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곳은 매주 월요일 휴무입니다. 그외엔 낮 12시~ 밤 12시 영업합니다. 전화번호는 02-790-9865 구요.
    주소는 이태원동 137-13 입니다. 이슬람사원 가는 길에 있어요. **


날씨가 너무 좋았다.
낮 12시가 다 되어갈수록 이런 날 집에 틀어박혀 있다는 사실이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뭔가 뭘해야할 것 같은, 나가서 어딜 가고, 먹고, 사진을 찍고 기록을 남기고, 

그래서 오늘 우린 이랬다...라고 얘기할 거라도 만들고 싶은 아주 졸렬한 욕망같은거. 불끈불끈 솟았다.
부랴부랴 aipharos님과 민성이가 씻고 준비하고 1시 30분이 넘어서야 집에서 나왔다.

어제, 일산 정발산동의 T스테이션에서, 한달 보름넘게 내 차를 괴롭힌 고속 주행시 하부진동을 잡아낸 터라 마음도 한결 편했다.
오른쪽 앞바퀴 하부에 크게 충격을 먹은 적이 있는데 그 덕에 휠이 1자로 눌렸던 것이 그 이유.
센터에서 찾아내지 못한 문제를 T스테이션에서 찾았다. 고마워, 민정아. 
민정이 네가 아침마다 라디오로 '차가 떨리고 소음이 심하고... 그럴 땐 타이어부터 점검해보세요'라고 매일 얘기해줘서 해결했어.ㅎ

아무튼...
아침은 aipharos님이 맛있게 준비한 토마토 스프로 떼우고 점심은 나가서 먹을 생각으로 나왔다.
어딜갈까...
문득 페이스북 친구분들이 주고받은 대화에서 갈 곳을 찾았다.
이슬람사원 가는 길에 있는 '레바논 식당'.
예전에 나빼고 aipharos님과 민성이가 둘이 이슬람 사원에 다녀온 적이 있는데 그때 먹은 곳은 '쌀람'이란 곳이란다.





도착했다.









주차할 곳이 전혀... 없다. 길 양쪽으로도 이미 좁은 골목에 차들이 빼곡히 서있다. 아...
파킹을 할 만한 곳이 있는지 혹시몰라 aipharos님이 식당으로 들어갔는데 얼래... 쥔장께서 한국말을 전혀 못하신단다.
그런데 그 옆의 손님인듯한 중동 사람이 정말... 완벽한 한국어로 '여긴 딱지 안떼요. 아무 곳이나 주차해도 돼요'라고 하셨단다.ㅎ
(들어가서 그 분과 얘기를 해봤는데... 젊은 사람이 완벽한 발음으로 한국어를...헐...)









민성이는 내일 중학교 입학식이다.
드디어 네가 중학생이 되는구나.ㅎ









식당으로 들어왔다.
손님들이 있어 전체를 찍진 않았다.
사진을 찍어도 되는지도 여쭤봤고 허락받았다.









신났군.ㅎ
테이블은 실내에 4인석 1, 2인석 2, 그리고 테라스에 4인석 1.
그런데 실제로는 훠어어어얼씬~ 좁다.









메뉴가... 이게 다가 아니라...









이렇다.ㅋ 한국말따위 없다.
주문도 당연히 영어로 해야한다.
오늘은 처음이니 케밥 샌드위치를 주문했다. 
난 양고기 샌드위치 (5,000원), aipharos님이랑 민성군은 둘다 치킨 샌드위치 (역시 각 5,000원).
그리고 주문을 한 이후에도 정말...
과장없이 손님들이 물밀듯 밀려온다. 이 작은 매장에.
미리 전화해서 부탁했던 분들은 들어와서 케밥을 바로 받아서 계산하고 나가고, 앉을 자리가 없어 돌아간 팀만 몇 팀이고...
쉴새없이 손님들이 밀려들어온다. 
한국손님은 우리와 우리 이전에 혼자 와서 식사를 한 여성분 한 분.
그리고 나중에 잠깐 들렀다가 그냥 나간 커플뿐이다.









