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이원장의 갤러리 '대안공간 아트포럼리'를 찾았다.
회사 회식을 마치고 느즈막히 들렀는데 이 얘기 저 얘기 나누다가 지하 사무실 벽면에 
유난히 눈에 띄는 작품들이 보여서 누구 작품이냐고 물었더니 지금 전시 중인 작가의 작품이라고.
자정이 넘은 늦은 시간이지만 전시를 보겠다고 했더니 흔쾌히 전시실 문을 열고 불을 밝혔다.
아... 
대단히 인상적인 작품들.
제소정 작가의 판화 작업(에칭_에퀴턴트)들이다.







가장 사이즈가 큰 작품.








그녀의 작품에서 프란시스 베이컨과 보슈의, 그리고 심지어 로저 딘의 부유하는 세상의 이미지가 언뜻 보인다면, 
작가에 대한 결례일까?
난 그런 뜻에서 이들이 생각난다는 말이 결코 아니다.








그건 제소정 작가의 작품들이 현실에서 어쩌면 흔하게 공감할 수 있었을 법한 보편성을 
초현실적인 작법으로 은유적인 표현을 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리고 작품 속에 펼쳐진 풍만한 여신의 나체들의 향연은 어쩌면, 
이 나라에서 태어나 살고 있는 대부분의 여성들이 느꼈을 법한 사회적인 암묵의 부조리들에 대한 불안의 상징일 지도 모른다.
적어도 난 그렇게 보인다.
작품 속의 여인들이 웃음을 짓고 있어도 보고 있는 이는 괴롭다.








너무나 인상적인 '따로 또 같이'라는 작품.








꼭 이 작품들이 이러한 시선만을 반영했다고는 결코 얘기할 수 없다.
그런데 한가지 짚고 넘어갈 것은, 지금 한국 사회의 남성들이 여성에게 느끼는 이중적인, 
그리고 이율배반적인 시선은 위험 수준에 이르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사회적 담론없이 독버섯처럼 퍼진 것 같다.
객관적으로 여전히 사회 곳곳에서 드러나는 여성 차별적인 시스템의 문제는 전혀 거론하지 않거나, 
오히려 그런 일이 어디있냐며 개인적인 경험담만을 일반화의 근거로 삼고, 여성들을 남성의 피를 빨아먹고 
외양적 모습(돈과 외모)에만 집중하는 존재로 땅바닥에 눞히는 일은 이제 수많은 네티즌들의 글에서도 접할 수 있다.
여전히 한국에선 여성들이 사회적 소수자인데도 말이다. 
이런 얘기하면 또 난리가 나겠지만, 마치 이 나라가 남녀평등이란 원칙이 지켜지는, 
아니, 오히려 이를 넘어서 남자가 손해보는 세상이라고 보는 시선에 대해 난 조금도 동의할 수 없다.










제소정 작가의 작품은 6월 30일까지 아트포럼리에서 전시 중이다.









일부러 시간내어 들를 만한 가치가 충분한, 작품이다.










솔직히 말하면,

난 젊은 작가들의 작품에 아주 조금의 선입견을 갖고 있다.
정말 어쩌다가, 지나칠 정도로 치기심한 작품을 보기도 하고, 너무나 외국의 작품과 비슷한 느낌의 작품을 만나게 되기도 한다.
제소정 작가의 작품은 기본적으로 시각적으로 압도하는 매력이 있다.
그림조차 읽히기보단 스캐닝되는 세상에선 시선을 붙들어 맬 수 있는 작품의 매력이란 정말 중요한 점 아닌가.
게다가 그 붙들어 맨 시선을 꼼꼼하게 작품을 좇도록 하는 작품이라면 눈과 마음에 분명 새겨둘 만하지 않을까 싶다.

*
이원장의 도움으로 이 작품의 판화 원본을 봤다.
아... 사진을 찍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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