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동 리움.
방학이면 언제나처럼 민성군의 '리움키즈' 프로그램이 한달간 열린다.
민성이는 3학년 방학부터 시작하여 이제 4년간 리움 키즈 방학 프로그램을 모두 듣고 있다. 아마...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이 프로그램을 듣는 이유는 순전히 민성이가 이 프로그램을 너무나 좋아하기 때문이다.
가장 즐겁고 신나게 듣는 프로그램이 방학마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리움 키즈 프로그램이라는 것.
학부모는 아이가 체험수업을 하는 2시간 동안 무료로 리움 내의 전시를 모두 감상할 수 있다.
다만... 우린 매해 두 번의 방학마다 온 터라 전시를 너무 많이 봐서 이젠 볼 마음이 안생긴다는 것.
다행이 이번엔 '미래의 기억들'이란 제목으로 기획전이 열리고 있고
역시 크리스찬 마클레이(Christian Marclay)의 '소리를 보는 경험'도 같이 열리고 있어 지루함을 덜었다.
간만에 로툰다 계단을 좀 찍었다.-_-;;;
리움 로비에서 현대미술관 쪽에 걸린 아니쉬 카푸어(Anish Kapoor)의 작품이 바뀐 것을 보고 작품이 많이 바뀐 줄 알고 좋아라~~하면서 들어갔는데... 에혀...
바뀐 건 거의 없었다. 한동안 자리를 지키던 요시토모 나라의 집은 로버트 어윈의 작품으로 바뀌었다.
고서화를 좋아하는 우리는 고서화관에도 변화가 있을까싶어 가봤으나... 으음... 아직도 김홍도전...-_-;;;
무라카미 다카시의 작품이 1층 로비 카페 바로 옆에 있다.
카페의 벽면도 치장이 새로이 되었는데 그건 마이클 린의 작품.
그래도 지금 이곳과 지하 2층에서 기획전이 열리고 있어서 기쁜 마음으로 전시를 보러 들어갔다.
크리스찬 마클레이는 이번 전시를 통해 음악의 샘플링처럼 우리에게 익숙한 필름들을 그야말로 샘플링하여,
그동안 우리의 머릿 속에 관습적으로 각인된 관용적인 소리들, 그러니까 시계, 전화, 음악등을 방대한 필름을 재편집하여 보여준다.
너무 이른 시간이어서 그런지 사람이 없다.
95년작인 '전화(Telephones)'란 작품.
7분여의 시간동안 정말 몰입해서 봤다.
고전영화부터 블럭버스터까지 다양한 영화([샤이닝], [엘리베이터를 내려 동쪽으로]등등)의 전화 통화 장면을 편집하였는데,
전화벨이 울려 받으러가는 여러 장면들, 곧이어 다양한 감정으로 전화기를 통해 대화하는 배우들의 모습을
기묘하게 이어붙여 작품의 몰입도를 매우 높혔다고 볼 수 있다.
대사가 상당히 기발하게 이어진다는 말인데, 일부 장면에선 가벼운 웃음이 나올 수도 있다.ㅎㅎㅎ
(로맨틱한 대사를 날리지만-'난 당신없이는 어떤 일에도 집중할 수 없다오'같은- 원작과 완전 다르게 그 대사를 받는 다음 장면은 남자라는...)
수많은 영화의 전화 통화 장면을 쪼개어 이렇게 또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다.
이 작품은 '비디오 4중주 (Video Quartet)'이란 작품인데,
4대의 프로젝터에서 각기 다른 영상과 소리가 나오고 이것이 앙상블을 이루는 작품이다.
BOMB 매거진에 수록된 인터뷰를 보면 그가 일찌감치 요셉 보이스와 댄 그레이엄(Dan Graham)의 작업,
그리고 70년대의 펑크락에 상당한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이런 부분들이 그를 퍼포밍 아티스트로의 첫발을 내디게 된 계기였다고도 하고.
그가 아방가르드 씬과 현대미술계에서 동시에 주목받는 것은 바로 이런 작업때문일 지도 모른다.
비디오의 4중주 형식을 빌어 소리의 파편을 하나의 레이어처럼 재조합하고
이것이 또다른 내러티브를 이루면서 독특한 창조물로 다가올 수 있는 경험이니 어디서 쉽게 접해보기 힘든 형식일 수도 있다.
다만... Flaming Lips의 의욕과잉의 다중 CD를 들어본 분들에겐 그닥 신선한 경험이 아닐 수도 있다.ㅎㅎㅎ
이 작품은 '시계 (the Clock)'라는 작품으로 상영시간이 24시간이다.-_-;;;
시계가 가리키는 시간과 이 시간에 관계된 대화들이 때론 병렬적으로,
때로는 유기적으로 다른 필름들과 얽히며 역시 미묘한 내러티브를 구축한다.
