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귀가한 후엔 절대로 피지 않던 담배.
몇년 만에 나가서 담배를 산 후 피웠다.
애쓴 친구들에게 전화했다. 수고했다고.
끊고나니 길바닥에서 눈물이 났다. 

분노가 먼저였고, 한탄이 나중이었고,
지금은 이해하기로 했다. 
내가 변해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입만 나불대고 키보드나 두들기던 내 스스로가 변해야할 거라 생각했다.
어떻게 시작해야할지는 나도 모르지만 이젠 이대로 있어선 안될 것 같다.
... 
앞으로 5년 더 힘들거라 하지만 그 정도가 아니겠지.
이번에 고전에 고전을 했던 저 기득권 세력들.
이제 하나하나 더욱 교활하게 저항의 싹을 잘라 나가겠지.
학습을 했으니까. 밟으려면 더 확실히 밟아야한다는걸 이번에 제대로 학습했을테니까.

담배를 피우고, 친구들과 통화를 하고.
집에 들어와서 열이 38도 가까이 오르면서 아파서 누운 아들을 보니 가슴이 터질 것만 같다. 
내가 투표한 건, 세상이 조금이라도 바뀌길 바란건 이 아이들을 위해서인데.

누군가 내게 뭐 대통령 하나 바뀐다고 인생이 끝난 것처럼 그러냐고 말할 수도 있지만.
그 대통령 하나 바뀌었다고 지난 5년간 벌어졌던 수많은 짓들을 상기하면 정치는 그 어느때보다 우리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거 절감할 수 있었을거다.
제품을 만들어파는 우리 회사? 서민들의 주머니가 풍성해지고 얼굴이 주름이 펴져야만 돌아가는 법이다. 
퇴직금 탈탈 털어 골목에 자그맣게 차린 치킨집? 그마저도 호사가 될 수 있다. 

실질적으로 내겐 이번 대통령 선거만큼 절박한 기회가 없었다고, 사실상 저 기득권 세력의 교활한 탄압이 더 거세지기 전의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었다.

가장 맨 앞에서 뛰었던 Osung Nam이훈희 친구들에게 진심으로 수고했다고 고맙다고 말하고 싶고,
나꼼수 멤버들에게 커다란 빚을 진 것 같아 가슴이 무겁다.




**
내 20대는 어땠나 싶다.
그냥 데모하는 흉내나 내고, 머리로는 잘 이해하니 사람들 앞에서 뭔가 있어보이는 척하지만 사실 쥐뿔 행동한 것도 없이 비겁했고,
연애한답시고 흥청망청 돈이나 써대고 그것도 부족해서 여자친구한테 카드빌려주고 그거 메꾼다고 친구들한테 돈이나 꾸고. 
그 돈이 마구 불어나 대책없이 친구들 잃고. 내 이렇게 사실대로 털어놓은 적 없지만 나 그리 살았지.
한심하지. 내 20대를 얼마전까지만 해도 차마 창피해서 제대로 바라볼 수가 없었지.
내가 내 스스로를 다시 가다듬은 계기는 내가 나의 그 창피한 20대를 끌어안을 수 있었던 그 시점이었고, 그건 불과 얼마되지 않은 일이었다.

지금의 20대 60여 퍼센트가 치열하게 고민하고 세상과 부딪힐 때, 난 훨씬 더 고민할 수 밖에 없던 상황에서도 그...런 고민따위 갖다 버린 한심한 놈이었다.
나이 30까지 난 그렇게 살았다.
그 뒤로 내 스스로 정말 많이 노력하고, 많이 변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게 보낸 20대가 다시 돌아오진 않는다. 

지금의 20대들.
무한경쟁으로 내몰고, 스펙쌓으라고 강요하고 조금만 경쟁에서 더 승리하면 주류 사회에 편입될 수 있다고 판타지를 불어넣고, 
그러니 자신보다 낙오되는 이들을 자연스럽게 경멸하고 무시하고. 
이렇게 만든건 20대 스스로가 아니지. 그들의 사회의식을 비판할 수 있지만 왜 정신못차리냐고 힐난만 하면 우리도 50~60대 꼰대들과 뭐가 달라.

우리 아이 눈을 똑바로 바라보면,
앞으로 그 아이들에게 놓인 똑같은 길이 보여서 가슴이 답답할 뿐이다.

우리 앞으로도 제대로 깨어있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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