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미술관의 디터 람스의 전시를 정말 잘 보고 나와서 향한 곳은
원래 오늘의 목적지인 바로 이곳. 낙원상가 4층에 위치한 '서울아트시네마'였다.
과거엔 허리우드 극장이었고, 이후 멀티플렉스 바람에 3관인가?의 상영관으로 변화를 꿈꿨으나... 역시 부진했던.
이후엔 서울아트시네마가 여러 후원을 얻어 이쪽으로 옮기게 되었고
현재는 댄스 씨어터, 허리우드 클래식, 그리고 서울아트시네마등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웃분께서 얼마전 서울아트시네마의 '윈터 클래식' 프로그램을 통해 영화를 보셨다기에 어떤 프로그램들이 있는지 확인하다가 그만...
화요일 7시에 줄스 다신 감독의 느와르 걸작 [Rififi/리피피]를 상영한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단박에 예매를 했다.ㅎㅎㅎ
고전 영화를 나름 제법 본 편이고 LD등으로도 많이 갖고 있었는데
이 영화 [Rififi/리피피]와는 이상하게 인연이 없었던지 아직까지 이 영화를 보지 못했다.
이 영화... 크라이테리온 버전으로 DVD도 나온 바 있었는데 어찌하다보니 잊고 살았던 듯.
이런 기회에 볼 수 있게 되어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
여전하구나 이곳은...
정말 오랜만에 온다.
예전에 어찌하다보니 관련업계 종사자들로부터 시사회나 공짜 티켓을 무진장 많이 받아서 영화관을 드나들었는데,
그 중 허리우드 극장도 엄청나게 많았다.
들어가는 1층부터 돼지머리 냄새때문에 곤혹스러웠었는데... 이젠 그런 건 없는 듯.(아닌가?)
허리우드 클래식이라고해서 또... 옛날 영화들도 상영을 한다.
보기 좋은 것은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손잡고 이곳으로 많이들 들어가시더라는.
뭣보다 흐뭇했던 것은 윈터 클래식 [리피피] 상영을 보러 온 관객들이 엄청나게 많더라는거다.
아무리 단관 1회 상영이라지만 이렇게 많은 분들이 오다니.(게다가 외국인들까지)
[Rififi/리피피] directed by Jules Dasin
1955, 상영시간 120분, 프랑스
영화는 내 기대를 전혀 배반하지 않았다.
줄스 다신 감독이 미국의 메커시 광풍에 휩쓸려 프랑스로 쫓겨나듯 오게 되었지만
이곳에서 파리의 어두운 모습을 가장 잘 담아낸 느와르의 걸작 [Rififi/리피피]를 만들어냈다.
이후에 이 영화는 운명적으로 또다른 느와르 걸작인 장 피에르 멜빌의 [암흑가의 세사람]과의 시퀀스를 연관짓게 되지만,
아무튼 내가 아는 한 이만한 느와르를 얼마나 만났을까하는 질문을 내 자신에게 던지게 되더라.
동료들의 행위를 불지않고 5년을 감옥살이하고 나온 토니.
절친한 친구인 '조'와 '마리오'의 한탕 제의도 일언지하에 거절하지만
자신의 연인인 '마도'가 깡패 두목인 그루테르와 함께 있음을 알고는 자신의 처지에 대한 분노 때문인지
그는 일언지하에 거절했던 의사를 번복하여 조, 마리오 그리고 이태리인 금고톨이범 세자르와 함께
최고급 보석가게를 털기로 한다.
치밀한 사전계획과 예행 연습을 한 후 범죄가 진행되는 20여분간은
정말이지 다이나믹하면서도 극적인 무성영화를 보는 듯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소음을 내선 안되는 특성상, 이들이 대사 한 마디없이 보석가게로 침투하는 20여분의 과정은
곳곳에 특유의 희화화된 웃음과 함께 서스펜스라는 선물을 제대로 선사한다.
모든 것이 다 잘 마무리되었다고 생각할 무렵에 벌어지는,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이
어떻게 이토록 치밀했던 범죄를 그르치는 지에 대해서 보여주기 시작하는 클라이막스는 대단한 속도감과 놀라운 긴장감,
그리고 무상함을 모두 선사해준다.
특히 마지막에 토니가 조의 아들을 태우고 집에 데려다주기 위해 질주하는 장면은 프레임 시퀀스를 짧게 가져가며
긴박한 사운드와 함께 반대되는 운동방향을 교차로 편집하는 방식을 통해 이 당시 필름의 예술적인 경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 장면의 강렬한 인상은 잉마르 베리먼 감독님의 [Persona/페르소나]의 인트로마냥 강렬하고,
[Easy Rider/이지 라이더]의 마지막처럼 공포스럽고 몽환적이기까지 하다.
이 마지막 장면은 정말... 두고두고 뇌리에 남을 것 같다.
55년에 만든, 무려 55년이 지난 지금 봐도
그 세월의 흔적이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는 작가주의적(이런 말이 참 거슬리지만) 느와르의 진수.
조, 마리오, 토니, 세자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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