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행담도 휴게소의 무한도전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 녹화 현장을 갈까말까 고민하다가 안갔다.
물론 갔다면 엄청난 고생과 그 반대급부로 그만큼의 즐거움이 있었겠지만.
진지하게 가볼까하는 생각을 했다. 난 오전 근무만하고 그냥 나오고. 뭐 이런 식으로.
하지만 매일 현장 전원 야근 중인 회사를 생각하면 정말 차마... 조퇴한다는 말 못하겠더라.
다른 분들은 어떨는지 모르지만 우린 요즘 무한도전이 일주일의 활력소 중 하나이긴 하다.
재미있건 재미가 들하건 그런건 상관없다.
무한도전은 최소한 우리가 사는 모습을 투영해 보여준다.
예능에서 우리가 사는 모습을 바라본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다른 그 어떤 예능 프로에서도 이런 느낌을 얻긴 힘들다.
오늘 무한도전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를 향한 시간도 그랬다.
짝이 된 이들끼리 서로를 맞춰가는 과정, 가수와 상관없이 던저진 곡을 만들어내는 것도 아니고,
지나친 경쟁으로 정신과 마음이 피폐해지기까지 하는 중압감도 아닌, 보다 진정에 가까운 음악을 예능에서 보게 된다.
행간엔 드라이브 뮤직'따위'에 기성 음악이 밀리는 현상에 혀를 끌끌 차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그만큼 기성의 음악이
음악이 청자에게 줄 수 있는 기능에 충실하지 못하다는 이야기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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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Ohr, Pilz 레이블의 기라성같은 뮤지션들.
스웨덴의 November를 위시한 폭발적인 락 밴드들.
스페인의 Flamengo Rock 밴드들, 그리스의 반젤리스를 비롯한 건반 음악들, 영국은 말할 것도 없고...
이태리는 적어도 69~75년까지만큼은 영국에 크게 뒤쳐지지 않는 엄청난 음악적 성과들을 거두었고.
하다못해 오스트리아, 핀란드, 노르웨이, 체코, 폴란드... 유럽의 모든 나라들은 거의 대부분
아주 훌륭한 대중음악적 자산을 갖고 있다.
이 중... 비교해보면 상대적으로 덜 성숙한 대중음악을 보여줬던 나라가 있는데, 그게 바로 프랑스다.
샹송의 매력을 무시할 수 없으나 이태리의 깐타또레 뮤지션들의 깊은 울림과는 비교하기가 애매하고,
Atoll이나 Mona Lisa같은 프렌치 록들도 무시할 순 없으나 지나치게 theatre rock의 범주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프랑스 뮤지션들이 얼마나 추상적이고 공허한 프레임에 갇혀 있었는지는 80~90년대의 MUSEA레이블을 통해
대거 공개된 프렌치 록 밴드들의 음악을 들으면 알 수 있다.
Wapassou, Pulsar, Helloween처럼 프랑스만의 느낌을 줄 순 있겠지만... 그 이상을 보여준 적이 없다.
적어도 내게 프랑스의 대중 음악은 언제나 그랬다.
프랑스가 문화의 국가라지만 클래식도, 미술도... 언제나 어정쩡했다.
그 문화적 컴플렉스를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문화유산을 보존하는 정신이야 본받을 만하지만.
말하고 보니... 프랑스의 대중음악을 너무 까댄 것 같고, 그런 대중음악의 기반이 상대적으로 유럽에선 취약한 편인
'프랑스'라는 말을 하는 듯 한데 사실 그런 의도는 아니다.-_-;;;
프랑스, 대중음악... 이렇게 말하려다보니 나온 말일 뿐.
아무튼...
그 프랑스에 동남아의 10대들을 강타한 한국의 K-Pop이 바람몰이를 하고 있단다.
사실 이게 난 전혀 자랑스럽지도 않고, 이런 기사에 꼬박꼬박 '대한민국이 자랑스러워요'라는 댓글이 붙는 걸 보면
문화를 애국의 프레임 안에 가두어 판단하려는 시선이 너무 답답하지만, 문화 상품을 수출했다면
다양하고 연속적인 파생 효과를 가져올 수 있도록 장기적인 안목으로 접근했음 좋겠다.
그럴 수 있을까 싶지만.
***
대학생들의 반값 등록금 집회.
마음이 짠...하다.
나도 아직 대학생인 막내 동생이 있어서 잘 알지만.
대부분 학자금 대출을 받으면 졸업할 때 이미 엄청난 빚을 진 채 사회로 내몰린다.
미국은 이러한 신용의 덫을 모병제를 통한 병력 충원에 철저하게 이용해 먹고 있다.
예전에 글을 올린 바 있지만 미국의 교육 시스템은 911이후 철저히 저소득층을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군입대를 해야하는 구조로 마련해놨다.
우린 징병제 국가지만 군대 문제를 제외하면 저들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너무나 답답한 건,
희망을 이야기하는 젊은이들의 평화적 집회에 조금도 귀기울이지 않는 정부/여당/청와대의 태도이고,
그 태도는 결코 바뀔 수 없을 거라는 점이다.
쉽게 안위를 영위한 이들이 노력과 땀의 댓가로 그 정도의 안위를 영위하라고 하면 결코 용납할 수 없는 것이
기득권력의 속성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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