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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잘못 먹어 와이프와 내가 둘다 한끼도 못먹고 누워서 하루를 보냈다.
약을 먹어도 소용이 없고, 식은 땀이 나면서 어깨가 엄청나게 쑤시고... 와이프와 똑같은 증세.
덕분에 누워서 보지도 않던 TV 프로그램이나 다운받아 봤다.
'아빠, 어디가?'란 일밤의 새로운 프로그램을 봤는데 이 프로그램이 그동안 침체일로였던 일밤에 새로운 활력소를 불어넣는 프로그램이라네.
MBC 프로그램이니 꼴도 보기 싫지만 아이들 웃는 모습 한번 본다고 다운받아 봤다.
착한 예능이라고들 하던데, 보니까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모습보는 재미로 어른들이 흐뭇하게 보게되어 그런 말이 붙는 것 같네.
다만... 이번 에피소드에서 김성주 부자의 초라한 원터치 텐트에 대한 프로그램의 분위기는 개인적으로 다소 불편한 기분이 들더라.
캠핑장비를 각자 알아서 준비해 오라는 미션이었는데 다른 출연자들이 커다란 럭셔리 텐트를 준비해온 것과 달리 김성주 부자는 김동성에게 빌린 원터치 텐트를 가져왔다.
텐트를 설치하는 시간이 없으니 편리하긴 한데 이게... 겨울 추위에 식사도 해결하곤 하려면 턱도 없는 협소한 공간이라는게 문제.
김성주씨 아들은 결국 다른 아빠와 친구들의 으리으리한 텐트와 비교하다가 울음을 터뜨렸고, 출연진 중 한 명인 성동일씨는 웃음을 위해서라지만
김성주씨의 텐트를 패대기치기까지 했다. (어처구니가 없었다. 아이가 안그래도 기분상해있었는데)
다른 텐트와 풀샷으로 잡혔을 때 성동일씨가 이런 말을 하더라. '이 얼마나 보기 좋아. 그런데 이 텐트가 그림 다 망가뜨리고 품격을 떨어드린다'라고. 난 웃을 수가 없더라.
물론, 최소한의 조사조차 없이 여름에나 쓸 법한 텐트를 가져온 김성주씨도 문제였지만, 아이가 다른 이들의 텐트와 상대적인 비교를 하게 되고
자신들의 텐트가 '작고 협소한 것'이 아닌 '초라하고 창피한 것'이라고 인식하는 것을 오히려 프로그램의 주요 소재로 끌고 나가는 분위기 자체가 거북하더라.
단지, 텐트일 뿐, 예능일 뿐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저 텐트가 결국은 끼리끼리 뭉친 주거공간이 되는 것이고,
비슷한 주거공간에서 허울뿐인 동질감을 느끼면서 자신들만한 공간에 살지 못하는 자들을 초라하고 비루하게 여기는 것,
혹은 그런 고급 아파트에 거주하지 못하는 자신을 비루하고 초라하게 느끼는 것의 시각이라는 것이 무슨 차이가 있을까.
이 프로그램이 정말 '착한 예능'이 되려면 김성주씨의 아이가 울음을 터뜨렸을 때 프로그램이 그 아이의 울음을 어떻게 보듬아 안느냐가 달랐을 거다.
적어도 풀샷에서 아이가 당연히 느낄 수 있는 상대적 빈곤을 생각도 없이 창피하다면서
김성주씨의 텐트를 집어던지며 패대기치는 성동일씨의 모습을 그대로 담는 바보짓을 하진 않았을 거라는거지.
겨울철 제대로 준비해오지 못한 김성주씨의 미흡함은 인정하되, 그것이 창피하고 초라한 것은 아니라는 것, 여름엔 이런 텐트도 정말 쓸만하다는 것,
휴대도 간편하니 얼마나 좋은지 등을 말해주면서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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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캠프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데(솔직히 말하면 TV 예능 프로그램을 좋아하지 않지... 무한도전 빼곤)
홍석천씨가 나왔다길래 봤다.
다시한번 성적소수자에 대한 보다 열린 시선을 갖는 건강한 사회가 되길 희망한다.
이건 누구에게나 자신의 지척의 문제가 될 수 있는 문제.
미국에서 조사가 이뤄진 적이 있다.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꼽히는 곳 10개 도시의 공통점이 무언지를 조사했었는데,
가장 두드러진 공통점이 성적소수자에 대해 관대한 도시들이었다는 거다.
내가 아니면 틀린 것이고, 다른 것은 인정하지 못하고 그걸 틀렸다고 몰아부쳐대는 경직된 사회에선 언제나 늘 획일성을 강요받고, 비슷한 가치를 삶의 목표로 두게 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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