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말.
이 회사와서 내가 디자인하거나 내가 손 본 신상품 4개 제품이 출시되었다.
이중 2개는 직접적으로 내가 디자인한 상품이고, 1개 상품은 온전히 사장님의 디자인,
1개는 사장님이 디자인해서 시조나온 걸 내가 뜯어고친 제품이다.
촬영이 너무너무너무 아쉽게 되었지만...(박작가에게서 했으면 아쉽지 않았을텐데 내가 더이상 고집만 할 순 없었다)
나름 자신이 있었다.
네 개의 제품은 모두 각기 다른 소구포인트를 갖고 있었고,
전체적인 디자인도 천편일률적인 제품들과는 분명 차별점이 있다고 확신했다.
회사에서 컨벤션할 때 '예쁘긴 한데 이 가격에 팔릴까?(비싸지 않다. 다만 온라인 침대치곤 싸지는 않다는 의미)'라는
직원들의 시선에도 난 자신있었다. 겉으로 내색은 안했지만 속으론 확신을 했지.
8월초 상품이 올라가고 고작 2~3일 지났을 뿐이고, 기획전도 아직 없고, 심지어 제품이 종합쇼핑몰의 카테고리 main에선
보이지도 않음에도 불구하고 내 예상대로 주문은 터지기 시작했고, 문의전화도 이전에 일주일동안 받을 전화량이
하루에 올 만큼 관심도 폭발적이다. 아무런 프로모션이 없는데도 말이지.
이쯤되면 조금만 현명하게 건드려주면 대박의 고지를 점령할 수도 있다.
그런데...
발목잡는 일이 어디 한 둘이 아니다.
그것때문에 요즘 아주 머리가 터질 지경이다.
사장님의 그간 오프라인을 통해 저렴한 제품을 많이 빼오던 사고방식이 한 번에 바뀔 수도 없는 것이고,
자체 쇼핑몰은 물론 홈페이지도 없어서 외부 홍보에도 애를 먹고 있고...
우리 상품들이 소구할 대상의 소비행태에 대한 이해가 반드시 필요한데 사실 이런 부분에선 현장이나 사장님이
좀 벗어나 있으셔서 내가 상품을 기획하면 일일이 상품 기획의 당위성을 설득하는 작업이 절실해지고...
그나마 디자인 결정이 되면 이미 결정이 되었음에도 사장님은 나몰래 현장에 가서 디자인 변경을 지시하시고,
그럼 공장장님은 내게 그 사실을 알려주시고... 그럼 난 또 사장님 명령은 무시하고 '원래대로 하세요'라고 말하고...
상품이 나온 이후에도 양산의 문제에 있어서도 위와 똑같은 문제에 다시 직면하니 아주 미쳐버릴 것 같다.
이해하시기 힘들겠지만, 이미 상품이 올라가서 기술서도 확정된 상황에서 제품이 나도 모르게 바뀔 수도 있는 황당한 일이
이곳에선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는거다.
물론 오늘 아침에도 다시 사장님과 독대해서 약속을 받았지만... 난 믿을 수가 없다.-_-;;;
'어차피 경쟁할 수 없는 가격경쟁이라면 잊으세요. 억지로 그 바닥에 뛰어들어서 빨리 회전시키려 기를 쓰고 회전안되면
스트레스받고... 이제 벗어나고 싶지 않으세요?'
이렇게 말하니 사장님은 '그러고 싶은데...'라며 말꼬릴 흐리신다.-_-;;;
그래도 제 잘난 맛에 디자인은 다 아는양 제품 디자인에 관여하면 은근 기분나빠하고, 디자인에 대한 부분은 조금도 상의하려고
들지도 않는 이들에 비하면 양반이시긴 하지. 마케팅과 디자인을 떼어놓고 생각하는 답답한 사장들... 아주 주변에 널렸다.
아무튼...
수많은 히트 조짐이 보인 상품들 중 내적인 요인에 의해 고지를 넘지 못하는 경우가 무척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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