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중음악은 현재 YG 천하다.
개인적으로 기획사 문화와 음악을 세상으로 소통하는 채널이 공중파 3사라는 사실이
이 나라의 음악을 좀먹는 큰 이유 중 하나라고 늘 생각해왔는데 1년여 전부터 부쩍 주류의 행보에서 벗어나
파격을 취하는 YG는 확실히 경쟁 거대 기획사와 묶어서 비판할 수가 없다.
Pitchfork.com의 Pitchfork TV를 보면서
우리나라도 이렇게 자체적으로 소규모 라이브나 인터뷰등을 동영상으로 제공하는 음악 사이트가 있으면 좋겠다란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물론... 편협한 대중 음악의 기호와 부족한 저변등 여러가지 이유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지만.
온전한 의미로 말하긴 곤란하지만 YG는 Pitchfork TV와 비슷한 작업을 3주 전부터 시작하고 있다.
물론 주체도 다르고, 이를 유통하는 곳도 자체적으로 진행하는게 아니지만.
아무튼 이러한 시도는 이미 다들 아시는, 매주 금요일 오후 6시부터 네이버 브로드캐스트를 통해 제공되는 'YG on Air'.
YG 자체 사이트는 YG 팬들이 찾아 들어가는 팬사이트의 성격이 강해서 다수가 드나드는 목좋은 길목에
자체 안테나샵 방송국을 하나 차렸다고 보면 될 것 같다.
YG on Air를 구성하는 방식도 영리하다.
솔로 싱글을 발표한 박봄을 중심으로 소개하면서도 국내 활동을 중단하고 일본으로 건너간 빅뱅의 근황을 담아낸다.
활동은 중지했어도 팬들에게서 멀어지지 않았고, 오히려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고 어필하듯 말이지.
게다가 오늘(5.13) YG on Air는 현재 음원챠트를 완전히 씹어 먹어버린 'Lonely(론리)'를 발표한 2NE1이 나온게 아니라
아직까지 멜론 차트 2위를 질주하는 박봄의 솔로곡 'Don't Cry'를 라이브로 방송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공중파에서 '론리'를 부르는 모습을 볼 수 없을 것이라는 양현석의 공공연한 이야기를 감안하면 의외의 구성이다.
덕분에 박봄의 'Don't Cry'는 음원 차트 2위(멜론 기준)를 조금 더 유지할 수 있을지 모른다.
물론 실시간 챠트에서 YG on Air 이후의 점유율이 눈에 띄게 상승한 건 아니어도 분명히 지속적인 음원 수익을 지속할 지 모른다.
YG가 KBS 뮤뱅과의 대립각을 세우면서 그동안 구상했던 자체적인 방송을 조금 더 앞당겨서 시작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이러한 시도가 공중파 3사의 한낱 음악 프로그램에 불과한 방송 프로그램의 PD들에 의해 대중 음악이
세상에 빛을 보는 유일한 창구인양 되어버린 기형적인 우리나라의 대중 음악계에 얼마나 영향을 끼칠 지는 아직 모른다.
게다가 YG가 얼마나 거창한 청사진을 갖고 이러한 행보를 하는 것인지도 전혀... 모른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인디씬으로부터 이런 움직임이 생기고 이를 뒷받침할 재정적 문제가 해결되어 대안적 커뮤니티를 통해
Pitchfork TV처럼 라이브 영상도 보여주고 신인들의 음악을 세상에 유통시킬 온라인 커뮤니티가 생성되는 것이지만
이 이야기는 정말로 이상적인 이야기이고 현실적으로 한국에서 일어나기 힘든 일이다. 그렇다고친다면,
대중들에게 다분히 획일적인 음악을 끊임없이 제공하고 소비되어지길 바라는 거대 기획사에서
방송 권력에 적절히 대응하여 이런 움직임을 보여주는 건 의외다.
하지만 과연 이런 시도가 YG를 방송권력으로부터 어느 정도 자유로와지면서
역으로 그들을 압박할 수 있는 역할에만 그치지 않을까...
이런 시도로 다양한 음악이 공중파 3사(이후 일부 뭐같은 종편 채널 포함, 이들도 다를 것이 없고 더하면 더했지...)
이외의 유통 채널을 통해 대중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그런 아름다운 일이 과연 일어날까?
*
빅뱅 (Big Bang)이나 2NE1을 구성하는 멤버들의 면면도 일반적인 한국 틴팝 문화가 요구하는 바와는
거리가 멀었음에도 불구하고, 빡빡한 스케줄로 예능이다 뭐도 주구장창 돌려대는 짓을 하지도 않으면서도,
이 정도의 대중적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는 건 YG의 영리한 기획력 덕분이기도 하다.
언제나 똑같은 노래와 편곡 짜맞춘 군무같은 무대로
전혀... 내 관심 밖에 있는 다른 기획사의 행보와는 확실히 다르다는 점만큼은 인정해야할 필요가 있다.
**
이번 YG on Air에서 'Don't Cry' 세션을 담당한 이들의 면면도 YG가 얼마나 많은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지 여실히 느끼게 한다.
오늘 등장한 세션맨들은 그야말로 동아기획 시절 이전부터 국내 음악계에서 전설같은 이들이다.
***
일반적으로 음반을 먼저 발표하고 이 중 두곡 정도를 갖고 방송을 하던,
또는 티저를 통해 점진노출을 시키고 활동하는 관행과 달리 YG는 3곡의 타이틀 곡을 동시에 발표하더니
이번엔 3주 간격으로 신곡을 발표하고 3곡이 나간 지점에서 미니 앨범을 낸단다.
그러니까, 음반 판매는 유통 수익의 중심이 아니라 팬들에 대한 일종의 서비스 정도로 생각하는 느낌.
음원 수익이 어차피 현재 한국의 음악 시장의 주 수입원이니 어떻게 하면 2~3곡에 묻혀버리는 나머지
앨범 트랙들을 대중들에게 어필할까를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사실 이런 고민을 하는 기획사도 YG 밖에 없지 않나 싶다.
언제나 YG에서 먼저 하고 다른 회사가 따라하는 형국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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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NE1의 'Lonel(론리)'의 인기는 뭐... 상상 초월이다.
박봄의 'Don't Cry'도 보통 인기가 아니더만...(사실상 4월을 완전히 먹어버린 건 박봄의 'Don't Cry'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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