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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은사 땅밟기에 대한 영상을 본 후 기가막혀 미친 듯 글을 썼으나 포스팅하지 않았다.
안 올리길 잘 했지... 반 이상이 욕이었네.
난 이 문제를 '일부' 광신적 기독교인들의 행태로 축소하고 기독교 전체의 문제로 확대되는 걸 경계하는
개신교계의 움직임이 더 문제라고 본다.
정말 일부 광신적 기독교인들만의 문제일까...?
내 경험상 절대 그게 일부 광신도의 소행이 아니라는 확신이 있으니까 이런 말을 한다.
물론 내 주변에는 돌아가신 외할아버님께서 CBS에서 설교하실 정도로 유명하신 교인이셨고, 죽마고우가 목사를,
가장 친한 누나가 목회자와 결혼해서 신앙 생활을 하는 등 교인들이 많은 편이지만 그런 이들이 위와 같은
광신적 행위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이게 일부 광신도의 문제라고 한정하는 태도에는 절대로 공감할 수 없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기독교인들이 이번 '봉은사 땅밟기'를 접하면서 하는 말이 '그들의 마음은 이해하지만...'이란 말로
시작하기 때문이고, 설령 그렇게 말하지 않았더라도 내심 '선교의 당위'에 대해서는 무조건적으로 공감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당신이 어떻게 아냐고???

모태신앙.
22세까지 교회에서 죽치고 살았음.
성가대 합창단, 중창단은 기본, 유년부 교사.
찬양집회 죽어라 참여, 복음성가 대회에도 듀엣으로 출전.


이게 나였다.
사실상 개신교를 증오하는 지금의 나를 보면 당췌 이해를 못하고, 그때 날 알던, 지금까지 교회를 다니는 지인들은
그런 날 무척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난 개신교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유일신을 지칭하는 종교가 가진 폭력성에 질리고
질려 더이상 내 삶의 신념으로 생각하고 싶은 마음 따위 눈꼽만큼도 없다.

개신교인들과 만나서 얘기를 하면 뭔가 답답한 벽을 만나는 느낌이 드는데, 속 깊은 얘기를 할라치면 여지없이
신앙의 논리가 등장하게 된다는거다.
이게 다 주님이 계획하신 것이고, 주님의 뜻이고... 이렇게 얘기가 흘러가면 비신앙적인 관점에선
어떠한 공감도 할 수 없게 얘기가 흘러가 버린다. '기도'와 '신앙의 힘'으로 세상의 모든 논리가 다 해결되는 이 해괴한 배타성.
정작 그들은 이 모든 사안을 하나의 진리로 끌어 안을 수 있다는 걸 주님의 능력이라고 말하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초월적 배타성이라고 밖에는 생각할 수 없다.
나와 같은 경험하신 분들... 어디 한 둘이 아니실거다.

인간의 지혜로 주님의 뜻을 이해할 수 없다는 한 마디.
어떠한 시련이 오더라도 다 주님께서 우리를 강건하게 하기 위해 마련하신 거라는 한 마디.
이 한마디 한마디가 얼마나 체체 순응적으로 만들고 비판의식을 거세시키는 지 난 잘 알고 있다.
미안한데...
세상을 창조한 건 고맙지만, 당신을 믿지 않으면 불구덩이의 지옥에 빠진다는 이기적이기 짝이 없는 신을 난 믿고 싶지 않다네.
영생을 얻게 되니 이 세상의 고난은 그 영생의 시간에 비하면 티끌같다면서 평소에 감사하라는 목사들의 말도
난 정말이지 공감할 수 없다네. 영생은 영생이고 현세는 현세인거지.

이번 봉은사 땅밟기.
행위 자체는 광신적 선교 단체에 의해 저질러졌다고 하나.
기독교인들, 당신들 가슴에 손을 얹고 말해보시길.
당신들 대부분이 저 행위의 심정적 공조자라는 사실을 정말 거부할 수 있는지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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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외할아버님댁에 가면 항상 젊은 목사님들이 네 다섯분 오셔서 외할아버님 말씀을 듣고 있곤 했다.
외할아버님께서 오래 전 내게 하신 말씀이 기억난다.
소리내어 기도하지 말라고. 울부짖으며 기도하지 말라고.
그건 절박한 기도가 아니라 보이기 위한 기도라고. 성량의 높고 낮음으로 믿음을 가늠하는 건 아니라고.
저... 봉은사 땅밟기 영상에서 두 팔을 하늘로 벌리고 떠드는 이들을 보니 참... 아주 오래 전. 이젠 20여년 전이군.
아주 오래 전의 내 모습도 저랬다고 생각하니 아주...아주...아주... 창피하다.


***

종교적 신념에 따라 선교를 하는 행위 자체를 이해못하지는 않는다.
하다못해 좋은 물건이 있어도 남에게 권하지 않는가.
하물며 자신이 진정 옳다고 믿는 종교적 신념을 남에게 권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란 생각을 한다.
다만, 선교의 방식에 대해서는 끝없이 기독교인들 스스로에게 되물어야할 것이다.
자신의 신념이 옳다면 다른 신념을 가진 이들도 존중할 줄 아는 기본이 되어야 선교도 당위성을 획득한다.
선교의 방식이 제왕적, 제국주의적 방식이라면 그것도 또다른 배타적 폭력의 한 형태에 지나지 않음을 왜 이해못하는가.
지금 벌어지는 개신교의 수많은 행위들이 정말 예수님이 가르친대로인가?
약자의 편에 서고, 그들을 대변하고 그들을 긍휼히 여기라고 하신게 예수님의 가르침 아니었던가?
보수 교단의 뻔뻔하고 영리적이면서도 교조적인 작태가 정말 예수님이 가르치신 일들인가?
적어도 당신이 믿는 분을 초라하고 편협하게 만들진 말아야할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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