역시 상당히 몰입감 강한 영상인데 24시간을 내내 본다는 건 불가능하지 않나.
매주 들러서 조금씩 봐야할 것 같다.-_-;;;(그런데 본 부분을 또 다시 보고 있으면 어쩌지???ㅎㅎㅎ)
지하 2층에선 '미래의 기억들 (Memories of the Future)'이란 기획전이 열리고 있다.
사진 촬영이 가능하다.
권오상 작가의 작품.
내가 알기론 권오상 작가는 아라리오 갤러리 전속 작가였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대단한 노력과 고민이 담긴 작품이지만 내 개인적인 관심과는 거리가... 있다.
카더 아티아의 작품이 비닐봉지등을 가공하지 않은 듯한 무정형의 정형을 추구하며 이질적인 주제의식을 환기시킨다면
김홍석 작가는 이에 조엘 사피로의 형식미를 패러디한 느낌으로 가장... 미적 기준에서 하위레벨의 오브제를 이용하여 작품을 구현한다.
이건 사람들이 생각하는 미적 가치에 대한 위트이며, 유머러스한 풍자일 수도 있겠다.
(조엘 사피로의 작품들은 장흥아트센터에 가면 쉽게... 볼 수 있다. 지금도 있는 지는 모르겠음.-_-;;;)
이 역시 김홍석 작가의 작품.
소피 칼 (Sophie Calle)
난 소피 칼이란 작가를 동강 사진전에서 처음 봤었다.
자신이 모델로 나섰을 때 자신을 그리곤 면도날로 그림을 그어버리는 이가 남긴 그림을 찍은 사진이었는데,
피학적 충격과 에로틱한 감정의 아슬아슬한 찰라의 감정이 무척 인상적이었던 기억이 있다.
그런 그녀의 또다른 작품들.
영상 작품도 상영 중인데, 이 사진과 이야기들은 모두 소피 칼 자신이 중심이 되어 진행이 된다.
그러니까, 동강사진전에서도 사진의 대상은 면도날로 찢어진 자신의 누드 데생이었으니,
그녀는 언제나 자신의 삶을 현실과 허구의 경계에서 모호하게 드러내는 것 같다.
이번 작품들은 내게 무척이나 몽환적이다.
디르크 플라이쉬먼의 작품들 너머로 신미경 작가의 작품들이 보인다.
신미경 작가의 저... 비누로 만든 도자기들은 이미 국제 갤러리에서 2009년 12월경 전시가 된 바 있다.
나도 포스팅을 한 바 있고. 그때 포스팅을 참조해주시길.
언제나 수익성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이로인해 얻은 이윤을 다음 작품에 투자하는 것으로 유명한 디르크 플라이쉬먼의 열대우림 프로젝트다.
두 대의 컴퓨터를 통해 우린 그가 주장하는 'Myforestfarm...'에 접속하여 농장의 형태와 진행 작업을 동영상과 여러 정보들을 통해 접할 수 있다.
( http://www.myforestfarm.com )
이게 바로 그 열대우림농장 프로젝트.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약 1,843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고 한다고 하고...
이를 형상화한 디지털 트리(Digital Tree)는 1,843장의 CD를 포개어 만들어졌다.
민성군 수업 종료 시간에 맞추어 전시장을 나간다. 수업하는 곳이 B2 강의실이므로 그냥 걸어나가면 된다.
여긴 원래 소파들이 있는 대기실처럼 사용되던 곳인데 마이클 린의 작품이 바닥에 전시되어 있다.
리움 키즈.
이번 한달 동안의 주제는 'Human'이란다.
리움에서 전시 중인 주제와 연관있는 작품을 다같이 둘러보고
이를 바탕으로 창의적인 작품을 만드는 것이 리움키즈의 주된 프로그램 내용이다.
이번엔... 모두 5학년이라고 한다.
근데 민성이가 실망스럽게도 남자아이가 민성이 외에 한 명 밖에 없다.-_-;;;
게다가 여자 아이들이 엄청 키가 크고 체격이 너무 좋다.ㅎㅎㅎ 민성이는 완전 왜소한 아이같아 보여.-_-;;;
이건 여자 아이들이 만든 인간의 형태.
아이들이 많아서 그런지 작품의 스케일도 있고 유머도 있다.
민성이와 또다른 남자 아이가 만든 작품.
겨우 두 명이니 기가 죽었나보다.ㅎㅎㅎ (뭐 그런걸 잘 모르는 민성이지만)
레고에서 힌트를 얻은 모양이라고 하네.
암튼 재밌게 보냈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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