고 싶어 [Taken 2]를 보고 와이프와 농담하고 웃고 떠든 후 와이프가 날 꼭 안아줬는데 눈물을 참기 힘들었다.
둘이 그렇게 울었다.

친구들 이야기가 듣고 싶었다. 
그래서 후배도 만나고, 친구도 만나고 새벽까지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했다.
모두가 알고 있다.
대통령 당선자가 말하는 '대통합'이라는게 완벽하게 말뿐일 것이라는거.
대통령보다 더 답답한건 그 아랫 사람들이 알아서 모든 걸 정리해줄거라는거.
대통령 당선자가 '그걸 일일이 제가 말해야하겠어요?'라고 한번 읊어대면 알아서 다 정리해줄거라는거.
이젠 살아남는게 지상과제가 되어버렸다. ㅎㅎㅎ
친구들이 말하듯 진보진영의 생계적 생태계가 잘 돌아가도록 실천하는게 첫번째 과제같다. 대형마트는 나라도 최대한 사용하지 말고, 

커피하나를 마셔도 신중해지는 것. 아주 간단한 것부터 제대로 지켜야겠다.
살아남아야 희망도 볼 수 있으니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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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 강아지를 키운지 한달이 넘었다.
직원들은 '방울이'라고 이름을 붙이고는 너나할 것 없이 귀엽다고 예뻐해줬지.
처음 데리고 왔을 때 줄에 묶지 않고 풀어놨다. 여기저기 똥오줌을 싸도 다들 '에이 자식'하면서 군말없이 뒷처리를 해줬다. 
하지만 하루게 다르게 쑥쑥 크면서 현장을 자유롭게 뛰어다니고, 용변을 가리지 않자 사람들은 하나둘 얘기하기 시작했다. 

방울이(강아지 이름) 때문에 일하는데 방해가 되니 묶어 놓자고. 그말에 현장에서 일하지 않는 나는 할 말이 없었고, 

다른 그 누구도 안된다고 말하는 사람없이 아주 자연스럽게 방울이는 목줄에 묶였다.
그 널널한 자유를 만끽한지 보름만에 회사 한구석에 묶인 채로 하루를 보내고 기껏해야 점심시간 정도에 내가 풀어주면 실컷 뛰고 

다시 업무 시작되면 어김없이 묶인채 하루를 보냈다.
하루에 딱... 40분 정도의 자유가 주어진거다.
처음엔 낑낑 거리며 서글프게 울던 방울이는 점점 낑낑거리는 빈도가 줄더니 나중엔 사람들이 한번 얼굴을 내보일 때만 아주 격렬하게, 

목이 줄에 채여 나갈 정도로 격렬하게 풀어달라고 시위했다.
그래서... 현장 직원 한분이 줄을 하나 더 사왔다.
그 줄을 이어서 전보다 두배로 더 길게 해준거지.
움직일 수 있는 자유는 두배로 늘어났지만 그래봐야 방울이가 묶여 있다는 사실엔 변함이 없었다.
줄이 더 길어졌지만 방울이는 더 격하게 풀어달라고 사람들에게 몸부림을 친다.
그래서... 이젠 윗쪽에 와이어를 길게 걸고 줄을 세개를 이어 더 많이 왔다갔다할 수 있도록 해줬다.
방울이는 더 길어지기만 했다는 사실을 모른채 마치 목줄이 풀린 줄 알고 뛰어가다가 줄이 걸리며 몸이 쓰려졌다. 
묶어놓고 짖으면 하나하나 조금씩 풀어주지만 그래도 묶여 있다는 사실만은 변함이 없는 희망고문.
날 보고 풀어달라고 애쓰는 방울이를 보다가 딱... 지금의 우리들 모습이 중첩되는 것 같아 씁쓸하더라.




***
내가 대선 전 2주간 현장분들과 많은 이야기를 하고 결국 그분들께서 100% 투표에 참여하는 고마움을 느꼈지만, 

사무실의 한 직원 단 한명은 끝까지 이야기의 접점을 찾기 힘들었다.
현장분들과 이야기의 접점을 찾지 못한 사무실 직원은 모두 집에서 거의 인터넷을 하지 않는다는 점, 휴대폰을 스마트폰으로 갖고 있는 분들도 있으나 

SNS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 소득수준이 그리 높지 않다는점(공장장님이나 부장급 제외)등 공통점이 있는데 가장 다른 점이 한가지 있다.
사무실 직원은 22년간 중앙일보만 구독했다는 점이지.
인터넷도 거의 안해, 신문은 오로지 중앙일보만 보고 공중파 뉴스조차 거의 보지 않는단다.
정말로 벽을 보고 얘기하는 바로 그런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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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yonhapnews.co.kr/economy/2012/12/21/0304000000AKR20121221041000003.HTML?template=5566


이제 아무것도 두려울게 없을거다.
대통령의 측근이란 것들이 줄줄이 비리로 구속되고 수사받고, 서민경제가 파탄지경까지 이르고 온갖 거짓말을 태연하게 아니라고 발뺌을 하는 등, 

진보진영에 가장 완벽한 식탁이 차려졌음에도 그 정권의 연장을 국민들 스스로 승인해줬으니, 도대체 뭐가 두려울까?

벌써부터 조중동등 찌라시ㅅㄲ들은 '공약을 위한 공약깨기'란 개소리를 해대고 국민들에게 아픔을 인내하라고 말해야한다고 ㅈㄹ발광을 떤다.
일이 손에 잡히질 않는다.
꼬박 5년, 총선을 생각해도 3년을 버텨야하는데, 지금까지의 야권의 답답한 프레임과 국민들의 의식수준을 보면, 

무력함이 만연하고 팽배해질 3년 뒤의 총선도 난 희망을 보지 못하겠고, 5년 뒤의 대선은 더더욱 그러하다.
게다가 이렇게 탄탄한 길이 매끈하게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을 강요하며 깔리게 되면 4년 중임제를 들고 나와 유신의 새로운 이름으로 강요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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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뻘소리하게 되는데.
이번 대선에서 패배하면서 가장 크게 걱정되는 것은, 진보진영의 무력감이다.
나 역시 그러했지만 그동안 인터넷을 통해 쥐새끼정부를 비판하는 글을 끄적거리면서 마치 그 행위로 내가 양심적으로 할 바를 다했다는 합리화를 하곤 했다. 
그러면서 많은 이들이 수많은 부조리에 눈을 감으며 이렇게 스스로를 합리화했지. '대선 때 두고보자'고.
그리고 패했다. 
투표로도 세상을 바꿀 수 없다는 무력감.
어제 그제 대형 커뮤니티의 게시판은 온통 자조와 무력함으로 도배되었다.
뭘해도 바꿀 수 없다는 패배주의. 
난 이게 제일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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