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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환 선수 3관왕.
대단하고 놀랍고, 정점에 올랐다가 몰락을 경험했던 그가 이렇게 보란 듯 우뚝 서는 모습을 보니
아무 상관없는 나까지도 그의 역영을 보면서 감탄하며 흐뭇한 마음이 든다.
그런데,
계영 4X200에서 완벽하게 나머지 세 선수를 들러리로 만드는 캐스터와 해설자의 중개방송을 들으며 황당함 만땅 날려주더니
이번 남자 자유형 100m, 여자 평영 200m에서 박태환 선수와 정다래 선수 말고도 한국 선수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완벽하게
깡그리 무시해버리는 놀라운 중개진을 보면서 모 개그맨이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고 외치던 모습이 오버랩되더라.
이런 걸 보고도 한선교씨... 그 개그맨의 말의 당신이 지적했던 것처럼 현실을 부정하고 그릇된 사회관을 심어주는,
현실을 왜곡하는 말이라고 생각하시나?


계영 4X200m 종목에서 아나운서가 '박태환같은 선수가 한 명만 더 있었더라면'이라는 말을 서슴없이 뱉더라.
다른 선수 열심히 역영하고 있는데 말이지.

박태환 선수와 결승에 올라 50m 턴까지 2위로 턴하면서 역영한 박민규 선수에 대한 언급은 아예... 하질 않더군.
그래도 박민규 선수는 50m 턴에서 2위로 해서 한 번 이름이라도 언급했지.
평영 200m에서의 백수연 선수는 아예 이름조차 말하지 않았다.
이게 자연스러운 일인가?
아무리 박태환 선수의, 정다래 선수의 감격스러운 역영을 응원하느라 그랬다지만, 그걸 전국에 방송하는 중개진이
역시 힘들게 땀흘린 같은 선수들에 대한 격려나 시합 후의 배려를 이토록 철저히 외면하는게 정상적인 일일까?
씁쓸...하다.
함께 역영한 백수연 선수와 박민규 선수에게도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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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격 대표팀의 놀라운 선전은 정말 사람 피를 말리더라.
예선 성적을 안고 올라가기 때문에 2위에서 1위로 역전하는 그 과정.
한 발 한 발 단 한 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피말리는 긴장감.
그 뒤에 환하게 웃는 우리 선수들 얼굴을 보면 진심의 박수를 보낼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중국의 기자들이 우리나라 사격의 척박한 저변을 우리나라 사격 연맹 임원의 말을 듣고 놀라고 또 놀랐다는 기사를 봤다.

다 좋은데 그 임원은 '한국의 저력에 저들이 놀라더라'라며 웃었다는군.
물론 이번 한국 사격 대표팀에 대한 지원은 풍족하진 못해도 참 정성스러웠다고 한다.
체계적인 훈련도 좋은 성적의 밑거름이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놈의 '척박한 환경'에서 '탁월한 저력'으로 언제나 '좋은 성적'을 거두는 이 현실.
이젠 듣는 것도 지긋지긋하다.
예전에도 말한 바,
척박한 인프라에서 중국과 일본등 스포츠 강국의 선수들을 넘어서야하는 이 현실.
그 탁월하고 천재적인 역량을 가진 이들이 유난히 많은 한국에서 그들이 척박한 인프라를
개인의 힘으로 넘어서야 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되어버린 한국의 스포츠.
그에 미치지 못하는 다수는 정말 완벽하게 자기 성취따위는 바랄 수도 없을 정도로 철저히 병풍이 되어버리는 현실.
무척... 씁쓸하다.
(자기 성취를 바라기도 힘든 한국 학원 스포츠의 현실에 대해선 예전에 글을 올린 바 있다)

보잘 것 없는 포스팅이지만,
정말 진심을 담아 땀흘린 모든 선수에게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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