양고기 샌드위치.
미친다...
정말 미친다.
난 케밥을 좋아하지 않는다.
한국에서의 케밥은 지나치게 달달하고 느끼하다. 좀 한다는 곳도 그닥 다르지 않다.
그런데 여긴 완전히 다르다. 담백하고 신선하다. 양고기의 풍미가 내 혀와 뇌를 미친 듯 자극한다. '또 시켜 먹으라!'고.









치킨 샌드위치.
말이 필요없다. 난 개인적으로 양고기 샌드위치가 아주 조금 더 좋았는데, 치킨 샌드위치도 만만치않다.
결국 우린... 피자까지 시켜 다 먹고 나서 또 이 치킨샌드위치를 추가로 시켰다.

샌드위치를 먹고나니...
도무지 이 정도로 맛있는 케밥을 먹었는데 그냥 일어날 수가 없었다.
피타 브레드가 너무 맛있으니 피자도 맛있을게 분명하고 뭔가 다를 것 같아서 피자를 주문했더니 인심좋은 주인장께서 너무 스케줄이 꽉 차 있어서 미안한데 30분은 기다려야 한단다.
우린 기다릴 수 있다고 했고, 정말 기다렸다. 
기다리는 와중에 주인장께선 우리보고 계속 미안하다고 하셨고, 우린 오히려 자리를 오래 차지하고 있어서 너무 죄송하다고 했다.

그리고 그 30분동안 주인장과 많은 이야기를 했다.
한국에 온지는 고작 1년이 좀 넘었을 뿐이며,
원래는 레바논의 특급 호텔에서 일을 했는데 사우디 아라비아에 갔다가 지금의 한국인 와이프를 만나서 결혼했단다.
아이는 벌써 다섯이고, 큰 딸은 17세. 
나이는 나와 3년 차이.(나보다 셋 많으시다)
이렇게 팔아도 수익은 10%에 불과하단다. 
아주 많은 사람들이 당신의 음식을 좋아하는 것 같다고 했더니... 대답이 걸작이다. '그들이 내가 무얼하는지 신뢰하기 때문에 그들이 내 음식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모든 재료는 내가 아니라 하늘이 내리는 것이고, 그래서 자신은 신선한 음식을 지향한다고.

그러다가...
월드컵 최종예선에 진출한 약간의 축구 얘기, 민성이가 너무 인텔리전트하게 생겼다는 칭찬,
더불어... 아들은 엄마를 닮고, 딸은 아빠를 닮는다는 이야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 욕이잖아!!!)
기타 등등... 지루하지 않게 많은 이야기를 한 것 같다.









그리고 등장한 피자.

메뉴판에는 원래 비프, 치킨...등등의 피자가 있는데 혹시 양고기 피자로 바꿀 수 있냐고 여쭤봤더니 문제없다고 하신다.
그래서 양고기 피자가 나왔다.
그간... 우리가 만났던 피자와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이건 그냥 먹는 순간 건강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담백하면서도 단 한번도 피클따위 생각도 나지 않는 이런 맛, 정말 너무 좋다.

결국...
우린 피자를 먹고 15분을 또 기다려서 치킨 샌드위치를 또 먹고 그제서야 일어났다.
이곳에서 우린 장장 2시간을 있었다는 소리.

이번엔 비록 케밥과 피자만 먹었지만, 다음엔 대략 어떤 음식을 먹을지 정해놨다.
주인장에게 추천도 받았고 (샌드위치도 치즈와 허브를 넣을 수 있는데 이거 그냥 치즈를 뿌리는게 아니다! 직접 보여주시더라) 페티라는 음식을 이곳에 온 외국인들이 꼭 다 시켜 먹던데 그거... 반드시 먹겠다.

아무튼 조만간 분명히 다시 갈 곳이다.
최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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